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처럼 할 걸'…흐비차, '나폴리 감옥' 갇힐 위기→아버지 성명에 구단 "절대 못 가" 엄포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이래서 김민재가 똑똑했다.
김민재의 전소속팀인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가 크게 화를 내며 강경 조치에 들어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구단 간판 공격수인 조지아 윙어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의 아버지와 에이전트가 구단에 이적을 요구하고 나서자 나폴리도 계약 기간 준수를 외치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나폴리는 지난 17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근 있었던 크바라츠헬리아의 아버지, 그리고 에이전트의 인터뷰에 대응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흐비차 아버지인 바드리 크바라츠헬리아는 조지아 매체 스포르트 이메디와의 인터뷰에서 "난 흐비차가 나폴리에 남길 원치 않는다. 그는 1년 사이 서로 다른 4명의 감독과 일했다. 이는 많이 우려된다. 내게 불편하지만, 그는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난 흐비차와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가 끝날 때까지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흐비차는 현재 조지아 대표팀 일원으로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우로 2024에 참가하고 있다. 흐비차와 대화하지 않았다는 얘기로 아들을 보호하면서도 이적 의사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흐비차의 에이전트인 마무카 주겔리도 같은 매체를 통해 "우리는 나폴리를 떠나고 싶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유로 2024를 기다리고 있다"라며 "안토니오 콘테와 함께하는 나폴리는 큰 계획이 있다. 난 그들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고 스쿠데토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것이 흐비차가 나폴리에 남길 원한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주겔리 역시 흐비차가 이 문제로 피해 입는 것을 원하진 않았다. 그는 "난 흐비차와 이 이슈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국가대표팀이다. 우리의 목표는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는 팀에서 뛰는 것이다. 최악은 그가 나폴리에 남을지 여부다. 흐비차는 이런 이유로 1년을 버렸다. 우리는 우려하고 있다"라며 나폴리의 구단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버지와 에이전트가 빙 돌려 말했지만 나폴리는 이 인터뷰로 인해 발칵 뒤집혔다. 특정 선수의 측근이 이렇게 대놓고 이적을 거론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나폴리는 성명을 통해 "흐비차의 에이전트 마무카 주겔리, 그리고 그의 아버지 바드리의 인터뷰와 관련해, 나폴리 구단은 선수가 구단과 계약기간이 3년이 더 있다는 걸 강조한다. 흐비차는 시장에 나와 있지 않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팔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이어 "나폴리와 계약 중인 흐비차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에이전트나 아버지가 아니라 바로 우리 나폴리다. 이제 이 이야기는 끝났다"라고 여름에 어디로 가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하게 전했다.
흐비차는 최근 킬리앙 음바페가 떠난 PSG의 영입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 매체 RMC 스포츠 기자 파브리 호킨스가 지난달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PSG가 흐비차 크바라첼리아와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킨스는 "흐비차가 음바페를 대체할 PSG의 최우선 목표"라며 "그의 측근과 최근 몇 주간 대화가 오갔고, 긍정적이다."라며 "그는 PSG에 대해 열정적이다. 하지만 아직 선수 혹은 나폴리와 합의된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음바페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면서 PSG는 그의 대체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드리블이 뛰어나고 결정력과 패스 능력도 갖춘 흐비차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 것이다.
흐비차는 한국 선수와 인연이 많은 조지아 출신 공격수다. 자국 리그 트빌리시, 루스타비, 그리고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러시아) 임대 등을 거친 그는 2019년 여름 루빈 카잔(러시아)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1년 뒤 팀에 합류한 황인범과 한솥밥을 먹었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 소속 외국인 선수들의 자유 이적이 가능해지면서 흐비차는 황인범과 마찬가지로 자국 리그 바투미로 돌아갔고 그해 여름 나폴리로 이적해 이번엔 김민재와 입단 동기가 됐다.
두 선수는 빅터 오시멘이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와 함께 나폴리의 33년 만의 세리에A 우승을 이끌었다. 오시멘은 리그 득점왕, 김민재는 리그 최우수 수비수, 그리고 흐비차는 리그 12골 13도움으로 세리에A MVP를 차지하는 영예를 누렸다. 흐비차와 김민재의 나폴리 입단 직후 활약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어서 더욱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김민재가 지난해 여름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고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도 팀을 떠나면서 나폴리는 크게 흔들렸다. 나폴리는 감독만 무려 네 명이나 맡는 혼란의 2023-2024시즌을 맞이했고 세리에A 10위로 시즌을 마쳤다.
흐비차는 지난 시즌 리그 34경기에 나서 11골 8도움으로 리그 10-10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지만, 이전 시즌에 비해 아쉬움을 남겼다.
왼쪽에서 감각적인 드리블 돌파와 결정력, 패스 능력까지 갖춘 흐비차는 PSG의 관심을 받으며 빅클럽 진출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바르셀로나(스페인)도 흐비차에게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2월 당시 바르셀로나는 그에게 최대 1억 유로(약 1473억원)를 책정했다.
PSG는 충분히 흐비차 영입에 나설 수 있다. 관건은 다니엘 레비 토트넘 홋스퍼 회장만큼 이적시장에서 악명 높은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 나폴리 회장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조지아가 오는 6월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에 역사상 첫 출전하면서 흐비차는 대회 이후 자신의 거취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폴리가 완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적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흐비차의 이적 파문은 한편으론 김민재가 지난해 여름 나폴리를 얼마나 슬기롭게 빠져나왔는지를 알려준다. 김민재는 지난 2022년 여름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나폴리로 전격 이적했다. 당시 나폴리 외에도 프랑스 몇몇 구단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으나 김민재의 선택은 당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나폴리였다.
아울러 김민재는 이적 당시 나폴리에 한 가지 요구를 했는데 특정 구단이 해당 금액을 지불하면 바로 이적할 수 있는 바이아웃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나폴리 구단은 전통적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김민재 영입 욕심에 수락했다.
계약 당시만 해도 바이아웃 금액으로 알려진 5000만 유로(730억원)가 높은 금액으로 간주됐으나 김민재가 1년 만에 세리에A 최우수수비수에 빛나는 활약으로 자신의 가치를 단숨에 끌어올렸고 나폴리를 탈출할 수 있었다,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 이 돈을 내고 김민재를 데려갔다.
사진=연합뉴스, 나폴리,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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