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북, 김주애 외교 데뷔 무대 될까…北 세습 '굳히기' 기회
24년 만에 이뤄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일정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가 등장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독재 체제에서 최고지도자의 자녀가 외교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건 후계구도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18~19일 이뤄지는 푸틴의 세세한 평양 일정은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예고된 환영 연회 같은 친교 자리나 공항 영접식에서 주애가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2019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북 때는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공항에 함께 나왔다.
이번에 주애가 등장한다면 외교적으로 데뷔 무대가 된다. 격상이 예상되는 북·러 관계에 맞춰 주애가 데뷔전을 치르게 되는 셈인데, 남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김정은 입장에선 푸틴이 백두혈통 4대 세습을 ‘축복’한 것처럼 포장할 수도 있다.
주애를 외교적 행사에 내세우기는 아직 무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아직 주애의 나이가 어린 데다 벌써부터 후계구도를 굳힌 것처럼 보이는 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김정은 입장에서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에도 북한은 중요한 외교 행사를 통해 후계구도를 강조하곤 했다. 김일성은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아시아·아프리카 정상 회의에 김정일을 대동했다. 일명 반둥회의로 불리는 해당 행사에 김씨 부자의 등장은 북한의 비동맹외교 기조를 상징하는 역사적 장면으로 남았다.
김정은도 김정일을 따라 외교 행사에서 존재감을 부각했다. 2010년 8월 김정일은 중국 창춘(長春)에서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공산당 총서기에게 김정은을 인사시켰다.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다는 사실을 중국에 알리는 ‘왕세자 책봉식’ 격이었던 셈이다. 북·중 친선 관계를 강조하는 동시에 김정은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김정은 역시 이번 푸틴의 방북을 비슷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추측도 그래서 나온다. 푸틴의 두 딸도 최근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양측 간 전통과 유서 깊은 우호관계를 강조하는 맥락을 넘어 “우리들의 후대가 국제사회의 한 축으로서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자”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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