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적폐광풍 피해자' 박용찬, 국민의힘 지도부 진입하나…"사력 다하겠다"

김민석 2024. 6. 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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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전당대회 최고위원 '1호 출마선언'
적폐청산 휩쓸렸으나 법정투쟁서 승리
"지금 공영방송은 국가적 흉기 됐다
편파적 불공평 보도, 헌정사상 처음"
박용찬 국민의힘 서울 영등포을 당협위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공영방송 문제가 정국 초미의 쟁점인 가운데, 과거 공영방송 적폐청산 광풍의 희생자였으나 고독한 법정투쟁 끝에 승리를 얻어낸 당사자가 국민의힘 지도부에 입성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용찬 국민의힘 서울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이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1호'로 최고위원 출사표를 던졌다.

박용찬 위원장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7·23 전당대회와 관련해 공식 출마선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날 출마선언 직후 박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공영방송은 사회적 흉기를 넘어서서 대한민국의 국가적 흉기가 되고 있다. 저렇게 편파적으로 불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공영방송이 공영방송답게 뉴스를 보도할 수 있도록 (지도부에 들어가게 되면 역할을) 당연히 하겠다"고 천명했다.

박 위원장은 대표적인 공영방송 적폐청산 광풍의 피해자 출신 정치인이다. 1991년 MBC에 입사해 정치부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뉴욕특파원을 다녀온 뒤, 사회1부·사회2부장과 보도본부 취재센터장, 뉴스데스크 앵커를 지내는 등 순조로운 코스를 밟던 박 위원장은 2017년 공영방송내 적폐청산 광풍에 휩쓸리면서 고초를 겪게 됐다.

돌연 구체적인 부서와 보직 없이 달랑 '보도본부 보도국'으로만 발령이 나는가 하면, 이른바 '조명창고 유배'에 정직 징계 처분, 단순 색인 작업 지시 등이 이어졌다. 감사국과 소위 'MBC 정상화위원회'에 의한 '먼지털이식' 감사와 조사도 계속됐다.

박 위원장은 부당한 인사발령에 대한 소송, 정직처분무효확인소송에서 모두 대법원 상고심까지 간 끝에 승소했고, 반대로 박 위원장에 대해 제기된 형사소송에서는 역시 대법원 항고 끝에 무혐의 불기소 처분이 확정됐다. 사법부에 의해 무고함과 결백함을 인정받은 것이다.

오는 8월 공영방송 및 공영방송 최다출자자의 이사회 임기 만료가 이어지는만큼 공영방송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공영방송에서 잔뼈가 굵은 커리어를 가지고 있으며 '적폐청산 광풍 희생자' 출신인 박 위원장의 지도부 진입을 위한 외침이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울림을 갖게 될지 주목된다는 분석이다.

이날 출마선언문에서 박용찬 위원장은 △'봉사의 힘' 자원봉사시스템 도입 △'당원소통국' 설치 및 매월 1일 '당원의 날' 지정 △원외당협위원장 적극 기용 △선거시스템의 총체적 점검을 위한 '선거제도개혁특위' 설치 등을 공약했다.

박 위원장은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과 조국은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도 선거를 통해 다시 살아났으며, 국회 농단에 이어 사법부 유린까지 시도하고 있다"며 "이들이 다시 살아난 힘의 원천은 오랜 세월 현장에서 구축한 '좌파 생태계'"라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는 권력자와 실력자만 쳐다보며 현장을 외면하고 방치했을 뿐만 아니라, 당의 주인공인 당원 동지들과 일체감을 형성하려는 노력조차 부족했다"며 "잇따른 총선에서 나타난 수도권 참패는 정치의 기본인 현장의 중요성을 망각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소중한 대한민국을 저 무도한 세력들에게 맡길 순 없지 않겠느냐. 국민의힘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 다시 신뢰받는 집권여당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치열하게 몸부림쳐보자"며 "선거가 없는 앞으로의 2년간의 시간이 잃어버린 기본을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힘 원외 모임인 '성찰과 각오' 소속으로, 원외 조직 '성찰과 각오'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박 위원장과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을 최고위원 후보로 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온 박 위원장은 총선 참패 원인에 대해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에 우호적이던 지지층들의 마음을 떠나게 하는 행위를 자초했다는 점을 짚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권 도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박 위원장은 "여러 외생 변수가 크게 작용해 우리 입장에서 역풍이 강력하게 불었다. 4·10 총선에서 우리가 우리의 아군을 너무 많이 우리 스스로 빼앗겨버렸다"며 "해병대 (채상병) 사건으로 군심(軍心)을 놓쳤고, 의료대란으로 의사들의 의심(醫心)을 놓쳤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상당히 결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두 요인 모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이 없는 사유다.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은 "한동훈 위원장도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갖고 걱정을 하고 있다"며 "지금 지지율이 50~60%대 아니냐. 충분히 우리 당을 이끌어갈 책임성 있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당권 레이스 과정에서 당대표 후보와의 연대, 또 다른 최고위원 후보와의 합종연횡에 대해서는 "지금은 아주 초기 단계라서 합종연횡이나 연대를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선거전이 진행되면서 서로 궁합이 맞는 후보들과 연대를 하거나,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합종연횡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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