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매체 "푸틴 방북은 일석삼조, '한반도 카드'로 서방에 반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만에 평양을 방문하는 18일 중국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북·러 정상회담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관영 신화사 계열의 SNS는 이날 관련 기사를 통해 “미국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카드, 코카서스 카드, 경제 제재 카드를 쓰자, 러시아 역시 한반도 카드, ‘동쪽을 보라(向東看)’ 카드로 반격했다”고 분석했다.
신화사 산하 잡지인 『환구(環球)』의 류훙쭤(劉洪昨) 전 부총편집이 운영하는 위챗(微信) 공식계정 ‘뉴탄친(牛彈琴)’은 “분명히 꽃과 박수, 초대형 환영 장면이 펼쳐지고,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의’를 포함한 중요한 협력 문건에 서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는 푸틴의 외교 수단이며, 이번 순방은 일석삼조”라고 지적하고 러시아의 세 가지 노림수를 열거했다. ① 우크라이나 평화회의 폐막 시점에 맞춰 러시아도 '친구'가 많음을 과시하면서 ② 북·러 양국 관계를 실질적인 협력으로 한층 밀접하고 깊이 있게 강화하고 ③ 미국과 서방의 포위에 '한반도 카드' 등을 활용해 반격하는 게 푸틴의 구상이란 설명이다.
특히 해당 기사는 지난 2년간 이어진 북·러 밀착과 푸틴 방북이 한국과 미국을 겨냥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자신감을 돕고 특히 러시아의 도움으로 북한 미사일과 위성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이는 한국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미국은 러시아가 도움을 받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며, 러시아가 급하게 필요한 무기를 북한이 보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뉴탄친은 지난 13일 린젠(林劍) 외교부 대변인의 “환영” 발언을 소개했다. 린 대변인은 당시 한국 언론의 질문에 “러·북 사이의 양자 교류 계획은 논평하지 않겠다”면서도 “원칙상 중국은 러시아와 관련 국가가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북·중·러 두만강 협력 논의 전망
북·러 평양회담을 통해 중국이 얻을 실리도 언급했다. 뉴탄친은 “푸틴이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체결한 중·러 공동성명은 북한과도 관련이 있다”며 “중·러 양측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중국 선박이 투먼강(圖們江·두만강) 하류를 통해 바다로 출항하는 사안에 건설적인 대화를 진행한다”고 했다.
매체는 두만강을 통한 출항 문제가 "중국인의 영원한 고통”이라고 표현하면서 “세 나라가 관련됐고, 강 하류의 준설, 북·러를 잇는 작은 다리의 처리와 관련돼 3국 간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두만강 하구의 북·중·러 협력 가능성은 일본 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12일 “러시아는 극동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중국 선박의 두만강 출항 문제에 부정적이었지만, 이번 공동성명에 중·러·북 대화 개시를 언급한 배경에는 3국 간 역학관계의 변화가 자리한다”며 동북아 안보에 끼칠 영향을 우려했다.
중·러 사전 협의 가능성
중국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지난 10일 러시아에서 열린 중·러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전 통보 받았을 것이란 게 베이징 외교가의 관측이다. 당시 왕이(王毅) 중국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은 러시아 노브고로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지역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양국 외교부가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왕이·세르게이 회담에 배석했던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18일 한·중 2+2 외교안보 회담을 위해 서울을 방문했다. 때문에 푸틴의 방북 관련 사안이 한·중 회담의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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