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퀴즈?' 속 담긴 <유퀴즈>의 진짜 질문, 이거네요
[민종원 기자]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무엇일까? 당장 풀 죽어 있는 사람의 어지러운 마음마저도 따뜻하게 바꿔줄 수 있는 가장 빛나는 선물은 무엇일까?
누구나 끄덕거릴 만한 대답일 텐데, 그것은 다름 아닌 '듣는 눈'이다. 2018년 8월 뜨거운 햇볕과 함께 "유 퀴즈(퀴즈 푸실래요)?"라는 질문을 들고 첫 길을 나선 이후, 연예인 유재석은 늘 사람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겠노라는 그 마음을 눈빛으로 잘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보며 술술 이야기를 쏟아냈다.
<유퀴즈온더블럭>, 줄여서 <유퀴즈>는 지금은 <무한도전> 만큼이나 온 국민의 따뜻한 사랑을 듬뿍 받는 방송프로그램이 되었다. 돌아보면, 무작정 길을 나서 "뭐 하세요? 유 퀴즈?" 하며 사람들을 붙잡는 것은, 가만히 있던 사람도 갈 길을 찾게 만드는 부담스러운 질문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유 퀴즈?"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 '듣는 눈'을 가진 이들을 향한 마음길을 내어주며 '유퀴즈온더블럭'을 초대했다. <유퀴즈>는 길을 가다 만난 사람들과 얘기 나누기도 하고, 누군가를 카메라와 마이크 앞으로 초대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우리 함께 얘기해요'라 말하듯이.
<유퀴즈>가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 일상에서 언제든 마주칠 사람들의 삶에 나타난 치열한 열정과 땀방울과 그것들이 맺은 참 정직한 결실들 때문일 것이다. 내 삶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이는 삶들 속에서 사람들은 '모두의 이야기'가 담긴 우리네 세상을 새삼 포근히 안듯 바라본다. 나도, 우리 가족도 힘을 내보자, 하는 마음으로.
▲ <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 큰글자책 표지 |
ⓒ 비채 |
유재석은 평소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저 할머니들은 단체로 어디를 가시지?"아이고, 저분은 무슨 짐을 저렇게 들고 가셔?" 하며 호기심을 감추지 못한 혼잣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언주가 본 유재석의 그런 모습은, 정말 그가 '듣는 눈'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2018년 8월의 어느 날 참 뜨거운 햇볕 아래서 무작정 길을 가다 무작정 누군가에게 말을 걸며 첫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해 지금껏 성장해 온 프로그램 <유퀴즈>. <유퀴즈>는 그러니까 '듣는 눈'을 가진 유재석과 '끄덕여주는 귀'를 가진 조세호가 펼쳐온 찰떡같은 호흡이 빚어낸 그런 이야기이다.
"호기심은 사랑이다. 누군가는 오지랖이 넓다는 말로 폄하할지 몰라도, <유퀴즈> 작가인 나에게 타인과 바깥세상을 향한 관심은 필수 덕목이나 다름없다. 애초에 '저분은 여기서 뭐 하시나?'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더군다나 내 주변 최고의 호기심꾼이 진행을 맡고 있고, 오랜 시간 사람을 탐험해 온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 역시 호기심 많은 분들일 테니, 내가 어찌 호기심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책<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 41쪽
▲ <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 책표지 |
ⓒ 비채 |
작가 이언주가 <유퀴즈>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들 이야기를 다 담아낼 수는 없다. 그래도 그들의 많은 이야기들 중에 얼마간 담아낸 이 책은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듣는 눈'을 가진 사람과 찰떡처럼 보조를 맞춰 '끄덕여주는 귀'를 가진 사람이 모아들여준 이야기들이어서 눈과 귀를 더 붙잡는다. 보는 사람들마저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고픈 마음을 들게 하니까 말이다.
<유퀴즈>가 처음으로 만난 길 위의 누군가에게 "유 퀴즈?"를 던졌을 때 돌아온 답이 무엇이었는지, <유퀴즈>에서 높아지는 난이도의 문제들을 다 극복하고 처음으로 상금을 받은 사람은 누구인지 등이 이제는 모두 뒷이야기가 될 만큼 <유퀴즈>가 담아낸 자서전 같은 이야기들은 참 많이도 쌓였다. 앞으로도 채워져 갈 것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람들의 자서전 같은 이야기들을 미리 세상에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생각에 아마도 그것은 '모든 사람은 한 편의 드라마다'라는 <유퀴즈>의 마음이 사람들에게 가닿기를 바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누구라도 주인공이 될지 모를 <유퀴즈>의 무대에서 짧은 자서전을 마음껏 쏟아낼 생각을 다들 미리 한 번쯤 연습해 보라는 듯이 말이다.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것이 <유퀴즈>의 진짜 질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유퀴즈>의 공식 질문은 "유 퀴즈?"이지만 <유퀴즈>가 사람들 마음속에 남기는 질문은 '우리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라는 것일 테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들 자신들의 삶을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처럼 쏟아낼까 싶다.
사진값만 받을 뿐 수많은 이들에게 무료 예식을 해주시던 고 백낙삼 님, 축구 선수 김민재를 쏙 빼닮았고 바닥에 떨어진 인생을 다시 끌어올려 살아온 그의 인생을 높이 평가하는 자식의 칭찬에 눈물짓던 정동식 님. 바람에 술술 날아가는 5g의 종이비행기로 세상의 탄성을 자아내던 종이비행기 국가대표들, 그대로 잊히기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유품과 그들의 거처를 정리해 주는 특수청소 전문가 조명신 님, 그리고 그 외 수많은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 <유퀴즈>.
<유퀴즈>의 작가 이언주는, 책을 통해 <유퀴즈>에서 들은 이야기들은 세상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정말 우연히 만나 우연히 들은 많은 세상 이야기의 한 조각이라고 말한다. 조각을 조금 들었을 뿐인데도 인생이 느껴지고 내 삶이 보이는, 그들의 이야기이면서 내 주변 이야기이기도 한 이들의 이야기. 나름의 가치를 가진 그들 각각의 인생 드라마에 무언가를 섣불리 덧붙이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그래도 <유퀴즈>의 방송작가 이언주가 댓글 한 조각처럼 한 마디를 덧붙이듯 이 책을 낸 이유는 "수많은 출연자가 들려준 이야기 중 마음 깊이 공감한 부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번뜩이는 단상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8쪽, '프롤로그')는 생각 때문이다.
아직도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여전히 써 내려가고 있을 수많은 이들의 한 편 한 편의 인생 드라마. 그 드라마들을 찾아 <유퀴즈>는 오늘도 설레는 마음으로 이름 모를 사람들을 만나기를 기대하며 사람들의 마음길을 찾아 나선다.
덧붙이는 글 | <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 모든 사람은 한 편의 드라마다> 이언주 지음. 경기 파주: 비채, 2024. 1만692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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