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美 낮은 '공포지수'에 더 커지는 시장 불안

김종화 2024. 6. 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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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VIX 높으면, 예측 어려워 주식 하락
조용한 시장 '불안' 부추겨…금융위기 전 비슷
시장 고요하면 투자자들 고위험 투자 경향

미국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시장의 '공포지수'가 이례적으로 낮은 상황이 지속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포지수'는 미국 시카고 옵션거래소(Chicago Board Options Exchange·CBOE)에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측정하기 위해 만든 지표인 '변동성지수(變動性指數·Volatility Index·VIX)'를 일컫는 별칭이다.

VIX는 주식 시장이 미국을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옵션에 기반한 변동성을 측정하는 한 방식이다. 주식가격 변동에 따라 바로 가격이 변동하는 파생상품이 '옵션'인데, 이 옵션의 가격을 바탕으로 해당 주식의 숨겨진 변동성을 측정한다. 주가지수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로, 주가지수가 급락할 때 급등하는 특성 때문에 공포지수라고도 불린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욕 AFP/연합뉴스]

VIX가 높다는 건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식 시장에 작용했다는 뜻이고, VIX가 낮다는 건 변동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작용했다는 뜻이다.

통상 변동성이 높으면, 즉 VIX가 높으면 주가가 급격히 오르내려 시장 참가자들이 주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워 주식시장은 하락하게 된다. 변동성이 낮으면, 즉 VIX가 낮으면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예측이 상대적으로 쉽다. 이 경우 주가가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미래를 예측하기 쉬워 주식 시장이 상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VIX가 낮아도 주식시장이 하락할 수 있고, VIX가 높아도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VIX가 낮으면 시장이 안정적인 만큼 기대수익이 낮기 때문에 주식시장 대신 다른 시장을 선택할 수 있고, 반대로 VIX가 높으면 시장이 불안하지만(리스크가 크지만), 수익이 커 주식시장에 대형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식시장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에게 VIX는 참고 지표이지 척도가 될 수는 없다는 의미다.

WSJ 보도와 CBOE에 따르면 VIX는 지난 13일 12선 밑으로 떨어졌다. VIX는 앞서 지난달 말 들어서도 여러 차례 12선 밑으로 떨어지는 등 최근 들어 12선 언저리에서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VIX가 이처럼 12를 밑돈 것은 지난 2019년 11월 이후 약 4년 6개월 만이다.

실제 미 증시는 올해 들어 강세장과 낮은 변동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29차례 최고가를 경신하며 작년 말 대비 약 14%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S&P 500 지수 하루 등락폭이 1%보다 큰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며, 등락폭 2%보다 컸던 날은 단 하루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앞선 전망과 달리 탄탄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기업이익은 증가했지만 인플레이션은 둔화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그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는 이같이 극단적으로 조용한 시장 상황이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WSJ은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위기 이전인 2005∼2007년 기간의 VIX 움직임이다. 이 기간 VIX는 2008년 금융위기로 80 위로 치솟기 전까지 최근처럼 12 언저리에서 이례적으로 낮은 움직임을 지속했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강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시장이 고요한 모습을 지속할 경우 투자자들이 경계감을 풀고 고위험 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JP모건자산관리의 데이비드 켈리 최고글로벌전략가는 "거품은 진정 고요한 상황 속에서 터지기가 쉽다"면서 "거품이 거대한 규모로 커질 수 있고, 바람이 세질 때 거품이 터진다"라고 말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면서 투자자들은 기술주 등 그동안 성과를 지속해온 부문에 더욱 크게 베팅하고 있다는 것이 켈리 최고글로벌전략가의 지적이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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