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최재원·유정준 등판 두고 ‘와글와글’ [재계 TALK TALK]
재계와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 동생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으로 옮긴다. 배터리셀 제조 계열사 SK온 수장에는 유정준 SK 미주대외협력총괄 부회장이 선임됐다. 최 수석부회장은 그룹 수석부회장, SK E&S 수석부회장을 겸임한다. 에너지 사업 빠른 재편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지배구조가 ‘옥상옥’ 구조가 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등기 임원 최태원 회장과 최 수석부회장으로 상층부가 채워져 이사회와 ‘파워 게임’이 벌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최 수석부회장이 SK온 사령탑으로 있을 때 SK이노베이션 전문경영인 부회장에게 증자 등 다소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했던 터라 당시 조대식 의장을 통해 의사 결정 조율을 부탁했던 것으로 안다”며 “올해는 속도감 있는 의사 결정을 위해 상층부에 변화를 준 것 같다”고 전했다.
유정준 부회장 복귀가 다소 뜻밖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그는 2022년 말 SK E&S 대표이사직을 내려놔 부회장 퇴임 시기가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의 복귀를 두고는 두 가지 시선이 공존한다. 우선, 올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관 전략을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유 부회장이 2003년 SK㈜ CFO로 ‘소버린 사태’ 해결 주역이라는 점을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최태원 회장의 조 단위 이혼 판결로 지배구조 우려가 부각되자 이를 고려한 기용일 수 있단 분석이다.
지배구조 정비로 2차전지를 비롯 SK그룹 사업 재편·조정도 빨라질 전망이다. 투자은행(IB)·컨설팅업계에서는 SK온을 중심으로 소재 등 수직계열화 전략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현재로선 분리막을 제조하는 SKIET의 경우 소수 지분 매각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다. IB업계 관계자는 “수직계열화의 한 축이 될 계열사를 통으로 매각하는 것보단 소수 지분 매각으로 실탄을 확보하는 게 차악 선택지”라고 봤다. SKIET 시총은 약 3조원 안팎이다. 지분 25%를 매각한다면 8000억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매출처 다변화 없이 소수 지분 매각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FI(재무적투자자)면서 SI(전략적투자자) 역할까지 해줄 수 있는 투자자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편, SK그룹은 오는 6월 28일과 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밑그림도 그려질 전망이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4호 (2024.06.19~2024.06.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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