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후 위기’로 잦아진 도시침수 피해 줄이려면

2024. 6. 1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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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한국수자원학회장·부경대 토목공학전공 교수

지난 2022년 서울 남부권 폭우와 경북 포항 냉천 주변 침수로 막대한 재산과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엔 충북 청주 미호천교 부근의 임시 제방이 홍수로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했다. 당시 오송 궁평2 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14명이 안타깝게 사망했다.

바다와 육지에서 대기로 증발한 물은 수증기 상태로 존재하거나 비나 눈의 형태로 다시 육지와 바다에 떨어진다. 대기 중의 물은 약 8일에 한 번씩 모두 육지나 바다에 떨어질 정도로 역동적인 순환 현상이 일어나고 계속 반복된다.

「 올해 ‘도시침수예보’ 첫 도입
치수 기반시설 대폭 확충하고
홍수·침수위험지도 활용해야

서울시 양천구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의 모습. 서울시

그런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 연료 사용으로 지구 기온은 1900년에 비해 현재 섭씨 1.1도 상승한 상태다. 금세기 말까지 1.7~3.9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온 상승은 곧 증발량의 증가로 이어지고 증발한 물은 육지와 바다로 다시 떨어지기 때문에 도시 침수와 하천 홍수는 앞으로 더 자주 벌어질 것이다.

2011년까지 국내 도시 하수도는 지역에 따라 시간당 50~80㎜의 빗물을 배수 처리하도록 설치돼 있다. 2011년 이후에는 신설 하수도의 배수 능력 기준을 시간당 60~95㎜로 용량을 대폭 상향해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22년 서울 동작구 일대에 퍼부은 강수량의 시간당 최대치는 141.5㎜였다. 기존 하수도 용량으로는 배수 처리를 할 수 없는 막대한 양이었다. 이 때문에 서울 남부권의 여러 곳이 침수되고 사망자도 속출했다.

보통의 경우에 홍수 발생 시 소하천과 지방하천·국가하천 제방의 통수 처리 능력 기준은 각각 50년, 80년, 200년에 한 번의 확률로 나타나는 홍수량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2022년 포항 냉천의 경우 태풍 힌남노가 상륙한 시점에 2~12시간 강우량은 500년에 한 번 있을 확률이었다. 그만큼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 배제 능력이 작은 하수도부터 배수가 불량해 내수 침수 사태가 발생했다. 이어서 소하천인 세계천과 지방하천인 냉천이 차례로 범람해 주민 7명이 사망하고 포스코 공장에서 1조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2022년 태풍 힌남노 상륙으로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며 포항에 침수 사태가 발생했다. 소하천인 세계천과 지방하천인 냉천이 차례로 범람해 주민 7명이 사망하고 포스코 공장에서 1조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은 침수로 인해 흙탕물에 뒤덮인 자재창고를 청소하는 포항제철소 직원들의 모습. 포스코

도시와 하천 변 침수 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하수도를 정비하고 제방을 보강하고, 배수 펌프장을 설치했다. 하지만 치수 시설의 홍수 방어 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기록적 호우가 자주 발생함에 따라 지난 3월 ‘도시침수 방지법’을 도입했다. 이 법에 따라 새로 수행할 조치들을 포함해 도시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생각해 본다.

첫째, 도시 침수 방지법에 따라 하천의 홍수 예·경보를 확장해 ‘도시 침수 예보’가 새로 도입됐다. 이를 위해서는 빗물의 흐름 경로로서 지면과 하수도, 하천 정보가 필요하다. 하천수의 하수도 역류와 맨홀 위 빗물의 분출 및 도로 범람을 계산해야 한다. 도시 침수 예보를 잘하려면 전문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둘째, 빗물의 배수 불량 문제를 개선하려면 하수도를 정비하고 빗물의 땅속 침투를 돕거나 일시 저류하는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기존 시설로 도시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없는 곳에는 2019년 준공된 서울 신월 빗물 저류 배수 시설(대심도 빗물 터널·사진) 같은 특별한 시설이 필요하다.

셋째, 도시 침수 위험 정보와 예보 정보를 재난 대응에 활용해야 한다. 2022년 물난리 사태 이후 지자체로 확산한 침수 방지시설 설치 및 지원 조례에 명시한 물막이판을 활용해 빗물의 건물 유입을 최대한 차단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

지난 5월 29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에서 제방 신설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 환경부의 2015년 홍수위험지도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미호강에 100년 빈도의 홍수가 나면 침수되는 곳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환경부의 2015년 홍수위험지도를 보면 오송 궁평2 지하차도 지역은 미호강에 100년 빈도의 홍수가 나면 침수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올해부터 홍수 주의보 발령 시 침수 우려 지역에 접근하는 차량 운전자에게 내비게이션으로 경고하는 안내 서비스가 시행된다. 홍수위험지도나 도시침수위험지도를 확대 제작하고 이 정보를 지하차도 등 시설 통제에 활용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극한 기상이 잦아진 만큼 정부의 재난 대응에 속도를 내야 한다. 장마철을 앞두고 침수 사고를 줄이려면 기반시설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개개인에게 침수 위험 안내 서비스를 제때 제공해야 한다. 침수 우려 지역의 시설 소유자가 풍수해보험에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상호 한국수자원학회장·부경대 토목공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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