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EW]사상 첫 파업 삼성전자의 노조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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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내 최대 규모 노동조합인 전국 삼성전자 노조가 창립 55년 만에 처음으로 단체 행동에 나섰다.
최근 실적 악화로 인한 성과급 불만을 중심으로, 노조는 성과급 개선을 요구하며 집단적인 연차 사용을 통해 파업을 단행했다.
칩 공급 및 반도체 생산에 영향을 미치거나 출하량 부족 사태를 야기하진 않더라도 삼성전자는 이제 '노조 리스크'에서 안전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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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통해 단체행동 가능성 줄여야
삼성전자 사내 최대 규모 노동조합인 전국 삼성전자 노조가 창립 55년 만에 처음으로 단체 행동에 나섰다. 최근 실적 악화로 인한 성과급 불만을 중심으로, 노조는 성과급 개선을 요구하며 집단적인 연차 사용을 통해 파업을 단행했다. 6월7일은 현충일과 주말 사이의 금요일로, 일명 징검다리 연휴였기 때문에 즉각적인 업무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위기 경영을 선언하고 인공지능 칩 생산 및 반도체 사업 재정비를 통해 주주를 안정시키고 있던 시점에서 사측은 또 다른 리스크를 떠안은 셈이다.
칩 공급 및 반도체 생산에 영향을 미치거나 출하량 부족 사태를 야기하진 않더라도 삼성전자는 이제 ‘노조 리스크’에서 안전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해야 한다. 반도체 및 칩 생산 업계에서 노조 리스크는 생산량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위치를 켰다 끄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파업을 통한 업무 중단은 곧 위기를 뜻한다. 반도체 공장은 재가동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0년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에서 단 1분여간 정전이 발생해 수백억원대의 피해가 있었으며, 재가동에는 3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텍사스 오스틴 사업장에서 한파와 전력 문제로 한 달간 공장을 폐쇄했을 때는 2억9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노조의 단체 행동으로 업무가 전체 중단될 시, 또는 파업 기간이 길어질 시 감당해야 하는 손해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다른 해외 반도체 기업 및 IT 기업들도 노조 문제에 직면할 수 있지만 경쟁사인 인텔(미국)이나 TSMC(대만)의 경우 대체로 노조 리스크가 적다. 미국 기술 기업은 해고와 고용이 자유롭다는 점, 노동자의 권리와 함께 사측의 권리도 보호받는 법의 틀 안에서 노조로 인한 리스크를 줄여왔다. 파업 기간에 대체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고, 불법이라고 생각되는 파업에 대해서는 고용주가 법원에 파업 진행 중단 명령을 요청하여 방어할 수 있다. 즉, 미국에서는 노동권도 보장되지만 노동조합으로부터 기업도 보호받을 수 있다. TSMC는 대만의 법적 환경과 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노조 활동이 미미하다. 대만의 기업들은 대체로 가족주의적 기업 문화를 표방하는 데다가, 노동 규제 및 노동법도 기업 친화적인 편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애플의 경우 중국 하청업체들이 아이폰과 애플 제품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러한 업체들이 노조 문제로 인해 생산을 중단하는 일은 없었다. 중국에서는 독립적인 노동조합의 설립이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회사별로 자체적인 노동조합의 결성과 활동은 사실상 불가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노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별로 노동법에 따라 노조 리스크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특정 지역에 의존하지 않고,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 생산 기지를 분산시켜 노조 리스크 및 지역적 리스크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더불어 공급망의 유연성을 높여 특정 공장 및 지역에서 발생한 생산 차질이 전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적인 접근법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노조와의 협상과 대화를 통해서 공급망에 차질을 주는 단체 행동의 가능성을 꾸준히 낮춰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무노조 경영으로 50여년간 회사를 운영해온 만큼 노조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대응이 절실하다.
경나경 싱가포르국립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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