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때문에 신용불량자 된 아내, '1월 1일'의 트라우마
[이준목 기자]
남편의 무책임한 경제관념과 폭력적인 행동이 초래한 트라우마로 인하여 이혼 위기에 빠진 부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6월 17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솔루션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에서는 '신뢰는 어렵고 용서는 더 힘든 신용부부'편이 그려졌다.
김상수-박은희 부부는 결혼 19년차를 맞이한 50대 중년 부부였다. 아내는 출연 이유를 묻는 첫 질문부터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괴로워하는 반응을 드러냈다. 아내는 모종의 사건으로 인하여 남편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 MBC 부부상담 솔루션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관련이미지. |
ⓒ MBC |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남편은 17년째 의류 도소매업을 하며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 출신의 아내는 생계를 위하여 아이돌봄에서 가정집 청소까지 여러 가지 단기 알바를 하루종일 하면서 힘들게 돈을 벌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는 매일같이 힘들게 몸쓰는 일을 하면서도 정작 식사는 지하철에서 고작 3500원 짜리에 불과한 저렴한 김밥으로 부실하게 끼니를 때웠다. 또한 차비를 이끼기 위하여 비오는 날에 한 시간 가까운 거리를 걸어서 이동하기도 했다. 아내는 "지금 저희 가족의 사정이 한푼이라도 어떻게든 아껴야하는 상황"이라고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유는 바로 남편 때문에 생긴 막대한 대출과 카드빚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남편은 19년간 아내에게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못하고 오히려 7천만 원에 이르는 빚만 쌓인 상태였다. 또한 남편의 가게운영을 위하여 막대한 양의 의류구매비를 모두 아내 명의의 대출로 충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촬영 당시 부부는 아내가 집을 나와 별거중인 상태였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저녁이 되어 남편의 가게에서 마주앉은 부부는 시종일관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아내는 "생활비도 카드값도 준다고 해놓고 한번도 주지 않았다. 당신은 말뿐이라서 믿을수가 없다"며 남편에게 쌓인 울분을 털어놨다.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던 남편은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거듭된 추궁에도 좀처럼 반박하지 못했다.
알고보니 남편은 13년전에도 사업 때문에 아내 카드로 돈을 썼다가 아내를 신용불량자로 만든 전적이 있었다. 아내는 무려 8년이 결려서 겨우 빚을 청산했지만, 이후 새롭게 발급된 신용카드로 또다시 남편의 카드빚이 생겨버린 것. 현재도 아내는 빚을 갚기 위하여 하루 열두시간 이상 꼬박 일을 해야했지만 점점 악화되는 재정상황을 감당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남편의 주장에 따르면 가게의 월매출은 1-2천만원에 이를만큼 수입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정작 이런저런 이유로 고정지출만 800만원에 이르렀고 그나마 남은 순수익도 다시 신용카드와 함께 의류구매비로 들어가 남는 돈이 없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남편은 "내가 죄인"이라며 자책하기는 했지만, 정작 심각한 재정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를 해결할 구체적인 계획이나 대책은 전무했다. 아내는 남편의 진지하지 못한 태도에 그저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내는 "내가 뭐 때문에 이렇게 살지? 정말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는 속마음을 드러내며 "예전에는 남편 때문에 빚이 쌓여도 화내지않고 도왔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잘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희망을 가지고 잘살아보려고 했던 건데, 화를 안냈던 게 바보인가. 후회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토로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남편의 이야기에 따르면 현재 사업을 하면서 쌓인 빚은 약 1억 6천에 이른다고. 그러면서도 남편은 업무용을 병행하는 개인차량에 굳이 비싼 외제차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나 실소를 자아냈다. 또한 남편은 아내와 패널들의 거듭된 사실확인과 논리적인 지적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말을 얼버무리거나 동문서답같은 변명에만 급급하며 좀처럼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남편은 경제적인 개념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날카롭게 핵심을 지적했다. 이어 "남편은 사업을 운영하면서 수입과 지출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용할지에 계산이 없다. 이러한 남편과 살아가는 아내는 '미래가 암담하다,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부부는 나이가 들어 '노년 빈곤'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냉철하게 현실을 일깨웠다.
