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전문가가 밤양갱 작사가를 칭찬한 이유

김슬옹 2024. 6. 1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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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쉬워요 맞춤법!> 펴낸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진정 씨

[김슬옹 기자]

기자도 맞춤법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전문가로서 '맞춤법이 어렵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심지어 없애면 안 되냐는 과격한 제안 아닌 제안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기자는 이렇게 되묻는다. 왜 한국어에만 맞춤법이 있을까요? 영어에는 왜 맞춤법이 없을까요? 그 이유를 설명해주면 그제야 '아하!' 외마디 감탄사를 쏟아낸다.

맞춤법은 반강제적인 규범이기도 하지만 보편적 원리나 규칙 중심의 문법이 바탕이다. 따라서 이런 규칙적인 규범이 가능한 것은 한국어와 한글이 다른 언어와 달리 그런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함께 나누고 있는 <쉬워요 맞춤법!>의 저자 진정씨를 11일 세종국어문화원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맞춤법 지키는 노력은 배려하는 마음
 
 <쉬워요 맞춤법!>을 펴낸, 국어문화학교 진정 씨
ⓒ 김슬옹
 
- <쉬워요 맞춤법!> 제목이 참 쉽네요. 맞춤법이 진정 쉽나요?

"'맞춤법이 쉽다니' 아마도 이 책 이름을 도발적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 듯합니다. 맞춤법에 맞게 쓰는 것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이 책은 이렇듯 맞춤법에 맞는 표기를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 책입니다.

저는 맞춤법에 맞게 쓰는 일은 내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읽는 이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즉, 상대와 소통하려는 마음을 담는 것이지요. 이러한 마음가짐을 지닌 분들이라면 정확한 표기를 하려고 노력하실 텐데요. 그런 분들이라면 맞춤법에 맞게 쓰는 일도 어렵지 않게, 쉽게 해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이 책에서도 쉽게 도움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맞춤법을 쉽게 만드는 무슨 원리나 규칙에 대한 설명을 들을 줄 알았는데, 저자는 의외로 배려와 소통을 강조했다. 하긴 맞춤법이 어렵다는 분들이 실제로 어려워서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일단 우리말이라는 이유로 맞춤법 공부를 안 해서 그런 경우도 많을 것이다. 배려와 소통에 관심이 많다면 자연스럽게 그 수많은 맞춤법 관련 책 가운데 한 권 정도는 읽는 열정이 생길 것이다.

- 많은 맞춤법 관련 책이 있습니다. 이 책만의 특색이 있을까요?

"일상어를 많이 담았다는 것이에요. 한글 맞춤법 규정에 나와 있는 예시들이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메신저 대화방에서, 안내문 등에서 사례를 수집했습니다. 요즘 우리는 많은 소통을 문자로 해요. 예전보다 구어가 아닌 문어로 소통하는 일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약속을 잡을 때에도 전화보다는 메신저를 활용하고 인터넷상에서 문어로 여러 사회문제들을 토론하기도 하지요. 심지어 전화 강박증(포비아)라는 증상까지 생길 정도로 구어보다는 문어를 사용하는 것이 일상이에요.

이 책에서 다루는 어휘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지만 자주 틀리는 것들입니다. 오류 빈도가 높은 어휘들을 선별하려고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매일 둘러보고 때로는 지인들에게 어떤 말이 헷갈리는지 등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한결 더 친숙하게 다가갈 것 같아요."

설명을 듣고 언뜻 책을 훑어보니 '데와 대'가 눈에 띄었다. '새로 오는 팀장이 젊대/젊데'라는 예시를 보니 누구나 자주 헷갈리는 말이었다. 많이 헷갈리는 말이니만큼 설명이 복잡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간결했다. '젊대'는 '젊다고 해'의 줄인 말이므로 직접 본 것이 아닌 들을 말을 전하는 것이고 '젊데'는 '젊더라'라고 바꾸어 쓸 수 있으므로 직접 보고 한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 단독으로 낸 첫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 쓰고 난 후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공저로는 여러 책을 냈었는데 오롯이 제 이름으로 된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에요. 책을 쓸 때나 다 쓰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이 책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렵지 않게 여겨졌으면 좋겠고 "쓸모가 있었어요"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사실 강의를 할 때 여러 질문을 해주셔서 영감을 주신 교육생분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저는 강의를 할 때 교육생이 원하는 내용을 담은 강의, 교육생과 소통하는 강의를 지향하는데요, 제 강의를 들으시고는 기관이나 사업장에서 쓰이는 언어를 진지하게 고민하시고 질문도 많이 해주세요. 참 보람을 느끼는 순간인데요. 이때 해 주셨던 질문들도 제 책에 꼭꼭 담았답니다. 강의를 하면서 제가 더 도움을 받았네요."

저자는 이화여대 국어문화원에서 책임 연구원 등으로 일하며 국립국어원 원내 교육 과정에서 공공언어, 표준어 등 다양한 강의를 하고 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한국보건복지인재개발원 등 다양한 교육원에 출강하며 여러 교육생들을 만나고 있다. 사단법인 국어생활연구원에서도 보고서, 보도자료 쓰기, 어문규범 등을 가르치고 있다.

맞춤법에 예민한 시대
 
 <쉬워요 맞춤법!> 표지
ⓒ 마리북스
 
- 독자들이 꼭 알아야 할 맞춤법 몇 개를 소개하자면?

"먼저, 우리가 설문지, 은행 앱이나 키오스크 등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오류 표현인데요. '예', '아니오'에서 '아니오'예요. '아니요'로 써야 맞거든요. '아니오'는 '아니다'의 하오체로 '나는 의사가 아니오' 등에서 볼 수 있는 서술어예요. '예'에 대응하는 표현은 감탄사 '아니요'이고요. 최근에 '밤양갱'이라는 노래가 인기를 끌었잖아요? 거기서 놀란 것은 '다디달고 다디단'이라는 가사였어요.

많은 사람들이 '달디달다'로 알고 있는 것을 '다디달다'로 정확하게 쓴 것을 보고 작사가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반면에 최근에 텔레비전을 보는데 자막에 '괜시리'라고 쓰인 것을 보았어요. '괜스레'가 맞는데 잘못 쓴 것이지요. 대중매체에서 잘못 쓰면 그만큼 많이 영향을 끼칠 텐데 아쉬웠습니다."

-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독자가 있을까요?

"우리 사회가 생각보다 더 맞춤법에 예민해요. 기사에서 맞춤법을 잘못 쓰면 기자의 능력을 의심하고 맞춤법부터 지적하는 댓글이 수없이 달려요. 정치인들의 경우를 볼까요? 행사 방명록에 맞춤법에 맞지 않는 글을 쓰면 대중은 당장 비웃음을 보냅니다. 신뢰할 수 없다는 거예요. 이처럼 맞춤법에 예민한 시대이기에 글을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인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공개채팅방에 공지 사항을 올리셔야 하는 분, 하루에도 문자를 몇 번이나 보내야 하는 분, 블로그에서 멋지게 글을 쓰고 싶은 분, 인스타나 페이스북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다이렉트 메시지로 인사하고 싶은 분 등 글을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인 모든 분들이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세요. 문자나 메신저로 대화를 할 때 맞춤법이 틀린 경우를 보면 괜스레 틀린 맞춤법에 신경이 쓰이고 좋은 인상이었던 사람도 다르게 보인다고요. 보이는 글 너머로 글을 쓴 사람이 보이는 것이지요."

이 책을 미리 읽어보기는 했지만, 대화를 나눠 보니 저자와 이 책의 진정성(?)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저자 이름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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