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시민들이 "올림픽은 생지옥, 오지 말라"고 한 이유

윤현 2024. 6. 1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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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보이콧' 영상 확산... 교통 혼잡·물가 상승 불만 폭발

[윤현 기자]

 2017년 9월 14일, 파리의 에펠탑이 내려다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에 올림픽 성화가 설치돼 있다.
ⓒ A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2024년 하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외국인을 향해 '파리에 오지 말라'며 소셜미디어에 보이콧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5일(한국 시각)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파리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는 현지 시민들의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리에 사는 프랑스계 미국인 미란다 스타르체비츠는 틱톡에 올린 영상에서 "파리 올림픽에 오려는 모든 사람에게 말한다. 오지 마라. 다 취소하라"면서 "누구도 올림픽을 원치 않는다. 이것은 뜨거운 혼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영상의 조회 수는 17일 오후 6시 현재 80만 회를 넘겼다. 

지하철 요금 2배 인상... "올림픽 기간 파리 떠날 것"

스타르체비츠씨는 올림픽 기간 파리의 숙박 시설과 대중교통에 비윤리적인 면도 있다면서 올림픽 관계자들이 숙박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파리시가 학생들에게 기숙사를 비우도록 했으며, 지하철 요금은 2배로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파리시는 올림픽 기간 지하철 편도 요금을 2.1유로에서 4유로, 10장 묶음 티켓은 16.9유로에서 32유로로 인상했다. 

또한 파리시에 있는 외국인 망명 신청자와 노숙인 등을 내쫓아 파리 외곽 소도시의 숙박 시설로 강제 이동시키면서 해당 지역 당국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파리 시민들은 당신에게 침을 뱉고, 때리고, 모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프랑스 정부는 올림픽을 홍보하지만 정작 파리 시민들의 경제 사정은 매우 어렵다"라며 "우리는 너무 불행하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라고 강조했다. 

스타르체비츠씨는 NYT에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파리를 떠나 프랑스 남부에 머물 것이라면서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 만큼 운이 좋지만, 대부분 파리 시민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특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나도 파리에서 살고 있는데 올림픽 기간에 어떻게 출퇴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올림픽이 열리면 혼란을 멀리 피하기 위해 시골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도망갈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토록 반대하는데 왜 올림픽 유치했나"
 
 파리 올림픽 기간 파리에 오지 말 것을 권유하는 틱톡 영상 갈무리
ⓒ 틱톡
 
닉네임이 '레오 노라'인 파리 현지 대학생도 100만 회 넘게 조회된 틱톡 영상에서 "올림픽을 보러 파리에 올 계획이라면 오지 말라"면서 "올림픽이 열리면 파리가 위험하고 생지옥(earth on hell)을 방불케 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누리꾼이 "시민들이 이토록 올림픽을 원치 않는데 왜 유치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고 묻자 그는 "정부와 시민은 다르다"라면서 "정부는 (올림픽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파리에 12년 넘게 살았다는 산 비카드는 "어렸을 때부터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지켜봤다"라면서도 "파리 올림픽은 경기장 입장권이 너무 비싸거나 구하기가 어렵다. 역대 대회 중 가장 기대되지 않는 올림픽"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카드씨는 "올림픽 기간 파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지하철 대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 당국은 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현지 시민들은 몰려드는 대회 관계자와 방문객들로 인해 높아진 물가와 교통 혼잡 등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파리시 교통 당국은 올림픽 기간 대중교통 이용객을 줄이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시민들에게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 이용하기, 재택근무 등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한 지하철 요금은 오르지만 정기권 가격은 그대로라면서 달래기에 나섰으나, 여론 악화를 막지 못하고 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현지 방송에 출연해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파리의 대중 교통이 시민들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며 "진전이 필요하다는 데 모든 사람이 동의하지만, 우린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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