절대 잊을 수 없는 끔찍한 기억
한편으로 경제적 문제 외에 부부가 별거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된 사건이 또 하나 있었다. 아내는 남편과 헤어지고 오랜만에 딸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문제의 '1월 1일 사건'을 꺼냈다. 당시 아내는 교회 예배에 참석하느라 남편의 전화를 받지못했고, 이 일을 빌미로 그동안 돈 문제로 쌓여왔던 앙금이 한꺼번에 터지며 심한 부부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감정이 상하여 서로 험한 말을 주고받았던 부부는, 급기야 물리적인 폭력이 오가는 심각한 상황까지 치달았다. 아내에게는 절대 잊을수 없는 끔찍한 기억으로 남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럼에도 아내는 아이들을 생각하여 한번은 참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이후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이 두 번째로 욕설을 하는 사건이 또 벌어지자 아내는 결국 두려움에 집을 뛰쳐나왔다고 한다. 그로부터 한동안 아내는 일정한 거처없이 떠돌이 생활을 해야만 했다.
평소에도 가끔식 욱하는 성격이 있다는 남편은 "할말이 없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당시 상황은 부부싸움을 하면서 험한 이야기가 서로 오가다가, 아내가 홧김에 했던 도발적인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흥분했다고. 다만 남편은 아내를 상습적으로 구타한 것은 아니고 사건 이후로 몇 번이나 사과를 했다며, 아내가 지금까지도 자신을 두려워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아내는 "남편이 내가 더 이상 경제적인 도움을 안주니까 나를 싫어하는구나. 이 사람은 나를 돈으로밖에 생각 안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하며 고통스러웠던 심경을 떠올렸다.
오은영은 "폭력은 범법이다.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라 하면 안 되는 거다"라고 결코 간단하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일침을 놓았다. 부부간 폭력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못하는 남편을 향하여, 오은영은 "이건 엄청나게 수위가 높은 사건이다. 정신과 전문의나 이혼변호사 백명에게 물어봐도 모두가 이혼을 권유할만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VCR 촬영기간 중 아내는 남편의 거듭된 요구로 일단 집에 귀가하여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과 막상 집에서 둘만 있어야하는 상황이 되자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촬영을 주저했다.
결국 아내는 카메라로 집안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으며 유사시 제작진이 집밖에서 대기하겠다는 확인을 받고나서야 결국 귀가를 수락했다. 아내는 "집안에 들어가서 또 남편과 싸우게 된다면, 내가 죽거나 남편과 완전히 찢어진다는 각오로 용기를 냈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게 남편과의 힘든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진짜 이유에 대하여 "아이들 때문"이라고 속내를 고백했다. 아내는 당장 이혼을 하면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을 데려올 수 없는 경제적 현실을 고백하며 애틋한 모정으로 듣는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부부를 위한 최종 힐링리포트가 내려졌다. 오은영은 평소보다 심각한 표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내의 안전한 환경"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현재 아내는 이미 솔루션을 받기전에 남편의 요청으로 일단 집에 귀가한 상태였다.
하지만 오은영은 본인이라면 그런 솔루션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내가 충분히 심리적으로 준비되지않은 상태에서 화해를 권유하는건, 솔루션이 아니라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가장 먼저 아내의 안전을 우려했다.
이어 오은영은 잠시 무겁게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두 번째 솔루션을 전했다. "만일 1월 1일 사건이나 부부에 이전에 겪었던 어려움이 반복된다면, 그때는 부부가 이혼하시기를 권한다"라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렸다. 예상을 벗어난 오은영의 단호한 솔루션에 분위기는 한층 숙연해졌다.
비로소 미소를 되찾은 아내는 "제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남편에게 통하지 않았는데, 오은영 박사와 MC들이 따끔하게 말해주셔서 감사하다. 남편이 실천하고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앞으로 좋은 가정을 꾸려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남편 역시 "제가 잘못했다고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상담을 통하여 많이 느꼈다"고 털어놓으며 변화를 다짐했다. 모든 상담을 마치고 오은영과 패널들은 따뜻한 포옹과 격려로 부부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부부는 이후 심각한 재정상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재무상담을 받기 시작했다는 후일담을 남기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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