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있으면 이미 늦어… 신장암, 조기 발견하려면?

신은진 기자 2024. 6. 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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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암은 병기에 따른 예후 차이가 커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에서 많이 발생하는 10대 암이자, 발견시기에 따라 생존율이 천차만별인 신장암. 생각보다 흔한데다 절대 쉽게 볼 암종도 아니다. 하지만 신장암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오는 6월 20일 국제신장암연합(IKCC)이 제정한 '세계 신장암의 날'을 맞아 신장암의 원인과 진단, 치료에 대해 알아보자.

◇신장암은 착한 암? 초기 발견했을 때 얘기
신장암의 5년 생존율은 86.4%(2017~2021년)로 점차 개선돼 비교적 ‘착한 암’으로 불린다. 하지만 신장암의 예후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진단 당시의 병기이다. 병기에 따라 완치율과 생존율이 크게 달라진다.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김정권 교수는 "신장암은 초기인 1기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지만, 4기에 발견되면 다양한 치료를 모두 다 시행해도 최대 20%, 평균 생존 약 2~3년 정도로 예후가 매우 나쁘다"고 밝혔다. 그는 "신장암 치료 후 재발은 대개 1~2년 뒤 잘 발생하지만, 10~15년 뒤에도 전이나 재발이 발생할 수 있어 5년 이상의 장기 추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 증상 없지만 복부 초음파로 조기 진단 가능
그러나 신장암을 조기에 발견하긴 어렵다. 신장은 복막의 뒤쪽에 분리되어 있어 암이 상당히 진행할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신장암의 대표적 증상으로 불리는 옆구리 부위의 통증,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 배에서 혹 덩어리가 만져지는 등의 증상은 암의 크기가 매우 커진 진행성 신장암 환자에게서만 관찰되는 증상이다. 그 때문에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신장암은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신장암을 빨리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신장암 조기 진단은 정기적인 복부 초음파로 가능하다. 복부 초음파는 현재 신장암 발견에 가장 효율적인 진단법이다. 실제로 건강검진 프로그램과 복부 초음파가 보편화하면서 신장암 조기 진단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김정권 교수는 "초음파를 통해 비정상적인 모양의 혹이 관찰되면, CT를 통해 신장암으로 의심되는 혹의 크기, 위치, 개수, 주변 장기와의 관계, 전이 유무 등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신장암은 바늘로 몸속 조직 일부를 흡입해내서 얻은 조직으로 현미경 검사를 시행하는 세침흡인생검은 거의 시행하지 않는다. 신장암은 내부가 불균질한 덩어리라서 조직 검사 시 충분하고 정확한 조직을 얻기 어렵고, 아주 드물지만, 신장암을 감싸고 있는 피막이 바늘에 의해 터지면 종양 세포가 흘러나와 바늘을 따라 파종이 일어날 수 있어서. 또한 초음파, CT, MRI 등 영상 검사만으로도 대부분의 신장 종양을 진단할 수 있으며, 비침습적이기 때문에 생검보다 영상 검사가 선호된다.

◇부분신절제술 등 치료법 다양해
신장암의 생존율이 상승한 데는 다양한 치료법이 발전한 영향도 있다. 과거에는 신장암이 발생하면 한쪽 신장을 완전히 제거하는 ‘근치적 신절제술’만이 효과적이며 안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암 재발률과 전이 발생률 등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면서 암이 생긴 부위만을 일부분 제거하는 '부분 신절제술'도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특히 부분 절제가 만성 신부전의 위험성이 낮고 이에 따른 이차적인 심혈관질환과 사망률 등도 현저하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 작은 크기의 신장암 환자에게는 부분 신절제술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신장암은 위치와 크기, 혈관과의 관계, 주변 장기와의 관계 등에 따라 개복, 복강경 또는 로봇 수술 방법을 선택한다. 크기가 작은 초기 신장암에서는 절개부위가 작고, 회복이 빠른 로봇 부분신절제술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장암의 크기가 작고 전이되지 않은 경우, 고령인 경우, 다른 심각한 전신 질환이 있어 전신 마취를 통한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비수술적 방법인 '고주파를 이용한 침절제술'을 할 수 있다. 고주파를 전달할 수 있는 침을 찔러 넣고 고주파를 이용해서 암을 녹이는 방법으로, 수술로 완전히 절제하는 것에 비해서는 재발률이 조금 높으나 비교적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과거에는 신장암에 방사선치료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체부정위방사선요법(Stereotactic Radiation Therapy) 기술을 통해 원발암과 전이성 신장암의 효과적인 국소제어가 가능해 고령 환자에게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또한 전이성 신장암의 치료에는 주로 표적치료제가 사용되며, 수술적 치료인 세포감퇴신절제술과 병합하여 다양한 치료가 시도된다. 표적치료제는 여러 암종에서 기존의 항암제에 비해 더 높은 치료 효과와 낮은 부작용을 보였으며, 최근 활발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와 같은 면역항암제는 전이성 신장암 환자에서 현저한 효과를 보여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종양 미세환경을 조절하고 면역 반응을 강화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데, 이러한 치료 접근법은 전이성 신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하고, 전반적인 치료 결과를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김정권 교수는 "신장암은 암이 발견될 당시 환자의 전체적인 상태를 고려해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만큼 중요한 예방… 금연·운동·건강한 식사 필수
신장암은 다양한 치료법이 있지만, 그래도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한다. 신장암을 예방하는 방법은 있다.

신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이 매우 중요하다. 흡연을 하면, 신장암 발병위험이 2배 늘어난다.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일도 중요하다. 정상 체중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다.

정기적인 복부 검진도 필요하다. 김정권 교수는 "신장암은 뚜렷한 증상이 없다"며 "1~2년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복부 검진을 받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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