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이야기]은밀하게 완샷 완킬…잠수함의 세계

양낙규 2024. 6. 1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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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안창호급 2번함 안무함 잠항훈련 체험기

잠수함은 보이지 않는 물밑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다가 숨겨뒀던 강력한 한 방을 날려 전세와 판도를 바꾸는 무기체계다. 우리 해군도 잠수함의 위력을 알기에 1984년 소형 잠수정을 처음 운영했다. 40년이 흐른 지금 해군의 잠수함 전력은 대폭 강화됐다. 장보고급(1200t·9척 실전 배치), 손원일급(1800t·9척), 도산안창호급(3000t·3척)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해군은 전략적 자산인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2번함인 안무함(SS-085)의 타격 훈련을 언론에 공개했다.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의 실제 잠항과 타격 훈련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00t급 잠수함 안무함 승조원이 적 잠수함 접촉 상황 부여에 따라 표적에 대한 어뢰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해군)
3000t급 잠수함 안무함이 적 잠수함과 수상함 공격 훈련을 마치고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제공=해군)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들어서자 바다 위 검은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안무함이다. 잠수함 몸체의 절반 이상이 물밑에 잠겨 멀리서는 크기를 가늠하지 못했기 힘들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길이 83.3m, 폭 9.6m의 육중한 크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잠수함 갑판에 올라타자 해치가 열렸다. 사람 한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해치를 통해 대략 8m 아래로 내려가야 했다.

함장 지시에 따라 "총원, 잠항 위치!" 구령이 함내에 울려 퍼졌다. 승조원들은 준비를 마치고 물을 채운다는 뜻인 "충수!" 구령을 복명복창했다. 잠수함은 함수와 함미의 부력 탱크에 물을 채워 선체를 무겁게 한 다음 잠수한다. 전진하면서 선체를 아래위로 움직여 선체의 불필요한 잔여 공기를 빼는 이른바 ‘돌핀 기동’이 이뤄졌다. 잔여 공기가 있으면 배출되면서 터지는 공기 방울 소리가 음파탐지기 ‘소나’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영화처럼 어둡고 비좁은 전투지휘실

전투지휘실은 영화에서 본 것처럼 어둡고 비좁았다. 한쪽 벽에는 ‘先見, 先決, 先打’(선견, 선결, 선타)라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 먼저 보고, 먼저 결심하여, 먼저 타격한다는 의미다. 이날 훈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적의 잠수함이 기지에서 벗어나 발견되지 않는 상황을 묘사했다. 적 기지에서 사라진 잠수함은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침투해 해상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고요한 적막 속에 수중소음을 탐지한 음파탐지사가 소리에 집중했다. 조그마한 소리라도 지나치지 않았다. 소리의 특성을 추적했다. 잠수함에서 내뿜는 특유의 소리를 찾았다. 함장은 "알림. 현 시각 적 SLBM 탑재 잠수함이 접촉됐음. 총원 전투 배치!" 지시를 내렸다. 적 잠수함의 NLL 이남 진입이 확인되자 안무함은 어뢰 공격을 준비했다. "1번 어뢰 발사 준비 끝!"이라는 보고에 함장은 머뭇거림 없이 "카운트다운 후 발사!"라고 외쳤다. 모니터엔 가상의 어뢰가 적 잠수함을 향해 달려갔다. 어뢰는 발사되는 동안 적 잠수함에 소나 음파를 쏜다. 이 음파가 돌아오는 여부에 따라 적 잠수함의 명중 여부가 결정된다. 신호가 끊겼다. 명중이다.

안심하기 일렀다. 안무함은 바다 위로 부상하다가 적 수상함이 접근하는 것을 포착했다. 긴급 잠항이다. 적 수상함을 재확인하고 어뢰를 다시 발사했다. 이번에도 백발백중 명중이다.

적 잠수함 발견하자마자 어뢰 발사… 한 방에 명중

훈련을 마치고 잠수함 내부를 둘러봤다. 승조원은 총 50여명이다. 여군도 있다. 잠수함에 여군이 탑승한 것은 안무함이 처음이다. 안무함에는 전투정보관 성주빈 대위와 부사관 3명 등 여군 4명이 탑승하고 있다. 성 대위는 "우리 잠수함에는 여군이 없다. 승조원이 있을 뿐"이라며 "여군이라서 잠수함 생활이 어떻다든지 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안무함의 내부는 기존 잠수함과 비교해 생활 공간이 2배가량 넓어졌다. 과거엔 침대 1개에 3명이 교대로 잠을 청했다. 침대엔 24시간 사람 온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안무함부터 개선됐다. 승조원 수와 비슷한 개수의 침상이 있다. 24시간 교대 근무가 이어지는 잠수함 특성상 전원이 개인 침상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잠수함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넓은 공간이지만 일상생활을 하기엔 여전히 좁았다. 조금만 무신경하게 움직여도 머리와 다리에 부딪힐 장비들이 빼곡하다. 승조원 키의 상한선은 없다. 다만, 하한선만 있다. 승조원은 화재 등 유사시 천장에 매달린 공기 호스에 비상 호흡기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화장실은 소음과의 전쟁터다. 소음 방지를 위해 용무 후 변기 아래 페달을 밟아 사출구를 개방한 다음 샤워기로 물을 뿌려 수동 세척해야 한다. 딸깍 레버로 ‘쏴∼’하며 내려가는 물소리 따위는 없다. 압력선체 속 밀폐된 생활에서 몇 안 되는 즐거움은 먹는 일에 있다. 안무함의 조리 요원 2명이 차려낸다는 음식엔 돼지국밥도 있다. 다만, 튀김 요리를 먹을 순 없다. 화재 위험성 때문이다.

해군 관계자는 “3000t급 잠수함은 존재 자체만으로 ‘전략적 비수’(匕首)”라며 “물속에 있는 잠수함에 의해 보복당할 수 있다는 공포만으로도 전쟁 억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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