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공부가 최고다

권성권 2024. 6. 18. 09: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인생을 배우려면 귀담아들어야 한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으로 삼을 만한 사람도 있다고 하지 않던가.

물론 배울 게 없는 사람한테도 배울 게 있다고 한다.

형편없는 사람한테는 그 사람처럼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걸 다짐하게 되니 그 또한 배울 게 있다는 뜻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원국이 쓴 <강원국의 인생공부> 를 읽고

[권성권 기자]

인생을 배우려면 귀담아들어야 한다. 뭔가 깨닫고 살려면 그래야 한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으로 삼을 만한 사람도 있다고 하지 않던가. 물론 배울 게 없는 사람한테도 배울 게 있다고 한다. 신안군 자은면의 지영태 목사에게 처음 들은 말이다. 형편없는 사람한테는 그 사람처럼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걸 다짐하게 되니 그 또한 배울 게 있다는 뜻이었다.

그가 살고 있는 자은도(慈恩島)에 관한 유래를 말할 때도 귀가 솔깃했다. 고려 외교사절단이 탄 배가 개성에서 명나라로 가다 풍랑을 만나 많이 죽었는데 살아남은 이들에게 자은면 사람들이 사랑과 은혜를 베푼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 장사도 질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팔면 속도 편하고 손님도 자꾸 찾아오게 된다.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가. 그 답은 사람에게 있다. 사람의 삶 속에 있다. 문자화 되어 있는 지식이나 정보는 인공지능이 더 잘 알고 있다. 필요하면 챗지피티ChatGPT에게 물어보면 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갖고 있지 못한 게 있다. 바로 지혜다. 지혜는 사람에게서 구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 공부가 최고 공부다."(6쪽)
 
강원국이 <강원국의 인생공부>를 통해 한 말이다. 삶의 지혜는 사람과 대화하면서 깨닫는 게 훨씬 깊다는 것이다. 그는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두 전직 대통령과 함께 일하며 국민의 마음을 흔들고 채우는 말과 글을 썼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내놓은 이후 그는 문화, 예술, 교육, 사회, 정치 등 각계각층의 300여 명을 만나 인생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중 15인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게 이 책이다.
  
▲ 책겉표지 강원국이〈강원국의 인생공부〉
ⓒ 디플롯
 
"감에 대한 일화가 있는데요. 저희가 가난해서 사람들한테 뭘 줄 게 없잖아요. 근데 구례는 감이 유명하거든요. 감을 따다가 말릴 때 무던한 분들은 그냥 실에꿰어서 죽 처마에 매달아놔요. 그러면 쉽거든요. 빨리 마르고. 근데 엄마는 실이 감을 관통하면 맛이 없다고 일일이 전부 다 깎아서 채반에 얹어요. 그래서 통째로 엎어놓고 썩지 말라고 하루에 열대 번씩 그걸 다 뒤집어줘요."(76쪽)

<빨치산의 딸>로 널리 알려진 정지아 작가의 인터뷰 내용이다. 아버지가 빨갱이라는 걸 동네 사람들 다 알고 있었지만 어린 그녀에게 누구 하나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인심 때문이었던 것이다. 어느 겨울철 방물장수가 날이 어두워 집으로 못 돌아갈 때도 딸이 쓰는 방을 내줬다고 한다. 아버지가 목숨걸고 지키려 한 민중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문학의 길로 들어선 것도 그런 연유였다. 부모에 대해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처지에서 공부는 하기 싫고 책 속에서 위로받고 혼자 글을 쓰는 걸 좋아한 것이었다. 이 책에서 그녀는 1970년대 한국문학의 전성기가 열린 것도 연좌제 덕분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이문구나 김원일이나 조정래도 그런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돈에는 건강한 돈, 허망한 돈, 나쁜 돈이 있습니다. 연예인들이 버는 돈은 주로 약간 허망한 돈이에요. 많이 벌긴 하지만 연기처럼 사라져요. 1999년까지 문천식씨랑 저랑 연봉이 4000만 원 정도였는데, 개그 코너가 뜨면서 2000년도에는 한 10배 뛰었어요. 20년 전에 4억이면 엄청난 금액이죠.… 통장에 얼마 있는지 확인해보니까 문천식 씨는 270만 원, 저는 한 450만 원 밖에 없는 거예요."(279쪽)
 
개그맨 시절 나름대로의 판단에 허망한 돈을 벌었다면 지금은 건강한 돈을 벌고 있다는 고명환의 인터뷰 내용이다. 지금 그는 메밀국숫집 등 4곳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육수 소스 공장까지 차려 연매출 10억 원 이상을 올린다고 한다. 물론 2005년 죽음의 강을 건널 뻔한 대형 교통사고 이후 붙잡은 책들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일주일에 닷새는 남산도서관으로 향한다고 한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춰 30분간 책을 읽자는 마음으로 간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 한 시간 무료 주차를 넘긴다고 한다. 놀라운 건 그 이른 아침에 고급 차들도 많은데 그들도 하루 시작을 도서관에서 한다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읽은 지혜로 20% 이윤을 남기지 않는 장사법을 정했다고 한다. 질 좋은 밀가루를 고집하는 것이 그 때문이다. 그러니 손님들도 집에 가서도 속이 편하다고 하고 또 찾게 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 책은 그 밖에도 1만 평 짜리 공원 하나 만드는 것보다는 1000평짜리 공원 10곳을 만드는 게 낫다고 하는 건축가 유현준의 삶, 경찰관이 된 이후 청탁성 요청이 올 것을 대비해 친구들 모임조차 안 가고 연락도 다 차단한 표창원의 삶, 2500만 원 학자금 대출을 갚고자 매일 한 편의 '일간 이슬아'를 써 보낸 덕에 예스24가 실시한 '2023년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작가 이슬아의 삶 등 15명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의 인생 인터뷰를 경청하다보면 배울 게 많다는 걸 실감케 될 것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