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국회법, 입법독주 도구됐다...野, 합의 없이 마이웨이
여야의 극한 대치로 22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6월 임시국회 일정을 지키도록 하겠다”며 조속한 원(院) 구성 의사를 표했다.
우 의장은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6월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며 “이제는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머지않은 시간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중해야 하지만, 국회 개원을 늦춰서 국민 권리를 침해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도 했다. 이날 우 의장의 발언을 두고 “일하는 국회를 명분 삼아 여야 합의에 이르지 않더라도 나머지 상임위원장 7명을 뽑을 수 있다는 뜻”(민주당 관계자)이란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은 위원장 선출이 완료된 11개 상임위에선 ‘법안 강행’ 속도전을 개시했다. 지난 11~14일엔 국민의힘이 보이콧하는 가운데 법사·과방·복지·국토·행안위를 개문발차(開門發車)했고, 17일 오후엔 환경노동위원회가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민주당은 이번 주 내내 매일 상임위를 개최해 ▶전세사기 현안보고(국토위) ▶채 해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법사위) ▶방통위설치법 입법청문회(과방위) 등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공세를 위해 입법폭주를 하고 있다”(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는 여당의 비판에 민주당이 내건 방어 논리는 ‘국회법 준수’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지난 12일 첫 법사위 회의를 개최하면서 “법사위는 국회법에서 정한대로, 국회법에 따라 운영하겠다”고 말했고,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법은 매주 목요일 2시에 본회의를 열게 되어 있다”며 본회의 개회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더 나아가 ▶월 2회 이상 상임위 전체회의 ▶월 3회 이상 상임위 법안소위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본회의를 각각 열도록 한 내용의 ‘일하는 국회법’을 전부 지키겠다고 한다.
하지만 여권에선 “민주당이 필요할 때만 법 준수냐”(보좌관)는 냉소가 나온다.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법을 1호 당론 법안으로 추진해 통과(2021년 3월 시행)시켰지만, 정작 2년여간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7일 “민주당이 주장하는 ‘일하는 국회’의 실상이 ‘이재명 방탄 국회’임을 국민께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안건조정위·패스트트랙 등 국회선진화법 조항을 이용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같은 법안을 밀어붙였던 21대 국회의 재탕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과반의 민주당이 ‘법대로’를 외치며 정치 파트너를 코너로 몰아낼수록, 여야 협의를 원칙으로 한 국회법의 취지가 부정당하는 모순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맞춤형’ 당헌 개정안 확정 =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17일 이재명 대표의 당대표직 연임 임기를 보장하면서 대선 출마까지 가능하게 한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전까지 사퇴하도록 한 조항(제25조)에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제88조)를 추가했다.
이날 통과된 당헌 개정안에는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 권리당원 투표를 20%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과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자동 정지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헌 개정안 표결은 11개 개정 항목 전부에 대해 찬·반을 묻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투표에 참여한 중앙위원 501명 중 약 84%인 422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탈당 인사들로 구성된 새로운미래는 “민주당이 ‘이재명 1인 수령체제’임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최성 수석대변인)고 비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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