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어대한은 당원 모욕” 친윤·친한 당권경쟁 충돌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차기 당 대표 선출과 관련한 당내 일각의 ‘한동훈 대세론’에 “당원을 모욕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17일 KBS 라디오에서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란 말을 들어봤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일부 언론에서 몰아가는 프레임으로,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의원은 차기 대표의 조건으로 “당원의 중지를 잘 모으고, 정부와 협업하면서 정책을 성공시켜 나가는 능력 있는 분이 적임자”라고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 관계인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최근 특정 언론사에서 보도했다가 갑자기 내려버린 보도가 굉장히 (당원 여론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당원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들, 공감하기 어려운 분들이 특정 후보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며 한 전 위원장 주변의 정체성 문제도 거론했다.
해당 보도는 모 경제지가 지난 14일 밤 출고한 기사로, ‘한 전 위원장은 김경율 전 비대위원,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 신지호 전 의원 등 외부 자문그룹으로부터 조언을 받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전 위원장 측이 “오보”라고 주장해 기사는 한시간가량 지나 삭제됐다. 그새 진중권 교수는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한 전 위원장과는 가끔 사회적 의제가 있을 때 텔레그램으로 논쟁하는 정도”라고 적었다가 기사가 삭제되자 해당 글을 숨겼다.
윤 대통령과 친한 것으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도 16일 페이스북에 “헌정사상 여권이 치른 총선 중 가장 큰 참패를 초래한 패장이 다시 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다. 이런 무도하고 천박한 일은 일찍이 없었다”고 적었다.
한 전 위원장 측도 반박에 나섰다. 신지호 전 의원은 17일 채널A 유튜브에서 “한동훈 대세론이 형성된 것으로 본다”며 “총선백서를 통해 한동훈 깎아내리기에 실패한 이철규 의원이 ‘총선백서 시즌2’를 하고자 한다”고 맞섰다. 이 의원의 정체성 언급에 대해선 “‘한동훈은 김경율 같은 좌파 출신에 쌓여 있구나’란 식의 윤·한 갈등을 부추기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친윤계가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공세를 통해 당권 경쟁 구도를 ‘친한 대 비한’으로 규정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윤 세력이 ‘비한’ 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식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 전 위원장 측은 ‘친윤 대 비윤’ 구도를 강조한다.
한편 국민의힘은 7월 23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하기로 확정했다. 안철수 의원은 “더 시급한 과제들에 집중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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