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격노'부터 박정훈 해임까지... '광란의 3일'의 기록
[김도균 기자]
오는 7월 19일이면 고 채수근 상병이 급류에 휘쓸려 목숨을 잃은 지 꼭 1년이 된다. 최근 채 상병의 어머니는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아들의 1주기 전에 경찰 수사가 종결되고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조사는 군과 경찰 외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지난해 10월 군 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채 상병 순직과 관련한 과실 책임을 규명하는 수사는 경북경찰청에서, 대통령의 격노로 촉발된 것으로 보이는 해병대수사단에 대한 윗선 개입 의혹은 공수처에서 파헤치고 있다.
▲ <돌아오지 못한 해병> 책표지 |
ⓒ 메디치미디어 |
구용회 CBS 논설위원이 낸 <돌아오지 못한 해병>(메디치미디어)은 지난 몇 달간 꾸준하게, 또 집요하게 채 상병 사건을 추적해 온 결과물이다.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은 채 상병 순직 현장인 경북 내성천에서 시작되어 박정훈 대령 공판으로 이어졌다.
특히 핵심관계자의 증언과 대화록, 통화 및 문자, 보고서 등 주요 자료를 토대로 채 상병 순직부터 VIP의 격노까지 이어지는 보름 동안의 시간을 생생하게 복원해 냈다. 단순한 팩트의 나열, 기록만 정리한 것이 아니라 사건의 핵심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냄으로써 앞으로 밝혀져야 할 의혹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은 이른바 'VIP 격노'다. 개정된 군사법원법의 취지대로, 또 순리대로 진행되었다면 국방부 장관 결재까지 끝낸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기록을 이첩 받은 경찰이 이미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있었다던 'VIP의 격노'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 책은 그 '격노'의 진실과 그것이 가져온 파장이 무엇인지 상세히 밝히고 있다.
▲ 실종된 해병장병 찾는 전우들 2023년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 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특수수색대가 실종 지점에서 수색에 나서고 있다. |
ⓒ 연합뉴스 |
책의 백미는 2023년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부터 국방부 검찰단의 불법적인 기록 회수,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보직 해임으로 이어지는 '광란의 3일'에 대한 기록이다. 독자들은 이 3일의 기록을 통해 해병대와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나온 수없이 많은 수사 외압의 정황들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용산의 권력이 해병대수사단을 몰아갔던 잔인한 과정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 누구나 분노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바로 그것이 용산이 감추려 하는 진실"이라는 것이다. 또 저자는 채 상병 사건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진실과 격노의 대결'이라고 말한다.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박정훈 대령은 재판정에서 자신의 변호인인 김정민 변호사와 함께 '격노'의 편에 선 이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김정민 변호사가 박 단장과 함께 싸우며 남긴 진실의 기록들을 따라가다 보면 박 대령이 상관의 지시를 거역한 '항명 범죄자'가 아니라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법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참군인'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미덕은 독자의 눈높이에서 상식적 의문을 던지고 명쾌하고도 날카롭게 사건과 그 이면을 짚어준다는 점이다. '특종'보다는 '뉴스의 맥락과 행간'을 파헤치는 저널리스트이고 싶다는 저자의 자기소개가 그저 말뿐이 아님을 보여준다.
저자는 1993년 전북 부안 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서해 훼리호 사고' 취재를 시작으로 기자 이력의 대부분을 사회부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쌓았다. CBS <노컷뉴스> 법조팀장과 사회부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논설위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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