육사 출신 선교사, 미얀마 변화시킨 23년 사역 스토리

최경식 2024. 6. 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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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19곳 개척
회심자 쏟아지는 부흥집회
기독국제학교 설립
조 베드로 선교사 이야기
조 베드로 선교사가 미얀마 현지 교회에서 부흥 집회를 인도하고 있다. 조 베드로 선교사 제공


오랜 불교 국가로서의 전통을 자랑하는 미얀마. 전 국민의 80% 이상이 불교를 믿고 있으며 스리랑카와 함께 불교 종주국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군부 쿠데타가 발생, 지금까지 격심한 내전을 겪으며 불안한 정세에 휩싸여 있기도 하다. 이런 나라에서 한 우물만을 파듯 23년 간 머무르며 선교에 전념해온 한 선교사가 있다. 바로 조 베드로(58) 선교사다.

조 선교사는 원래 ‘장군’이 되는 게 꿈이었다. 이에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했고 흔들림없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신앙을 갖게 돼 사역의 길로 돌입했다. 진로를 변경하고서도 선교에는 뜻이 없었다. 그저 대형 교회를 개척하려는 욕심아닌 욕심이 늘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학교 교수와 진로 문제를 상담하던 중 뜻밖의 권면을 받았다. “선교사로 나가라”. 그 교수는 집요하게 선교사를 권했다. 조 선교사는 일단 “기도해 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적지 않은 시간동안 선교사 진로를 내어놓고 기도를 했다. 마침내 일주일 가량 지난 후 선교사의 길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주님께 항복을 하고 나의 일생과 영혼, 미래 등 모든 것을 아낌없이 드리기로 결단하게 됐습니다. 주님은 내가 가장 싫어하고 거부했던 바로 그것을 하게 하셨습니다. 선교사가 되는 것은 나의 선택과 결단이 아니라 오직 주님의 부르심이었습니다. 순종을 결단한 후 놀라운 기쁨과 자유를 경험했으며 선교사만큼 영광스러운 부르심이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됐습니다.”

조 선교사는 당시 오지 중의 오지였던 미얀마로 갔다. 그곳은 선교하기 매우 어려운 곳이었다. 선교 역사는 211년이나 됐지만 선교 상황은 갈수록 퇴보하고 있었다. 조 선교사는 “호랑이 입에서 이빨을 뽑아내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마음을 다잡고 선교에 나섰다.

처음 한 것은 고아원 사역이었다. 2004년 ‘별들의 집’이라는 고아원을 설립해 수십명의 고아들을 전도했고 이들을 미얀마의 선교 일꾼들로 키워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통해 기반을 닦은 조 선교사는 강력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것은 바로 ‘부흥 집회’였다. 당시 미얀마에도 교회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매너리즘에 빠져있었고 자유주의 신학의 영향으로 영적으로 나태해진지 오래였다. 부흥 집회를 기대하긴 어려운 형편이었다.

조 선교사는 절박한 마음으로 부흥 집회를 선도했다. 시작은 미약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창대해졌다. 70명으로 시작했던 부흥 집회는 이듬해 130명, 그 다음해 380명 등으로 참가 인원이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에는 성인 1000여 명, 어린이 500여 명이 참석하는 대형 집회로까지 발전했다. 해마다 집회에선 수백명의 성도들이 회심했고 사역자로 헌신할 것을 결단했다. 이에 힘입어 조 선교사는 지금껏 총 19개의 교회도 개척할 수 있었다.

조 베드로 선교사가 기독국제학교에서 교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조 베드로 선교사 제공


사역이 예상했던 것보다 성공적으로 진행됐지만 조 선교사는 새로운 기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학교’ 설립이었다. 그는 미얀마인들의 근본적인 세계관 및 가치관을 변화시켜야 선교가 보다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미얀마인들이 표면적으론 개종을 하지만 불교에 뿌리를 둔 세계관과 가치관이 바뀌지 않아 지속가능한 선교에 장애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세계관, 가치관의 변화는 단시간에 일어나지 않고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이는 교회나 가정에선 이뤄지기 어렵고 오직 하루 6~7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에 2018년 기독국제학교를 설립했다. 여기에선 유치원부터 9학년까지 교육 과정과 GED(고교졸업자격시험) 과정이 진행된다. 현재 300여 명의 학생들이 매일 기도와 말씀, 그리고 다양한 세계관 교육을 받으며 자라나고 있다. 학교는 입소문을 타고 금세 지역의 인기학교로 거듭났다. 400여 명의 학생들이 추가 등록을 원하고 있지만 건물 부족 등으로 대기 상태에 있다.

“기독국제학교 설립과 운영이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현지 상황에 가장 적합한 기독교 학교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현재 학교는 중학교 과정까지만 운영되고 있어 고등학교 과정 개설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고등학교 과정이 포함된 미국식 100% 크리스천 미션스쿨인 ‘A.C.E. School of Tomorrow’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Home of Stars International Academy’를 조만간 새롭게 개원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미얀마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기독교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돼 미얀마의 미래를 변화시킬 줄로 믿습니다.”

조 선교사는 언제나 선교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앞으로도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하겠다고 다짐했다. “주님은 언제나 나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모든 어려움을 잊게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좋지않은 기억들은 별로 남아있지 않고 그저 부르심에 대한 영광과 감사로 늘 행복하다는 느낌밖에 없습니다.”

양곤=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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