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또 외면... 여당도 장관도 없는 국토위
[곽우신, 남소연 기자]
▲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개문발차했지만, 여당과 관련 부처 장·차관의 불참 속에 예정된 일정을 진행하지 못한 채 산회하고 말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다른 야당과 함께 주요 11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하고 상임위원 배분도 마쳤지만, 여당이 거세게 반발하며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 역시 '여야 합의가 안 됐다'라는 이유로 국회 일정에 불응하고 있다. 여야 모두 '민생'을 챙기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국회 상임위원회가 공전하며 민생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모양새다. 당장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후속 입법이 막힌 상황에서, 여권이 또다시 피해자의 눈물을 외면한 셈이다.
국토부 장·차관 불참에 결국 무산된 현안 보고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18일 오전 국토위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전세사기 등 주요 현안에 관한 보고'를 위한 자리였지만, 입법부에 현안을 보고해야 할 국토교통부장관과 차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야당 간사를 맡은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정말로 안타깝다"라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오늘 전체회의는 전세사기 피해자 현황을 점검하고 정부의 지원대책을 보고받는 중요한 자리였다"라며 "전세사기 피해는 목숨을 끊은 사망자만 8명이고, 전국적으로 피해자만 3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재난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피해자를 외면하고 용산의 눈치만 보며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국가의 의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집권여당 역시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다"라며 "'시행령으로 하면 된다' '법률상 권한도 없는 특위를 만들어 활동하면 된다'는 집권여당이나 용산과 여당의 허락 없이는 국회에 나오지 못하는 국토부장관이나 참 한심하다"라고 꼬집었다.
문 의원은 "일하기 싫다면 야당의 의정활동을 방해하지 말고, 국정운영을 할 생각이 없다면 국민을 위해 과감하게 내려놓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전국의 수많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국회와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국민의힘 그리고 국토부 관계자 여러분 국회로 돌아오시라. 이제 그만 떼쓰고 그만 눈치 보고 일하자"라고도 날을 세웠다.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등 부처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불출석해 파행을 빚고 있다. |
ⓒ 남소연 |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대책이 너무 실망스럽다. 꼭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대 피해자의 유서 한 대목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전세사기로 전재산을 잃고 수억원의 빚을 떠안게 된 40대 남성 분은, 선구제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전세사기특별법이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바로 그날 목숨을 끊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바로 지난달 1일에 목숨을 끊은, 38세였던 여덟 번째 피해자는 정부로부터 피해자 인정을 받지 못해서 불안해하면서 발을 동동 굴렀고, 절망감에 새벽을 끊은 같은 날 오후 뒤늦게 피해자로 인정 통보를 받았다"라며 "정부가 하루만 빨랐다면 이 분은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도 강조했다.
"절망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여당은 상임위원장을 자신에게 달라고 하면서 불참하고 있고, 피해자에게 희망을 만들어 드려야 하는 정부 역시도 여당의 지시에 의해서 동반 결석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여당은 두말하지 말고, 국회 회의장에 들어와서 피해자들께 사과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구제법안을 심의하시라"라며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 이 무거운 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이처럼 야당 의원들은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고 여권을 규탄했다. 이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청문회 실시 계획 채택의 건을 상정해 채택했다. 청문회 증인 및 참고인을 채택해 법률에 따라 출석을 요구하기 위함이다. 증인으로는 국토부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해 13명, 참고인은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 등 11명이다. 청문회는 오는 25일 오전 11시에 실시할 예정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