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에 좌초됐던 노란봉투법,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돌아왔다
[조혜지, 남소연 기자]
▲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신장식 조국혁신당, 윤종오 진보당 의원을 비롯한 야6당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노란봉투법 재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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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일명 노란봉투법(노조법2·3조)이 야6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 87명 의원들의 공동 발의로 다시 돌아왔다. 노란봉투법은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 남용으로 기업이 노동자의 파업 등 쟁의 행위를 방해하는 행위를 막고,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 사용자의 책임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2대 야6당표 노란봉투법, 이게 다르다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할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현행 규정을 삭제해,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일하는 사람들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ILO(국제노동기구) 등 국제기구의 권고를 따르도록 함."
22대 야6당이 제시한 노란봉투법안에는 그동안 노동자들의 지위를 축소시켜 쟁의활동을 위축시킨 조항으로 제기돼왔던 노조법 2조 4호 라목이 삭제됐다. '모든 노동자 보호'라는 법안 취지를 더 두텁게 한다는 의도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공동 대표 발의자로 이름을 내걸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한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22대에선 보다 진전된 내용으로 노조법 2, 3조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노동 약자라 칭하며 이들에 대한 적극적 지원 입법을 약속했는데, 노조법 2, 3조 개정은 한국 사회의 가장 취약한 노동자인 하청, 비정규직, 플랫폼,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권리보장 입법이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 법마저 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면 (윤 대통령이) 이야기한 게 단순한 레토릭(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임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야6당뿐 아니라 민주노총·한국노총 및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도 함께 참여했다.
이 의원은 22대 발의 법안의 핵심을 설명하면서 "21대 국회에선 근로자 정의 개정 부분이 전혀 반영이 안 돼 있는데, 이 부분을 중심으로 여러 노동현장에서 갈등이 양산돼 왔다"면서 "고용형태와 분쟁 상태가 급속도로 다변화돼 왔기에, (노동자 정의 부분이) 반드시 개정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조국혁신당 의원 12명 전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에도 당론 채택을 요청했다. 신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부탁드린다"면서 "민주당에서도 당론으로 이 공동발의 법안을 채택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덧붙여 윤 대통령을 향해선 "또다시 거부한다면 대통령을 거부하는 국민의 마일리지가 할증으로 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당론 채택은? 이용우 "이번 주부터 본격 논의" 진성준 "당론 확정할 것"
실제로 지난 13일 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선 관련 법안이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은 바 있다. 이용우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나 "지난번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은 것에는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면서 "이 부분 또한 당론 채택 과정을 밟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안 숙의 과정에 따라 당론 채택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해 상임위가 진행될 예정이라, 논의 과정을 지켜 봐야한다"고 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후 국회 본청에서 진행한 정책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은 당론 발의를 할 것"이라면서 "(정책 의총에선) 거부권 행사된 노란봉투법보다 노동권을 더 강화하는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당론을 모으는 데 결론을 내지 못했고, 좀 더 논의해 당론으로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은 보완된 노조법 개정 내용에 적극 동의할 것이라 본다"면서 "(민주당) 내부 논의 보단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서 (개정안을) 거부하는 사태로 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노조법 2, 3조 중 '진짜 사장 교섭권'을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택배노동자는 대리점이 아닌 택배회사와, 도로교통 자회사 노동자는 도로교통 이사장과 직접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이 진심으로 노동시장 이중 구조 해소를 바란다면 노동자 때리기를 중단하고 진짜 사장 직접 교섭법을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계는 국회를 향한 당부를 전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폭넓게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고 더 강하게 사용자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면서 "국회가 최후의 보루로 노동자와 서민의 권리를 지키도록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또한 "ILO 이사회 의장국이라는 국제적 위상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노동3권을 보장해달라는 개정안을 30년 넘게 처리하지 못하는 현실"이라면서 "노조법 2, 3조는 도저히 물러설 수 없는 노동자의 피와 심장 같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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