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대왕고래 프로젝트, 국민을 위한 선택인가

박소연 2024. 6. 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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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포항 앞바다 수심 2㎞ 심해에 최대 140억배럴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전을 찾는 탐사 프로젝트명은 '대왕고래'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이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한 이후 전 국민적 관심과 논란,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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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포항 앞바다 수심 2㎞ 심해에 최대 140억배럴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전을 찾는 탐사 프로젝트명은 '대왕고래'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이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한 이후 전 국민적 관심과 논란,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시추탐사도 하기 전에 탐사자원 추정량의 최대치를 부각시켜 대통령이 서둘러 발표한 파장이 예상보다 크다.

정치권에선 왜 실무자가 아닌 대통령이 갑작스레 발표했는지, 어떤 근거로 원유 매장 가능성을 평가했는지, 평가의 주체를 신뢰할 수 있는지, 제대로 된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했는지 등을 놓고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불쏘시개로 삼아 빠르게 타올라 혼탁한 연기가 자욱하다. 석유·가스 개발에 대한 가능성만으로 에너지 관련주 가격이 급등했다. 석유주, 가스주, 탐사·시추·운반 관련주 등 '동해 유전 테마주'에 대한 초단타 매매가 기승을 부리며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다 폭락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일부 는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 예고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한탕주의와 테마주가 득세하는 한편 국민의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특히 자문업체인 액트지오의 전문성이 논란이다. 액트지오는 가정집에 본사를 둔 사실상 1인 회사로, 세금 체납과 법인 자격 문제가 불거졌다. 액트지오 이전에 영일만 일대를 탐사했던 호주의 세계적인 에너지개발업체 우드사이드가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철수했다는 점도 국민의 불신을 키우는 부분이다. 정부가 수천억 원의 재원이 소요되는 석유 탐사 프로젝트 분석을 대형 업체들을 제치고 1인 부티크 기업이나 다름없는 액트지오에 맡기게 된 경위도 석연찮다. 국가 정책에 대한 경험이 전혀없는 민간 전문가의 어설픈 '지질학개론' 수준의 분석이라는 혹독한 비판까지도 나온다.

우리 앞바다에서 석유가 나온다는 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 다만 초대형 국가 에너지 프로젝트인 대왕고래를 찾아가는 길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로여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에 정답은 없다. 정책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그 선택지마다 비용이 든다. 국민이 정부에 그 선택의 권한을 준 이유는 한정된 재원으로 실패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이익이 되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따질 뿐 아니라 기후변화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선택지를 놓고 국민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앞으로 액트지오 측의 탐사자료 분석 결과 보고서와 액트지오 선정 과정 등이 국민에게 추가로 공개돼야 할 것이다. 국민이 보기에 정부가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시추작업을 결정하고 발표했다면, 최종적으로 석유나 가스가 매장돼 있지 않아도 국민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주어진 조건 아래 합리적 선택을 했다면 그 시도는 응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학연이나 개인적 이익, 무너진 지지율 반전을 위한 정치적 쇼맨십 등 이기적인 결정들이 모여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면, 프로젝트 성공 여부를 떠나 국민의 거대한 분노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소연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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