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필요한 알리·테무…더 큰 문제는 엔비디아 독보적 지위 [조혜신이 소리내다]
요즘 유통가가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로 소란스럽다. 알리는 신선식품 분야로의 진출을 포함하여 한국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히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알리와 테무의 시장 확보 전략은 쿠팡·네이버·카카오 등이 초기에 온라인 시장 점유율을 급속히 끌어 올릴 때 썼던 전략과 유사하다.
우리는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의 거침없는 행보에서 현재 전 세계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성공 방식을 다시 목도하고 있다. 이들이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후에는 시장 지배력의 횡포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정부와 업계는 뒤늦게나마 거대 플랫폼 기업들을 견제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미국·유럽·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간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이 구축되기 전에 적기에 효과적으로 개입하는 데 실패한 여러 국가가 이를 거울 삼아 해결 방안을 찾기에 적극 나섰다. 이에 따라 거대 플랫폼 기업의 횡포를 막는 새로운 형태의 규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EU의 디지털시장법(이하 DMA)이 대표적이다.
■ 시장 장악 후 독점 지위 누려
소비자 선택과 자유경쟁 저해
EUㆍ일본ㆍ호주 등 조치 나서
「
」
영국에서 준비 중인 ‘디지털 시장, 경쟁 및 소비자 법안(DMCC)’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국(CMA)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에 대해 디지털 활동과 관련하여 ‘전략적 시장 지위’를 갖는다고 지정할 수 있다. 지정된 기업에 대해서는 차별적 취급, 자사 우대, 끼워 팔기, 상호 운용성 제한 등을 금지하는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일본 정부 역시 스마트폰 운영체제, 앱스토어 및 결제, 브라우저, 검색엔진 등과 관련된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을 지정해 이들 기업에 타사 앱스토어 및 결제 시스템 제공 방해 금지, 검색 관련 자사 우대 금지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호주에서도 경쟁소비자위원회(ACCC)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플랫폼 기업을 지정하고, 해당 기업의 서비스에 따른 맞춤형 금지 의무를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
이처럼 유럽, 영국, 일본 등에서는 거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규제를 이미 도입하였거나 도입을 앞두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이에 관한 균형 잡힌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폐쇄형 모델로 공정경쟁 막아
수직계열화와 폐쇄형 비즈니스 모델로 큰 성공을 이룬 애플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배타적인 운영체제와 폐쇄적인 상호 운용성이 소비자와 경쟁사들의 자유로운 선택과 경쟁을 저해하자 각국 정부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국에서조차 애플은 뉴저지 법원에 법무부와 16개 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됐다. 애플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경쟁을 억압하고 혁신을 저해하며 이용자에게 비싼 가격을 지불하도록 했다는 이유에서다. 슈퍼 앱 성장 제한, 모바일 클라우드 스트리밍 서비스 개발 차단, 크로스 플랫폼 호환성을 갖춘 메시지 앱 사용 억제 등이 주요 쟁점이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 분야도 거대 플랫폼 선점
이제 더 큰 문제가 우리 앞에 있다. 생성형 AI, AI 반도체 등 새롭게 부각되는 영역에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가는 플랫폼 기업이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사들은 경쟁에 참여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벌써 밀려나고 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 장치)가 AI 기반의 컴퓨팅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게 된 데에는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플랫폼인 쿠다(CUDA)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쿠다로 만든 소프트웨어는 엔비디아의 GPU에서만 효과적으로 작동하므로, 쿠다로 인한 생태계가 확대될수록 엔비디아 GPU의 시장 내 지위도 보다 확고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AI 분야에서 지배력 남용 행위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혜신 한동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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