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재건축부담금 겨눈 尹정부…당장 없애기 어려운 까닭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주택시장 규제 완화 '시즌 2'를 시작했다. 그동안 이전 문재인 정부의 주요 부동산 '대못'을 흔들다 이제 완전히 뽑겠다고 나섰다.
여야가 이전보다 더욱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타협점을 찾는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정치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정부의 발표 이벤트로 그친다면 시장을 혼란스럽게만 할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해놓고 뒷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한두 번인가.
성태윤 실장 "종부세 폐지 바람직"
정부가 도마에 올린 문 정부의 대표적 부동산 정책이 종합부동산세와 재건축부담금이다. 대통령실이 밀고,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폐지' 선창을 뗐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가닥을 잡아 16일 출연한 KBS ‘일요진단’에서 “종부세 제도를 폐지하고 필요하면 재산세에 일부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종부세의) 주택가격 안정 효과가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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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주택시장 규제 완화 시즌2
야, 1주택 종부세 완화 수긍하나
완전 폐지에는 반대 견지할 듯
초고가 주택 종부세 유지 전망
」
'주택가격 안정'은 종부세법 1조에 명시된 종부세 목적 중 하나다. "이 법은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여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2005년 종부세 도입 후 집값 불안이 심해졌고, 문 정부에서 종부세를 강화할 때마다 집값이 더 올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종부세가 집값 불안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도 가격안정에 기여하지 못한 점은 분명하다.
종부세 폐지는 '중장기적'이라는 단서를 붙인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2022년 3월 당선 이후 공약을 구체화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는 종부세에 대해 “세율체계 등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 재산세와 통합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2022년 정부는 폐지에 앞서 완화안을 발표했다. 다주택자 중과 폐지, 세율 인하, 세 부담 상한 하향, 기본공제금액 상향, 1주택자 특별공제 등이었다. 국회에서 여야 줄다리기를 거쳐 2주택자 중과 폐지, 세율 인하, 세부담 상한 하향, 기본공제금액 상향이 통과됐다. 정부는 다음 달 예정인 세제개편안 발표 때 구체적인 종부세 폐지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부세 폐지 땐 지방재정 타격
하지만 당장 폐지나 재산세와의 통합은 어려워 보인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부터 내려온 민주당 가보이자 보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법 1조의 목적을 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고액 부동산 보유자의 세금을 올리는 부유세 성격 말이다. 정부도 완전 폐지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성태원 실장은 "사실상 전면 폐지가 바람직하다"며 폐지 앞에 '사실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말했다.
그는 세수 문제를 들었는데, 이는 종부세의 세 번째 목적이다. 종부세는 국세이지만 전액 지방재정으로 쓰인다. 지난해 종부세가 총 4조2000억원이고 이중 주택분이 9500억원이었다. 종부세가 폐지되면 지방 살림살이가 타격을 받는다.
추가 완화 가능성은 크다. 더불어민주당 내에도 완화 기류가 형성돼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와 고민정 의원이 1주택자 폐지에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성태윤 실장은 다주택자 완화를 강조한다.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요소가 상당히 있다"며 "저가 다주택자는 전·월세 공급자이기도 해서 이들에 대한 세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오히려 전·월세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를 낸 35만명 중 1주택자가 11만명이고, 다주택자가 24만명이었다. 세금이 각각 평균 82만원, 152만원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1주택자 종부세를 폐지하더라도 초고가 주택은 제외되지 않겠느냐"며 "기본공제금액(1주택 12억원, 다주택 9억원) 상향과 세율 인하, 감면 주택 범위 확대 등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중심 서울 주택공급 급감
정부가 폐지하려는 재건축부담금은 처음에 '완화'가 목표였다. 공약에 완화 대상으로 등장했고, 정부는 2022년 9월 ‘합리화’란 명문으로 재건축부담금을 대폭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에 부닥쳐 1년여만인 지난해 말 정부의 당초 발표 내용보다 덜 완화된 선에서 개정됐다.
정부는 자체 권한인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결국 당초 계획한 수준 이상으로 완화했다. 이전 방식에 따른 재건축부담금 1억1000만원이 당초 정부 계획대로면 3600만원으로 줄어든다. 개정된 법으로는 5500만원으로 올라가지만, 정부의 공공임대 비용인정 확대 등으로 2800만원까지 내려간다. 20년 이상 보유해 70% 감면까지 받으면 840만원에 불과하다.
재건축부담금 부담이 확 줄었는데도 정부가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주택 공급 확대가 절박해서다. 공사비 급등 등의 영향으로 주택공급 실적이 정부 계획에 크게 밑돌고 있다. 정부는 윤 대통령 임기 동안 연평균 54만 가구 공급(주택건설인허가 기준) 계획을 세웠지만 지난해 실적이 11만 가구 적은 43만 가구에 그쳤다.
인허가를 받고도 공사비 갈등 등으로 착공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속출한다. 지난해 전국 착공 물량이 24만가구로 문 정부 연평균(49만 가구)의 반 토막이다. 재건축을 비롯한 정비사업이 주된 주택공급원인 서울의 경우 60%나 급감했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라도 재건축부담금 불안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중 재건축부담금 걱정이 많은 분당(경기도 성남시)을 지역구로 둔 김은혜 의원(국민의힘)이 재건축부담금 폐지 법안을 제출했다.
폐지나 완화에 앞서 당장 재건축부담금은 다시 유명무실해지게 됐다. 제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가 부과를 미룰 것이어서다. 2018년 문 정부에서 부활한 재건축부담금의 부과 단지가 2021년부터 나왔지만, 정부의 완화 추진에 부과가 유보됐다. 지난 3월 개정안 시행 이후 부과 절차가 재개됐지만 이번에 다시 중단하게 생겼다.
재건축부담금은 2006년 도입돼 숱한 논란에 휘말리며 시행과 중단, 유보를 거듭했다. 더는 끌고 갈 명분도 실익도 없이 우스운 꼴이 됐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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