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22세' 남자 컬링 의성군청, 국가대표 됐다

박장식 2024. 6. 17. 17: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컬링선수권] 의성군청, '베테랑' 강원도청 10대 5로 꺾고 태극마크 달았다

[박장식 기자]

 17일 열린 2024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우승을 거둔 의성군청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맨 앞 표정민 선수가 기쁨에 포효하고 있다.
ⓒ 박장식
 
팀원 전원이 20대 초반, 결승 맞상대는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베테랑'. 패기로 국가대표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선 어린 컬링 선수들이 고대하던 태극마크를 드디어 달았다.

17일 정오부터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열린 2024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 남자부 결승전. 2024-2025 시즌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마지막 경기에서 '영건' 의성군청과 '베테랑' 강원특별자치도청이 만나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그리고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두고 마지막 열전을 벌였다.

평균 나이 22세, 의성군청의 도전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의성군청은 강원도청을 10대 5라는 경이로운 스코어 차이로 누르고 우승,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드디어 품에 안았다. 

초반부터 '스틸'... 의성군청이 왕좌 차지했다

2023-2024 시즌 국가대표를 역임했던 강원도청(스킵 박종덕)의 태극마크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더 높았던 지난 경기였다. 강원도청은 예선에서 전승으로 플레이오프까지 오른 뒤, 플레이오프에서도 경북체육회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직행했다. 

그에 반해 의성군청의 도전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의성고, 서울체고, 그리고 경일대학교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의성의 로컬보이들을 모아 지난해 창단된 팀이 의성군청이었기 때문이다. 실업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적도 많지만, 중요한 경기에서의 결정력은 늘 부족한 듯싶었다.

그런 의성군청의 이재범·표정민·김은빈·김진훈·김효준까지 다섯 선수들은 고군분투 끝에 결승으로 향했다. 예선에서 6승 2패, 그중에서도 경북체육회와 강원도청에 패하며 플레이오프 막차를 잡았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서울시청과 경북체육회에 극적으로 연거푸 승리하며 결승으로 가는 실낱같은 희망을 잡아 올렸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결승전. 첫 엔드 후공권을 잡았던 강원도청은 1엔드를 하우스 안쪽을 비우는 블랭크 엔드로 넘겼다. 하지만 2엔드 득점은 의성군청의 것이었다.

2엔드 이재범이 던진 마지막 스톤이 자신의 스톤을 맞고 다시 하우스 안 강원도청의 스톤을 모두 순차적으로 때려내 더블 테이크아웃을 성공하는, 환상적인 런 백 샷이 나왔다. 강원도청은 마지막 샷 드로우에 실패, 의성군청에 후공권을 쥐었음에도 점수 두 점을 뺏기는 스틸을 내줬다.

3엔드 강원도청이 한 점을 올리며 따라갔는데, 4엔드에는 다시 의성군청이 한 점을 다시 달아나며 앞서나갔다. 강원도청은 다시 후공권을 잡은 5엔드에 블랭크 엔드로 보내며 후반전에서의 역전을 노렸다.

하지만 6엔드에도 의성군청은 이재범이 던진 마지막 스톤이 하우스 안쪽 강원도청의 스톤을 맞춰 내보내고 데굴데굴 굴러 또 하나의 스톤을 내보내는 환상적인 더블 테이크아웃 샷을 구사, 강원도청의 추격을 1점에서 멈추게 했다.
 
 2024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남자 컬링 국가대표가 된 의성군청 선수들. 왼쪽부터 표정민·김효준·이재범 선수, 이동건 코치, 김은빈·김진훈 선수.
ⓒ 박장식
 
7엔드에는 의성군청의 본격적인 '빅 엔드'가 나왔다. 의성군청은 서드 샷에서 생긴 실수를 극복해내며 스킵 샷을 모두 점수로 연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의성군청은 단숨에 석 점을 올리며 승리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강원도청도 8엔드 박종덕의 예술적인 샷에 힘입어 석 점을 올리는 데 성공, 스코어 6대 5로 점수 차이를 좁혔다.

9엔드, 의성군청의 '위닝 샷'이 나왔다. 의성군청은 하우스 안에 자신의 스톤을 넉 개나 남겨두는 빅 엔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선수들은 넉 점을 만드는 데 성공함과 동시에 자신의 빅 엔드를 강한 세레머니로 자축했다. 스코어 10대 5. 사실상의 승리가 확정된 순간이었다.

결국 다섯 점 차를 극복해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강원도청 선수들이 의성군청 선수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경기가 끝난 순간, 표정민 선수는 온 힘을 다해 쥐어짜듯 포효했다. 표정민 선수는 하우스를 벗어날 때까지 포효하며 '큰 형'들을 모두 이겨내고 국가대표가 된 것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꿈 꾸는 것 같아... 모두가 함께 힘을 낸 덕분"

이제는 '국가대표'다. 선수들은 꿈에 그리던 동계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그리고 세계선수권 출전 기회를 얻었다. 이재범 선수는 "지금 너무 기쁘다.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현실이 아니라 꿈 꾸는 것 같다"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이재범은 이어 "운도 따라줬다. 우리 아이들도 다같이 으쌰으쌰를 해주니까, 나도 따라서 잘 할 수 있었다. 혹시 내가 무너질 때도 서로서로 잘 받친 덕분에, 나도 샷을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표정민 선수에게 포효의 의미를 묻자 "한 달 전부터 이동건 코치님께서 우승하는 꿈, 우승하면 어떤 세리머니를 할지 꿈을 꾸라고 하셨다"며, "그래서 자기 전에도 '어떻게 세레머니를 할까' 하면서 한 시간씩, 두 시간씩 생각하고 그랬다. 그게 우리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 같다"며 준비했던 세레머니였음을 밝혔다.

"2엔드 우리가 스틸을 한 이후로 계속 좋은 샷들이 나와 주면서 분위기를 탔다"는 표정민 선수는 "의성에서 훈련할 때도 이렇게 세리머니 한 덕분에 자연스러운 대비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표정민 선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이제 시작"이라며,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부담도 있겠지만 자부심도 가져서 한국 컬링을 발전시키고 싶다. 솔직히 우리가 다른 팀보다 어리지만, 젊은 스타일로 많은 것을 보여주고, 패기도 보여주고 싶다.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며 각오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