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불명예' 한국... 인하대 청소 노동자들을 주목한다 [소셜 코리아]

권혜원 2024. 6. 17. 18: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셜 코리아] 성별 임금격차 해소? 돌봄노동 정당한 평가·존중이 첫걸음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권혜원]

 돌봄노동에 요구되는 지식, 숙련, 기술에 대해 정당한 직무 가치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셔터스톡
 
지난 5월 2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근로자 평균임금은 4만 8922달러로 OECD 평균의 91.6%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별 임금격차는 31.2%로 OECD 회원국 중 최대 격차라는 불명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과 성별 분업에 따른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은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다.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때 근속연수가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질이 좋지 않은 일자리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의 낮은 임금은 일의 세계에서 여성이 겪는 다양한 차별과 성, 연령, 고용형태 등이 교차하는 구조적 불평등에서 비롯하는 만큼 그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인천투데이>에 소개된 인하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인하대분회가 단체협약에 명시된 결원수당과 야외작업 시 받는 외곽근무수당 지급에서 여성노동자들이 배제되고 있는 실태에 대해 파업을 예고하며 맞선 결과 여성 청소노동자들에게도 외곽근무수당 월 1만 5000원을 지급하고 결원인력 대체수당 지급에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노동조합의 실천으로 업무는 같은데 여성만 수당을 못 받는 명백한 임금 차별을 완화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차별은 인하대 청소노동자에 국한하지 않고 곳곳에 여전히 만연해 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어긋나는 보상뿐 아니라 채용, 배치, 교육과 승진 기회에서 비가시적이면서 뿌리 깊은 차별이 성별 임금격차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러한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려면 직무 가치에 대한 평가에 기초하여 동일가치의 노동에 대해 동일임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직무급으로 전환하는 것이 성별 임금격차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보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성이 다수를 이루는 직종에서 여성이 하는 일은 실제 기여도나 가치보다 저평가되고 있어서 청소, 가사서비스, 돌봄과 같이 '여성의 일'로 간주되는 직종에서는 이와 같은 직무 가치 평가절하에 따른 저임금화가 뚜렷하다.

청소·가사노동, 환자·노약자·아이를 돌보는 노동은 숙련이 요구되는 어엿한 직업으로 여겨지기보다는 가정 내에서 행해지는 여성의 그림자 노동의 연장으로 인식되어 평가절하되고 있다.

시장 임금에 맡겨선 이중구조 극복 못 해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한국YWCA연합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주최로 "제1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없이는 사회정의도 없다-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들은 “돌봄노동 가치 무시하는 최저임금 차별 망언 중단 및 최저임금 인상! 돌봄서비스에 대한 투자 강화와 가사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 집중 논의!" 등을 요구했다.
ⓒ 이정민
    
돌봄은 상대방의 욕구에 대한 관심, 심리적 교감과 라포 형성을 위한 소통 기술과 정서 지능을 두루 요구하므로 사회적 편견을 깨고 이와 같은 돌봄의 직무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경험과 근속에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직무훈련과 경력사다리 형성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돌봄노동은 이러한 기회로부터 배제되어 최저임금 수준의 막다른 일자리(dead-end job)로 고착되었다. 2021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칼럼에서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시설 보육교사와 장기요양시설 요양보호사의 월평균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고 있고, 방문형 요양보호사의 월평균 급여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구 연구위원은 "돌봄노동이 그 가치에 비해 얼마나 저평가되어 있는지, 어느 정도가 되어야 적정임금인지를 한국 사회가 질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질문을 방기하고 시장임금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로는 성별 임금격차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극복할 수 없다.

이제는 돌봄노동에 요구되는 지식, 숙련, 기술에 대해 정당한 직무 가치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돌봄 직종에서 교육과 경력개발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림자 노동으로 저평가된 돌봄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돌봄 노동자의 노동권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노사정이 함께 사회적 대화로 정책적 해결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난 15일 국제노동기구(ILO)는 '양질의 일자리와 돌봄 경제' 보고서를 의결했다. 해당 보고서는 모든 돌봄노동자가 양질의 일자리를 누려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며, 돌봄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고용 및 직업에 대한 차별 철폐,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 환경 보장과 관련된 회원국의 의무를 환기시켰다. 우리 정부가 그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면 돌봄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양질의 돌봄 일자리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과제로 내세우며 "노조 밖 근로자의 근로 여건을 개선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사회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이해 대변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이 시급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이 조직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를 갈라쳐서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해치는 '분열에 의한 제압'(divide and conquer)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인하대 여성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차별을 완화하도록 이끈 주체는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라는 중고령 취약 여성노동자들의 자주적 결사체이다. 요양보호사들도 노동조합을 조직하여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정말로 노동시장 양극화와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원한다면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노동조합들과 공동으로 돌봄노동을 전문직업으로 지원할 수 있는 보상과 경력개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돌봄노동을 사회적 대화의 핵심 의제로 다루고 노동조합을 포괄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할 때이다.
 
 권혜원 /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소셜 코리아 자문위원)
ⓒ 권혜원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셜 코리아>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관심 영역은 노동시장 이중화 해소, 노동권과 성평등의 의제를 통합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입니다. 학계에서는 한국산업노동학회 부회장,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성남시 생활임금위원장,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