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세대의 함정카드 루카쿠, 덩치는 산만하지만 마음은 새가슴… 그가 각성해야 벨기에가 산다

김정용 기자 2024. 6. 1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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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멜루 루카쿠(벨기에).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로멜루 루카쿠가 국가대표 주요 대회에서 이름값을 하는 미래는 오지 않았다. 어느덧 31세지만 오히려 메이저 대회 경기력은 경력이 쌓일수록 줄어들기만 한다. 루카쿠가 기량에 비해 중요 경기에서 움츠러든다는 건 벨기에 황금세대의 가장 큰 약점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듯하다.


18일 오전 1시(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레나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조별리그 E조 1차전을 치른 벨기에가 슬로바키아에 0-1로 패했다. 현재까지 대회 최대 이변이다. E조는 벨기에 외에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 강호가 없어서 벨기에의 조 1위 조기확정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벨기에 멤버가 예전만 못하다지만 이는 중원과 수비 이야기고, 공격은 여전히 화려하다. 최전방의 루카쿠를 2선의 레안드로 트로사르, 케빈 더브라위너, 제레미 도쿠가 받치는 화려한 조합이었다. 교체투입된 공격자원은 요한 바카요코, 로이스 오펜다, 도디 루케바키오 등 역시나 화려했다. 그러나 무득점이었다.


벨기에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부터 심각한 빈공을 이어왔다. 기회는 만드는데 마무리를 못하는 게 문제다. 두 대회 통틀어 최근 47번의 슛 중 하나도 넣지 못했고, 그 중 통계상 결정적 기회로 분류되는 것이 11회나 있었다.


도메니코 테데스코 감독이 끝까지 믿고 맡긴 루카쿠의 침묵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벤치에 준수한 공격자원 샤를 더케텔라러가 있었지만 루카쿠에게 전방을 맡기고 더케텔라러는 투입하지도 않았다.


루카쿠는 슛 3회 모두 그리 위협적이지 않아 쉽게 막혔다. 또한 루카쿠가 골망을 가른 슛 2개가 있었지만 모두 비디오 판독(VAR) 후 취소됐다. 하나는 오프사이드, 하나는 동료의 핸드볼 때문이었다. 유로 한 경기에서 VAR로 2골이 취소된 선수는 루카쿠가 역대 처음이다. 운도 없었다.


메이저 대회, 즉 월드컵 및 유로 본선에서 루카쿠는 유독 약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골에 그쳤다. 그나마 이 골은 16강 연장전에서 미국을 꺾고 팀을 8강으로 올려보낸 결승골이었기 때문에 순도는 높았다.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루카쿠의 골이 팀을 살려낸 적은 한 번도 없다. 유로 2016 조별리그에서 아일랜드에 3-0 대승을 거둘 때 멀티골을 넣었지만 쉬운 경기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달라진 전술의 수혜를 받아 마침내 메이저 대회 부진을 씻어내나 기대를 모았다. 당시 루카쿠는 4골이나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골의 내용을 보면 파나마 상대로 3-0 승리, 튀니지 상대로 5-2 승리를 거둔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각각 2골씩 넣었을 뿐 토너먼트에서는 골을 넣지 못했다.


유로 2020 본선에서도 4골로 나쁘지 않았고, 그 중 토너먼트 득점도 있었다. 8강에서 이탈리아 상대로 1-2 탈락할 때 팀의 유일한 골을 넣었다. 다만 골의 내용을 보면 이미 이탈리아에 2골 내주고 끌려갈 때 넣은 골인데다 페널티킥이었다.


그래도 대부분의 메이저 대회에서 골을 넣긴 했는데,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그의 부진은 절정에 달했다. 벨기에가 충격적인 조별리그 탈락을 당한 건 루카쿠의 무득점 탓이 컸다. 부상을 달고 당시 대회에 나섰다가 1, 2차전을 결장하고 3차전에 나섰는데 짧은 시간 동안결정적인 기회를 연거푸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놓쳤다. 얼마나 분했는지 주먹으로 벤치 시설을 쳐 깨뜨리기도 했다.


루카쿠의 A매치 기록은 116경기 85골로 엄청난 득점력을 자랑하는데, 그 비결은 예선의 제왕이라는 점이다. 월드컵 및 유로 예선에서 통산 38골이나 넣었다.


로멜루 루카쿠(벨기에 축구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로멜루 루카쿠(AS로마). 게티이미지코리아

특히 이번 유로 2024 예선 과정에서 루카쿠는 전체 참가선수 중 최다골인 14골을 기록했다. 스웨덴 상대로 해트트릭, 아제르바이잔 상대로는 무려 한 경기 4골을 몰아쳤다. 이처럼 유로 본선을 앞두고 루카쿠가 국가대표팀에서 쾌조의 득점 감각을 유지한 건 이번 본선이야말로 더 나을 거라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대는 배신당했고, 벨기에는 월드컵의 악몽을 다시 꾸고 있다. 아직 루카쿠에게 반전의 기회는 있다. 이번 대회에서 단 1경기만 치렀을 뿐이다. 그리고 유로는 조 3위 팀도 와일드카드 제도를 통해 16강에 갈 수 있어 16강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충분하다. 루카쿠에게 남은 건 토너먼트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득점이다. 그 미션만 달성한다면 이제까지 10년간 쌓인 아쉬움을 한 방에 날릴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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