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최태원의 반격 "법원 재산분할 명백한 오류, SK 역사 부정"

김종철 2024. 6. 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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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노소영 관장 항소심 판결 18일 만에 전격 등판… 변호인단 "사실상 '100배' 왜곡"

[김종철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직접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30일 배우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 이후 18일 만이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 자리에 나섰다. 그가 재판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당초 예정에 없던 최 회장의 등장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나와 8분에 걸쳐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최 회장은 "먼저 개인적인 일로 국민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이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법원의 재산분할에 대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면서 "(대법원에) 상고를 결심했다"고 최 회장은 말했다.

상고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는 SK 그룹의 명예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최 회장은 "(재산분할 관련) 오류는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또 "(판결에는) 'SK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거나, 'SK 역사가 전부 부정당하고 6공화국 후광으로 사업을 키웠다'는 내용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적대적 인수합병 등 예방할 것... 막을 역량도 있어"

최 회장은 "저뿐 아니라 SK 그룹 모든 구성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부디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라고, 이를 바로잡아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런 판결과 관계없이 제 맡은 바 소명인 경영 활동을 좀 더 충실히 잘해서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따라 재계 내외부에서 그룹 지배구조의 변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에 대해, 최 회장은 "이거 말고도 수많은 고비를 넘어왔고 이런 문제점을 충분히 풀어나갈 역량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위기로 발전되지 않게 예방해야 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설사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막을 역량이 존재한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최 회장은 대답했다. 

최 회장이 간담회장을 떠난 후, 변호인단은 항소심 재판부의 오류에 대해 설명했다. 최 회장 쪽에서 오류의 핵심으로 꼽는 것은, 재판부의 주식 가치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너무 과다하게 계산되었다고 주장했다.
 
 최태원 SK 그룹 회장 변호인단에서 오류라고 강조한 항소심 재판부의 재산분할 내용.
ⓒ SK
"재판부가 사실상 '100배' 왜곡... 대법원서 파기환송 기대"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오류에 근거,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재산분할 비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 재판부는 지난 1994년부터 1998년 고 최종현 회장 별세까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SK C&C 가치 증가분을 비교했는데, 회사 성장에 대한 고 최종현 회장의 기여 부분을 12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 최종현 회장 시기 증가분은 125배이고 최태원 회장 시기 증가분은 35배에 불과했다는 것이 최 회장 쪽 주장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은 주당 3만5650원으로 계산했다. 여기에 최 회장의 기여도가 선대회장의 기여도보다 훨씬 크다고 전제하고, 최 회장을 내조한 노소영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해 65대35의 비율로 약 1조3800억 원의 재산분할을 판시했다.

하지만 최 회장 변호인단은 법원의 주식 가치 산정에 오류가 있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1998년 '주당 100원'이 아니라 '주당 1000원'이라는 것. 한상달 회계사(청현 회계법인)는 이날 회견에서 "해당 주식이 두 차례 액면 분할됐던 점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주식 가액은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다"고 설명했다.

만약 최 회장 쪽 입장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재판부가 당초 계산했던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에서 125배로 늘고, 최 회장 기여분은 오히려 355배에서 35.5배로 10분의 1로 줄어든다. 이 변호사는 "사실상 '100배'에 달하는 왜곡이 발생했으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 회장 쪽은 재판부 결정에 기초가 된 계산 오류를 바로 잡을 경우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도 "이번 판결은 입증된 바 없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SK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며 "이를 바로잡아 회사의 명예와 구성원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고 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 관련 SK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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