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대표 대세론’ 굳건…대항마 뜰까
한동훈, 조용한 세 모으기… ‘당대표 출마’ 임박한 듯
한동훈 견제 가속화…“‘어대한’은 당원들 모욕하는 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임기 2년의 새 대표를 다음 달 23일 전당대회를 열어 선출하기로 확정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식 출마 선언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다른 유력 주자는 한 전 위원장을 향한 견제와 함께 셈법 계산에 분주하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17일 7·23 전당대회 일정을 확정했다.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경우 닷새 뒤인 7월28일 결선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한 전 위원장은 최근 가까운 원내·외 인사들에게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고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마련, 대표 출마 회견문 작성 등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이르면 주중 출마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최고위원 러닝메이트 구축에 힘쓰고 있다. 최고위원 4명이 대표 리더십에 반발해 사퇴할 경우, ‘지도부 해체’가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행 당헌·당규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당이 비상 체제로 전환된다. 지명직 최고위원 1명 외에 적어도 선출직 3명 이상과 팀을 꾸려야 안정적인 당 운영이 가능하다. 한 전 위원장은 당내 비토 세력이 커지더라도 최소 2명의 우군을 당선시켜 당권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원내 ‘친한(친한동훈)계’ 중 최고위원 후보로는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한동훈 비대위 당시 사무총장), 김형동 의원(당시 비서실장), 박정하 의원(당시 수석대변인) 등이 거론된다. 한 전 위원장이 공천한 김예지(당시 비대위원)·한지아 의원과 총선 영입 인사인 정성국·고동진 의원 등의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원외 인사인 윤희숙 전 의원과 김준호 서울 노원을 당협위원장 등과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기류는 강해지고 있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들 중 59%가 한 전 위원장이 차기 당대표에 적합하다고 답했다. 2위는 11%를 얻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었고 나경원 의원(10%), 안철수 의원(7%), 유승민 전 의원(6%) 등이 뒤를 이었다.
국민의힘 내에서 계파를 가리지 않고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비토 움직임이 이어졌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은 17일 KBS 라디오에서 ‘어대한’이라는 말을 두고 “당원들을 모욕하는 말”이라며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총선을 망친 주범들이 당권을 노린다고 삼삼오오 모여 저리 난리치니 참 뻔뻔하고 어이없는 당이 돼가고 있다”며 한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
한 전 위원장의 물밑 경쟁에 발맞춰 잠재적 당권 주자들의 세 모으기도 빨라지고 있다. ‘원외 불가론’을 언급한 나경원 의원부터 윤상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최근에는 김재섭 의원까지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안철수 의원은 “눈앞의 정치 쟁투, 당권투쟁, 권력의 사유화는 저 안철수의 정치적 소명이 아니다”라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위원장에 견제구도 이어졌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역대로 원외 당대표도 모셔봤는데, 정치의 전장이 국회다 보니 원외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총선 패배 책임지고 사퇴한 분도 그 자리에 다시 나오겠다고 한다. 그러면 뭐 하러 사퇴했냐”고 했고 김기현 의원 역시 “실패한 리더십이 아닌 참신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친윤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비윤계 주자들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땅한 당 대표 후보군이 형성되지 않은 친윤계는 전략적 연대를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윤 의원들이 대거 최고위원에 출마, 당 대표를 견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고위원 후보로는 김정재·유상범·조정훈·신동욱·김민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다만 당권경쟁에서 ‘친윤석열(친윤)계’로 분류되는 것을 기피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0%대에 머무는 데다 총선 참패 원인으로 지목되는 수직적 당정관계 극복이 차기 당대표의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 의원과 초선 김재섭 의원 등 당권 주자들은 ‘친윤 지원설’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당대표 출마를 고려 중인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진행자가 ‘친윤계를 대표하는 후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고 하자 “가장 어처구니가 없었던 보도였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친윤이라는 이름으로 당을 망친 사람들을 개혁하는 게 제 정치적 소임이지 그분들의 지원을 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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