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 "일주일만 휴진"…비대위 "아니다, 무기한"
17일 집단휴진에 들어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휴진을 철회하기 위한 조건으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 취소’를 비롯해 3가지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초 ‘무기한 휴진’을 예고했던 것과 달리, 일주일만 휴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이를 다시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무기한 휴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무리한 투쟁방침을 선언했다가 환자 불안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에서 휴진을 선언하는 집회를 열었다. 비대위는 휴진을 철회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 취소 ▶상설 의·정협의체 설치 ▶2025학년도 의대정원은 교육 가능한 수준으로 재조정 및 2026학년도 이후 정원은 근거를 기반으로 재논의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방재승 비대위 투쟁위원장은 “의대생과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 의료붕괴는 시작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정부가 우리 의견을 묵살하니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전면 휴진밖에 없다”며 “정부가 실질적 조치를 위한 가시적인 변화를 보여준다면 우리는 정부와 대화하고, 휴진을 철회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요구조건이 수용될 때까지 무기한 휴진하겠다는 게 당초 비대위가 밝힌 방침이었다.
하지만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집회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이번주 이후 진료일정을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이번주) 일주일 진료 일정을 조정했지만, 사실 이걸 어떻게 더 하겠느냐”며 “더 이상 ‘무기한’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께서) ‘무기한’이라는 수사를 보고 얼마나 걱정 많으셨겠나. 부끄럽지만 저희가 (진료 연기) 문자를 받고 놀라실 타격을 별로 생각 못했다. 생각이 짧았다”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강 위원장의 발언이 있은지 3시간여만에 비대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일주일만 휴진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비대위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비대위원장의 발언이 비대위의 공식입장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이들은 “진료일정은 일주일 단위로 변경되고 있다”며 “향후 참여율과 진료 예약 변경 내용에 대해서는 진행이 되는대로 공지하겠다”고 했다.
휴진 형식에 대해서도 비대위의 말은 그간 조금씩 바뀌었다. 지난 6일 내놓은 휴진 결의문과 보도자료에서는 휴진 방식에 대해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전체 휴진”이라고 밝히며 “정부가 가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전면 휴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문구만 보면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제외한 병원 다른 진료과는 전부 멈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비대위는 이날 “외래와 수술 일정은 조정됐지만, 서울대병원은 열려있다”며 “병원에 오시면 진료를 받으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료가 미뤄진 환자더라도 중증·응급 환자는 내원하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래 진료를 미룬 교수더라도 병원을 이탈하는 게 아닌, 입원환자 회진 및 당직근무 등으로 병원에 남아있겠다는 의미지만 환자들은 이런 이야기가 혼란을 부추긴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환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나 맘카페 등에선 “급한 게 아니면 진료가 어렵다고 문자 받았는데, 급한 거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건가” “중증 환자는 휴진 기간에도 진료한다는데, 나 같은 암환자는 본다는 말인가” 등의 글들이 줄을 이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도 “환자가 진료를 보려면 예약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예약이 이미 조정된 환자가 내원한 경우 어떤 절차를 거쳐 다시 봐주시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비대위의 설명에 의문을 표했다.
‘무기한 전면 휴진’이라는 투쟁 방식이 애초에 비현실적인 탓에 혼란이 거듭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서울대병원 교수는 “교수들이 환자를 나 몰라라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휴진 상황이 오래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병원을 나가 있는) 전공의들을 생각해서 일주일만 나선 교수들이 있지만, 그 움직임이 크지는 않아 동력은 약할 거라 본다”고 말했다. 휴진에 참여한 또 다른 교수도 “교수들이 몇 차례 휴진을 결의해놓고 참여율이 높지 않아 이번에는 단일한 목소리를 내고자 참여했다”면서도 “진료를 한주 미루면 그 다음주에 봐야 하는 환자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일주일 이상 휴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남수현·채혜선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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