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곁 지킨 의사 더 많았다…서울대 제외 빅4 사실상 정상진료

이보람, 장서윤, 박종서 2024. 6. 1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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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8시 10분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혈액종양내과 셔터 문이 열리자 기다리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보람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8일 전면 집단휴진을 선언했지만 ‘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병원들은 사실상 정상 진료가 이뤄지며 큰 혼란이 빚어지지 않았다. 빅5 병원은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5개 수도권 소재 대형 대학병원을 일컫는다.

이날 찾은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는 오전 7시부터 치료·검사를 받으려는 환자와 보호자 등이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8시10분쯤 혈액종양내과 진료공간의 셔터가 올라가자 셔터문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환자와 보호자 10여명이 일제히 안으로 들어갔다. 종양내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80대 모친과 병원을 찾았다는 백모(60대)씨는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치료 못 받는 일이 생길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진료가 연기되거나 취소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전체 교수진 600여명 중 약 1.6%에 해당하는 인원만 자리를 비웠다. 의협 휴진에 참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차를 냈는지도 불분명하다. 병원 관계자는 “10명 미만 교수가 개인적인 사유로 연차를 냈다”며 “진료나 수술 등 병원 운영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18일 서울성모병원 부인암센터·산부인과·자궁근종센터 앞 스크린에 교수 4명이 이날 휴진 표시가 돼있다. 장서윤 기자


서울성모병원에서도 일부 의료진이 휴진했지만 대부분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이비인후과의 경우 수납 대기 번호는 오전 11시 기준 290번까지 올라갔고 ‘휴진’이 표시된 교수는 없었다. 이 병원 한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휴가를 간 교수는 10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도 대부분 과에서 정상적으로 진료나 수술이 이뤄지며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만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2월부터 이어진 의정갈등에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암 치료를 위해 이틀 전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와 이날 아산병원을 찾은 박모(70)씨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의료서비스를 받겠다는 건데 오는 7월부터 교수들도 휴진을 한다고 하니 계속 압박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상화에 대한 기대도 사그라들었다”고 말했다. 김모(54)씨도 “아들 백혈병으로 병원을 다니는데 의료계 집단행동 전에는 1주일에 한번씩 오다가 최근엔 2주에 한 번씩 방문한다. 언제 정상화 될 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라고 했다.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외래접수처. 환자 및 보호자 세명이 직원과 대화 중이다. 박종서 기자

지방에서 올라왔다가 교수의 휴진 안내를 받지 못해 발걸음을 돌린 환자도 있었다. 4년 전 림프암 4기 판정을 받고 성모병원에서 치료 중인 채모(70)씨는 “땅끝마을 해남에서 올라왔는데, 교수님 세미나 가시는 걸 몰라서 오늘은 검사만 하고 5일 뒤에 다시 와야 한다”며 “하루 만에 끝날 것을 또 와야 하니까 힘들다”고 했다.

의협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서 총궐기대회를 연다. 의협은 지난 17일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집단휴진과 총궐기대회를 예고하며 “휴진과 궐기대회는 의사들만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주장했다.

이보람·장서윤·박종서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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