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뽈터뷰] 홍철 ① "경기 지면 모두 내 탓 같아…대구는 분명 좋아질 것" 그렇게 주장이 된다

조효종 기자 2024. 6. 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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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대구FC).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대구] 조효종 기자= 프로 15년 차 홍철은 대구FC에 입단할 때 이미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이었지만, 대구 생활을 하는 동안 새롭게 배운 것들이 많다. 올해는 앞장서서 선수단을 이끌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온몸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주장직에 자원했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베테랑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각오였다. 정식으로 주장을 맡는 건 처음이었는데, 주장 데뷔 시즌이 쉽지 않을 거란 예상 이상으로 만만치 않다. 들쭉날쭉한 성적의 압박을 최전선에서 마주하고 있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 노력 중이다. 신임 감독 체제 방향성에 공감하며 젊은 선수들이 휩쓸리지 않도록 분위기를 다잡는다. 아직은 경기력과 결과가 비례하진 않지만, 새로운 축구가 팀에 조금 더 녹아들면, 젊은 선수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하면 팀이 궤도에 오를 거란 확신이 있다.


주장 홍철을 지난달 대구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박창현 신임 감독 체제가 출범한 지 약 한 달 정도 지난 때였다. 홍철은 당장의 결과보다는 과정에 주목하며 차분히 자신의 역할을 되짚었다.


Q 올해 주장을 맡았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이었나요?


A 작년 세징야, (이)근호 형, (오)승훈이 형 다 부상일 때 임시로 주장을 맡았던 적이 있어요. 주장을 해보니 책임감이 더 생기는 것 같아서 최원권 감독님께 말씀드렸어요. 한 번쯤은 주장을 하고 싶다고. 감독님이 흔쾌히 승낙해 주셔서 맡게 됐어요. 막상 해보니까 힘든 점이 생각보다 더 많더라고요. 경기에서 못 이기면 스트레스도 훨씬 많이 받아요. 제가 부족해서, 팀을 잘 이끌지 못해서 성적이 안 좋은 건가 많이 자책해요.


홍철(대구FC). 서형권 기자

Q 그동안 여러 주장을 경험했을 텐데, 주장직을 시작할 때 롤모델로 삼았던 주장이 있나요?


A 아무래도 저는 수원삼성에 가장 오래 있었으니까, (염)기훈이 형 같은 주장이 되고 싶었어요. 후배들에게 좋은 말 많이 하고, 팀이 어려울 때 선수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주장이요. 그런데 제 성격상 그렇게 좋은 주장이 될 순 없는 것 같아요(웃음). '꼰대' 같은 마인드가 있어서 젊은 선수들한테 엄청 뭐라고 하는 주장이에요. 대구 젊은 선수들이 착해서 다행이에요. 기분 나쁠 수도 있는데, 적어도 제 앞에선 바로 수긍해요.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을 잘 안 듣는 후배는 없나요?


A 제가 어릴 땐 10살 이상 차이 나는 선배들은 정말 무서웠어요. 말 한마디 못 걸었죠. 이젠 시대가 변해서 누구 하나 꼽을 거 없이 다들 말대답도 잘해요(웃음). 제 성격을 알아서 그런지, 선을 넘진 않고요. 주장이라고, 나이가 많다고 저를 어렵게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지적할 땐 하더라도, 먼저 장난도 많이 쳐요.


Q 선수들이 의지하는 사람이 주장이라면, 주장 홍철은 힘들 때 누구에게 의지하나요?


A 작년까지 팀에 있던 근호 형에게 전화하면서 의지했던 것 같아요. 저보다 고참인 승훈이 형, (이)용래 형 같은 형들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대화도 많이 했어요. 또 집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있는데, 집에 가서 아이를 보면 스트레스가 없어져요. 다음 날 출근해서 '다음 게임 어떻게 이기지' 다시 생각하는 거죠. 그렇게 운동장에서 혼자 자책하는 시간도 길어요. '결국은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됐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보내는 것 같아요.


홍철(대구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Q 아이도 태어났고 주장도 맡아서 책임감이 가정과 직장에서 동시에 배가 된 느낌일 것 같아요.


