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은 언제까지 소외주주로 남아야 하나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신인규 2024. 6. 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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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신인규 기자]
17일 장후에 공시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가격비교 플랫폼 다나와, 해외직구 사이트 몰테일 등을 운영하는 커넥트웨이브가 ‘상장폐지 및 완전자회사화를 위한 포괄적 주식 교환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주식을 다 모아서 상장폐지를 할테니, 아직까지 주식을 팔지 않고 있는 소액주주들한테는 주당 1만8천원 정도를 쳐주겠다는 뜻입니다.

이 회사는 앞서 자진상폐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해왔습니다. 공개매수가 뜻대로 잘 되었다면 포괄적 주식 교환절차 공시는 올리지 않아도 되었겠지요. 공개매수가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시장은 공개매수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을까요?

맥락이 있습니다. 커넥트웨이브의 전신인 다나와는 한 때 주당 3만원을 훌쩍 넘는 주식이었습니다. 높았던 주가는 다나와가 코리아센터와 합병하고 커넥트웨이브라는 새로운 이름을 단 뒤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합병 비율이 다나와에 불리했고, 배당도 일부러 하지 않으면서 주가를 고의로 낮췄다는 것이 소액주주 연대의 주장입니다. 합병이 결정된 당시 다나와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1~12배 수준이었고 코리아센터는 60배가 넘었고 영업이익률도 당시 다나와(20%대)가 코리아센터(5%대)보다 월등했음에도 합병비율은 다나와 0.3 대 코리아센터 1 수준으로 정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하락했다는 겁니다.

소액주주연대는 현재 회계장부 열람 등사 등을 포함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입니다. 소액주주 측에서 커넥트웨이브 상장폐지 운동을 진행 중인 이승조 다인인베스트 대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되더라도 (이래서는 안 된다는) 기록을 남겨놓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비단 이 곳 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DN오토모티브와 동아타이어 합병 과정에서도 동아타이어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결정이란 불만이 소액주주로부터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사모펀드가 됐건 대주주가 됐건,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보고, 구제도 쉽지 않아보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관찰됩니다.

이건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닙니다. 주주자본주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무엇이, 누가 우리나라에서 주주자본주의를 훼손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고쳐야 정부가 그렇게 부르짖는 밸류업이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물론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야기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상법에 명문화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습니다만 그게 다는 아닐 겁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법 제176조의5는 상장 법인이 합병할 때에 합병가액 기준을 주가로 하도록 규정합니다. 합병가액의 적정성을 평가받아야 할 때의 기준 역시 자산가치가 아니라 주가입니다. 좋은 기업의 주가를 얼마 동안 억지로 눌러서 싸게 합병한 이후에 나중에 누군가가 이득을 챙기는 일이 가능한 구조라는 뜻입니다. 미국이라면 시가가 공정가격과 격차가 클 경우엔 회사가 제3의 기관에 의뢰하고, 새로운 가격을 받아 이를 이사회가 최종 결정하는 식으로 이루어졌을 겁니다. 대주주의 의지와 반대되는 결정을 내릴 때에도 ‘상법상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는 핑계로 소신을 지킬 수 있겠지요. 이런 일은 아직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입니다.

엄밀히 따졌을 때, 우리 자본시장은 아직 선진국 수준으로 투명하거나 제도가 잘 짜여있다고 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공개매수 직전이면 거래량이 급증하는 예는 빈번한 데 비해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처벌받았다는 사례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제도 관련 팩트가 제대로 시장에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 회장은 ‘경제 단체의 후원을 받는 일부 학자들이 사실을 뒤집어 이야기하고, 언론들이 거짓을 그대로 받아적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상법에 ‘이사의 충실 의무’를 규정하는 데 논란이 이는 것 자체를 비판한 겁니다.

여러 잡음 속에서 나오는 변증법적인 희망이라고 할까요. 최근 들어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주주자본주의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는 기대도 함께 갖게 됩니다. 특히 소액주주들의 입장에서 주주들이 결집할 수 있는 액트와 같은 플랫폼이 계속 등장하고, 정부 차원의 밸류업 정책들이 나온다는 점은 그런 기대를 더욱 키웁니다.

소액주주가 소외주주로 방치되지 않으려면 이렇게 모인 작은 눈덩이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크게 굴러갈지가 중요하겠지요. 상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와 함께, 주주들의 힘이 얼마나 모일지가 중요한 시점이겠습니다.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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