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 한 발 서기 가능하면 넘어지지 않는다
흔히 65세 이상이 되면 대개 걱정하는 게 암이나 만성 질환이다. 그러나 노인 사망 원인 1위는 교통사고이며 그다음은 낙상이다. 노인에게 낙상 사고는 삶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드는 비극으로 연결된다.
거의 매년 낙상과 연관돼 사망하는 65세 이상 노인 수는 80만명이 넘는다. 혈압과 당뇨, 암을 잘 관리하다가도 넘어져 고관절이 골절돼 입원하면 1년도 안 돼 사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고관절 환자의 경우 골절 수술을 한 후 2년 이내에 3명 중 1명이 사망한다. 골절 수술이 잘 돼도 2명 중 1명은 정상 보행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골절 노인의 경우 보통 한 주에 10% 이상의 근 감소가 일어나는데 이를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까지 간다.
노인에게 고관절 골절이 큰 문제가 되는 이유는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고관절이 골절되면 호흡을 일으키는 생존 근육이 약화돼 호흡이 약해진다. 몸통뿐 아니라 심장 쪽으로도 혈액량이 많이 몰리는데 이로 인해 과부하가 걸리면 심박 수가 빨라지며 심부전증에 이르기도 한다. 배설에도 어려움을 발생시켜 욕창과 골수염이 생긴다. 더 진행되면 패혈증 같은 중증 질환에 이르기도 한다. 고관절 골절은 필연적으로 활동과 보행 장애를 동반해 혈액순환도 어려워지고 혈관 내 혈전이 늘어난다. 이는 뇌경색이나 중풍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의 경우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요로감염이나 폐렴에도 잘 걸린다.
시력이 나빠지고 몸의 중심 근육이 약해진 탓에 노인은 넘어지더라도 엉덩이로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이때 대퇴골 경부나 근위부에 골절이 발생한다. 문제는 노인의 골수 안에는 조혈모 줄기세포보다 지방 세포가 많은 경우가 흔해 골절되거나 수술을 받으면 뼛속 지방이나 혈전이 전신으로 돌아 결국 폐색전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호흡을 하더라도 산소 공급이 어려워지고 영양소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생명에 큰 위협이 된다.
골절이 장기화하면 간단한 거동마저 중단되는 일이 생긴다. 이때 고관절 주위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한 경우 1ℓ까지 생길 수 있다. 이 스트레스가 가중되면 상부 위장관 출혈이 일어나기도 한다. 폐렴이나 담낭염 등 위험 질환이 줄줄이 동반될 수도 있다.
낙상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할 수 있지만 이유는 하나다. 결국 균형 감각의 문제다. 이를 ‘내이전정 기능’이라 한다. 내이전정 기능은 고막 안쪽의 달팽이관 기능을 말한다. 3개의 달팽이관은 몸의 수평을 유지하고 회전 등을 정확히 판단해 넘어지지 않게 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 부위에 영양 공급이 적절하지 않으면 돌발성 어지럼증과 이명, 난청 등을 동반한다. 무엇보다 평형감각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해 언제든 낙상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노인의 낙상을 예방하는 내이전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첫째 하지의 기본 근육이다. 틈날 때마다 집에서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단련할 필요가 있다.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나기를 20번씩 하루에 3번만 해도 된다. 팔의 힘을 빌리지 않고 다리의 힘으로만 앉았다 일어나기를 해도 기본은 해낸 셈이다.
둘째 제자리걸음을 5분씩 하루 3회 정도 하는 것이다. 되도록 무릎을 들어 올리며 하는 게 좋다. 셋째 한쪽 다리를 들고 서는 외다리 동작을 양쪽으로 1분씩 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이 자세로 1분을 넘기면 근육뿐 아니라 내이전정 기능이 강화된다. 무엇보다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인지하는 ‘고유수용성 감각’을 높여줘 낙상과 골절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 한 발로 1분 이상이 가능해지면 눈감고 해보는 것도 도전할 만하다.
이 3가지 운동은 밖이 아닌 집에서 하는 것이 좋다. 곁에 누군가 있는 것이 바람직하고 운동 중 넘어지더라도 골절을 예방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해놓는 것이 좋다.
낙상은 단 한 번으로 노인의 모든 걸 끝낼 수 있다. 매일 위의 3가지 운동을 지속한다면 낙상 예방뿐 아니라 새로운 삶의 열정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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