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 불붙인 감세론, 보수·중산층 다시 잡을 카드 될까
중산층을 잡을 묘수인가, 부자 감세 역풍을 부를 악수인가. 지난 16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종부세는 사실상 전면 폐지가 바람직하고 상속세율은 30% 내외까지 인하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면서 세제 개편 방향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뜨겁다.
대통령실은 왜 지금 감세 카드를 꺼내든 것일까. 우선 정부에 등 돌린 보수층과 중산층의 마음을 다잡을 카드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4월 총선 이후 20%대(한국갤럽)에 머물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감세는 보수 정부의 정체성과 연관된 이슈”라며 “종부세 폐지는 전통적 지지층을 향한 호소”라고 해석했다. 상속세 완화는 지지층을 넘어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40·50대 중산층까지 겨냥했다는 게 용산 참모들의 전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아파트 한 채 정도를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중산층이 상속세로 고통받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참모는 “부동산값 상승으로 40·50대도 세금에 상당히 민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야당에 대한 맞불 성격이다. 당초 종부세 개편 논의에 불을 지핀 쪽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은 17일 지지층 내 반발을 의식한 듯 용산발 세제 개편에 “부자 감세”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1세대 1주택 등 실제 거주하는 분에 대해선 합리적으로 종부세 부담을 줄여야 하지 않겠냐”(박찬대 원내대표)라며 여지를 뒀다. 지난 4일엔 “집값 상승으로 중산층 상속세 대상자가 증가해 이들의 세 부담을 조정해 주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이런 야당 움직임에 맞서 보다 파격적인 방안으로 주도권을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민생 드라이브의 일환이란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총선 전 수차례 민생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제 개편은 부자 감세인 면도 있고, 중산층 정책인 면도 동시에 존재한다”며 “결국 어떤 관점에서 국민을 설득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세제 개편 드라이브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7일 “현장에선 상속세 때문에 기업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투자도 마음껏 진행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근본적인 개편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위원장 송언석 의원)는 오는 20일 토론회를 열고 상속세 개편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송언석 의원은 “상속세와 종부세 등 세제 개편은 민주당이 동의하면 당장에라도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제 개편 실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속세를 낮추고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해야 한다는 기본 방향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으로 당연히 공감한다”면서도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당장 세법 개정안에 담는다거나 그런 걸 얘기하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과 기재부가 엇박자를 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기재부는 “모든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다. 입장이 다른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태인·김효성·이창훈·정진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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