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오송참사 날라, 감사원 “환경부, 홍수방어 세부기준 부실"

박태인 2024. 6. 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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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차량 침수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 사고현장에서 군과 경찰, 소방당국이 합동으로 실종자 수색과 함께 배수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환경부가 인구 및 자산 밀집도에 따라 지방 하천의 치수 중요도를 구분한 홍수 방어등급(A~D)을 만들어 놓고도 이에 대한 세부기준은 마련치 않아 관련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공개됐다. 2025년부터 시행될 4대강 수자원관리계획의 근거가 되는 수자원관리계획 용역(93억원)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감사원은 18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하천 범람에 따른 지하공간 침수 대비실태’ 주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2022년 9월 포항 냉천 범람으로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8명이 사망하고, 지난해 7월 세종 미호강 범람으로 14명이 사망한 오송 참사 뒤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환경부와 재난관리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환경부는 2018년 12월 개정된 하천 설계기준에 따라 하천 주변의 인구와 자산 밀집도 등을 구분해 치수 수준을 결정하는 선택적 홍수방어 등급(A~D등급)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이행하기 위한 세부 기준은 마련하지 않아 지자체가 지방 하천에 홍수 위험도를 고려치 않은 치수 계획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홍수 관리 최고 수준인 A등급(인구·자산 밀집, 산업단지 및 주요 국가기간시설 위치 지역)으로 분류된 지역 내 21개 하천에 대한 감사원 점검 결과 15개 하천의 경우 홍수 등급보다 낮은 치수 계획이 적용돼 범람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4년 1월 세종시에 위치한 금강 세종보 전경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감사원은 2025년부터 10년간 시행될 4대강 수자원관리계획의 근거가 되는 수자원관리계획 용역 보고서도 부실하게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주요 하천에 대한 홍수관리 분석이 누락되거나 함숫값 입력 오류로 홍수 피해 취약 정도가 잘못 산정됐는데, 용역 보고서 내 홍수관리 A등급 치수구역 211개 중 44%에 해당하는 93건에서 평가 오류가 확인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아직 4대강 관리 계획이 최종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며 “용역 보고서를 수정해 다시 정부 계획에 반영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행안부에 대해선 침수 위험이 높은 지하차도에 대해 담당 지자체가 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음에도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홍수위험 지하차도 위치 정보를 활용해 전국 1086개 지하차도를 분석한 결과 182개가 홍수 발생 시 침수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그중 159개소의 지하차도는 근처 하천의 수위 정보 등에 기초한 침수 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또 132개소에는 진입차단시설이 없었고, 인명피해 우려 지하차도로 지정된 곳은 37개소(20.3%)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환경부와 행안부에 시정 요구와 함께 주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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