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잡아주면 맞춰서"…與, 이재명 '위증교사 혐의' 녹음 공개

이창훈, 김한솔 2024. 6. 1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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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이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를 부탁한 정황이 담긴 육성 파일을 17일 공개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표가 2018년 12월쯤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를 지낸 김진성씨와 통화한 4분 분량의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전민규 기자


이 대표와 김씨의 통화 내용이 중요한 이유는 이 대표가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무죄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지사 민주당 후보로 나온 이 대표를 상대로 경쟁 후보 측은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이던 2002년 검사 사칭 공모 혐의로 유죄를 받은 문제를 파고들었다.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 의혹을 취재하던 KBS PD는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검사를 사칭해 전화를 걸었고, 당시 이 사건 대책위 집행위원장이던 이 대표는 KBS PD의 검사 사칭을 공모했다는 혐의가 인정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런 전과에 대해 2018년 방송토론 과정에서 경쟁 후보는 문제를 삼았고, 이 대표는 반박 과정에서 “누명을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이 결국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누명을 썼다”는 발언이 허위 사실이란 이유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것이다. 결국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끝에 이 대표는 2020년 10월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가 김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정치적인 배경이 있던 사건이었다는 점을 이야기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위증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이 대표의 이 발언을 녹음 파일로 갖고 있던 김씨가 지난해 위증교사 사건에 대해 자백한 후 검찰에 파일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이 대표가 지난해 10월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현재 관련 재판은 1심이 진행 중이다.

박 의원이 17일 공개한 녹음 파일은 이런 김씨와 이 대표의 2018년 12월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녹음 파일에서 이 대표는 “이제 어차피 세월도 다 지나버렸고, (김병량) 시장님은 돌아가셨고”라며 “변론요지서를 하나 보내드리겠다. 그때 우리 주장이었으니까 한 번 기억도 되살려 보시고”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씨는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는지 보내주면 거기에 맞춰”라고 호응하는 듯한 육성이 포함됐다.

박 의원은 녹음 파일 공개 뒤 “이 대표가 얼마나 뻔뻔하게 거짓말해왔는지 이 녹취를 통해서 국민께서 확실하게 인식하셨으면 좋겠다”며 “명백한 위증교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재판은 올 여름에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법원이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 결과를 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녹음 파일이 공개되자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야당 대표 때리기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것 같다. 음해를 쏟아냈다”며 “‘없는 사실을 말해달라’는 것이 거짓 증언 강요이지, ‘있는 그대로 얘기해달라’는 것이 거짓 증언 강요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의 “언론은 검찰의 애완견” 발언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도 나흘째 이어졌다. 지난 12일 검찰이 이 대표를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과 관련해 제 3자뇌물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 뒤인 지난 14일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재판에 참석하다 “(언론이) 마치 검찰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으냐”며 검찰과 언론을 싸잡아 비난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입에 담아서 안 될 극언”이라며 “이 대표와 친명은 진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정상적인 판단을 잃은 듯하다. 이게 정상적인 국회의 모습이고 정상적인 공당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진실을 고하는 언론을 애완견 취급하며 가짜뉴스를 강요한다”며 “헌법 가치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부정하는 민주당에 대한민국을 통째로 넘겨줄 수 없다”고 성토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재갈법 등으로 언론을 애완견처럼 협박하려는 시도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의원도 전날 “시대착오적인 언론관”이라며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 수준으로 짓밟은 희대의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언론은 편들어주면 수호천사, 비판하면 악마인가”라며 “지금이라도 국민과 언론에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이날 TV조선 유튜브 ‘강펀치’에 출연해 “제정신이 아니다”며 “(이재명 대표의) 언론 혐오를 보여준 최악의 언론관”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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