A 지금 대구 3년 차인데 재작년에 두 번째 경기에서 두 달짜리 부상을 당했고 작년에는 첫 번째 경기, 개막전에서 다쳐서 또 두 달을 쉬었어요. 그런데 1월에 아이가 태어난 올해는 초반에 부상이 없었어요. 이런 것도 책임감이 더해진 결과가 아닌가 싶어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 거죠. 그러려면 축구장에 오래 있어야 해요. 계속 잘해서 대구와 오래 함께하고 싶어요.


Q 육아가 힘들진 않나요?


A 아이가 복덩이인 것 같아요. 경기 끝나고 집에 가면 아기가 웃어주거든요. 그 모습을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스트레스가 싹 풀려요. 힘든 부분도 있지만 아내가 저를 먼저 생각해 줘서 크게 힘이 들진 않습니다.


Q 그러고 보면 대구 입단할 때 이미 베테랑이었는데, 대구 와서 새롭게 경험한 것도 많은 것 같아요.


A 이제 프로 14년, 15년 차가 됐는데, 제 축구 인생에 참 좋은 공부가 되는 시간인 것 같아요. 일단 기존에 했던 축구랑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하게 됐어요. (대구의 스타일이) 내려서서 수비하다 역습하는 축구였잖아요. 처음에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이런 축구도 있다는 걸 배웠어요. 지금은 감독님이 새로 오셔서 또 다른 유형의 축구를 하고 있고요. 나중에 지도자를 하게 된다면, 대구 축구가 늘 가슴속에 남아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2년 넘게 대구에 있는 동안 아기도 태어나고 주장도 하게 됐어요. 멋진 경기장에서, 멋진 팬분들 앞에서 경기도 뛰고 있고요.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홍철(대구FC). 서형권 기자

Q 답변한 대로 박창현 감독의 대구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창현 감독이 강조하는 건 무엇인가요?


A 주장이어서 감독님과 따로 대화도 해봤는데, 감독님은 대구의 색깔을 바꾸고 싶으신 것 같아요. 내려가 있는 걸 용납하지 못하세요. 또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 속에 부임하셨는데, 분위기를 빨리 전환하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첫 두 경기, 세 경기 이기지 못했는데도 싫은 소리를 안 하셨어요. 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그렇게 자신감을 끌어올려 주셔서 젊은 선수들이 골도 넣고 했던 것 같아요.


Q 최근 출전 빈도가 높아진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것과 관련해서 주장이자 베테랑인 홍철 선수에게 특별히 부탁한 것도 있을까요?


A 미디어에 이름이 오르내리면 젊은 선수들이 건방진 생각을 가질 수도 있잖아요. 감독님이 이전에는 프로, 최근까지 대학에 계시면서 어린 선수들을 많이 보셨을 거예요. 그래서 저한테 선수들이 그러지 않도록 잘 보호해 달라고 하셨어요. 제 생각도 감독님과 같아요. 저도 어렸을 때 미디어의 주목을 받아봤는데, 선수가 좋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이제 잘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선수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라도 우리 젊은 선수들이 더 성장해야 해요. 개개인이 강해지면 팀도 강해질 수 있거든요.


박창현 감독(왼쪽), 홍철(이상 대구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Q 기존 대구 축구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는데, 반대로 박창현 감독 체제 대구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익숙할 것 같아요


A 제가 좋아하는 유형의 축구죠. 앞에서부터 압박하고 공을 뺏어서 소유하고. 또 킥보다는 패스로 풀어나가면서 공을 오래 갖고 있으려고 하는 구조. 저만 좋아하는 축구는 아닌 것 같아요. 요즘 팬분들의 눈높이도 높잖아요. 모든 팬분들이, 경기장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이 원하는 축구일 거예요.


팀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별개로 시즌 초반 스스로의 활약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지난 두 시즌과 달리) 우선 다치치 않고 그라운드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팀이 최하위까지 내려가기도 해서 자책할 때도 있었지만, 경기장에서 숫자만 채우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서 50점 정도는 주고 싶어요. 저희는 지금 변화하는 과정 속에 있어요. 점점 더 좋아질 거라 확신합니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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