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작업 벌이다 북한군 사망”…김정은의 ‘단절 조치’가 부른 참사
최근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작업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18일 파악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관계 단절’ 조치를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이 인명 피해를 부를 만큼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전선지역 일대 불모지 조성 및 지뢰 작업 중 여러 차례의 지뢰 폭발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DMZ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의 관련 작업은 지난해 11월 9·19 군사합의 파기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뒤 기존 합의에 따라 철거한 GP를 복원하는 데서 본격화했다.
북한은 지난 1월 GP 복원을 완료했고, DMZ 내에서 광범위한 지뢰 매설 등의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 4월부터는 DMZ 북쪽 2㎞ 구간인 북방한계선 등 전선지역 여러 곳에 다수 병력을 투입해 경계능력 보강을 위한 불모지 조성, 지뢰매설, 전술도로 보강, 대전차 방벽으로 보이는 미상 구조물 설치 같은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북한군은 DMZ 10여 곳에서 해당 작업들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합참 관계자는 “한 곳당 많게는 수백명이 동원되고 있다”며 “매일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작업이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남(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으로 존재하던 경의선의 우리 측 구간을 회복불가한 수준으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놓는 것을 비롯해 접경 지역의 모든 북남 연계조건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엄격히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남북 단절 조치가 북한군의 최우선 과제가 됐고, 사실상 군사분계선(MDL)을 국경화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동부·서부·중부 전선 일대에서 담벼락을 세우는 동향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군 당국은 "대전차 방벽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248㎞에 달하는 MDL 전구간에 ‘베를린 장벽’ 과 같은 담벼락을 쌓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지만, 이 보다는 전차가 지나갈 만한 길목에 장애물 설치하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높이 4~5m인 해당 장애물은 DMZ 출입문 역할을 하는 통문 4곳에 짧게는 수십m, 길게는 수백m로 지어지고 있다고 한다. 합참 관계자는 “소위 국경선으로 만들려는 활동과의 연계성은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뢰매설의 경우 숲이 우거진 지역 또는 하천 등 관측이 어려운 MDL 인근에서 불모지화 작업과 함께 이뤄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월남, 귀순 차단 등 내부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도 보인다"며 "과거 귀순자가 발생했던 지역에 지뢰를 매설하고 관측의 용이성 제고를 위해 불모지 조성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또 북한군이 지난 9일에 이어 이날 중부전선 MDL 이남을 20m 가량 침범했다고 밝혔다. 9일과 유사하게 20~30명이 도끼, 삽, 곡괭이를 든 차림새였다.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해 군은 경고방송 이후 경고사격을 실시했고, 북한군은 곧바로 북상했다. 지뢰매설과 불모지화 작업을 하던 중 실수로 MDL을 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 당국의 평가다. 합참 관계자는 “지난 9일 침범과 같이 작업을 하던 인원들의 단순 침범으로 판단한다”며 “북한군의 의 추가적인 특이동향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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