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최윤종 막는다" 관악산 뜬 경찰 드론…사생활 침해 우려도
"시동 걸고 비행하겠습니다."
17일 오후 2시 30분쯤 서울 관악산 생태공원 둘레길에 경찰 드론 한 대가 '위잉' 날아올랐다. 시범 경찰관이 드론 조종기(지상통제 장비)를 작동하자 최대 50m 상공까지 떠오른 드론은 공원 이곳저곳을 4k 고화질로 비췄다. 최대 30배까지 확대할 수 있어 지상에 있는 기자는 물론 둘레길에서 산책하는 시민들 얼굴도 식별해냈다. 드론의 순찰 과정은 지상통제 장비 모니터로 실시간 전송됐다. 해가 없는 야간에는 열화상 카메라로 사람 체온을 감지해 대상을 파악할 수 있고, 드론에 별도로 장착된 서치 라이트와 광학식 줌 카메라를 통해 피사체를 자동으로 따라가며 촬영하는 기능도 갖췄다. 드론은 최대 40㎞/h로 비행 가능하며, 저장되는 영상 녹화 시간은 최대 30~40분이다.
이곳은 지난해 8월 최윤종(31)이 출근하던 초등학교 교사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둘레길 입구에서 만난 관악구 주민 박모(70대)씨는 "이미 CCTV가 깔려있지만, 드론이 으슥한 곳까지 순찰한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고 했다.
관악경찰서(서장 박민영)가 17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범죄예방 목적의 드론을 시험 비행했다. 관악경찰서는 소속 경찰관 중 드론 조종면허 자격증을 소지한 7명을 뽑아 2개의 드론팀을 꾸리고, 드론 운용에 관한 이론·실습 등 사전 안전 교육을 마쳤다.
이는 3월부터 시행 중인 경찰청 훈령 '경찰 무인비행장치 운용규칙'에 따른 것이다. 경찰청은 훈령 개정을 통해 구조·구급 활동 등에만 쓸 수 있었던 드론 활용 범위를 범죄예방·교통법규 위반 단속·집회 및 시위 현장에까지 확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6월 처음 도입된 경찰 드론은 지난해 5월까지 총 1455건의 현장에 출동해 1만4394회를 비행, 91명의 인명을 구조하는 데 활용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전국의 36개 거점 관서에서 150여 대 운영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까지는 시험 비행으로 여러 가지 기종을 띄워보고, 각 목적에 맞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생활 침해 등 경찰 드론의 오·남용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17년부터 교통단속용으로 드론을 활용해 왔던 도로교통공사는 지난 2월 정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사생활 침해 지적을 받고 설 연휴 동안엔 드론을 띄우지 않기도 했다. 둘레길 테니스장에서 운동하던 한 70대 시민은 "무의식중에 내 얼굴이 찍혀서 용의선상에 올라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권력에 의한 드론 활용은 안전성과 사생활에 대한 무분별한 침해 가능성이 있다"며 "물리적 위험성을 규제할 법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드론에 찍힌 영상은 실시간으로 드론관제 차량에 설치된 관제 시스템에 저장되는데, 범죄와 무관할 시 비행 직후 즉시 파기한다"며 "범죄와 관련 있어도 최대 30일을 넘기지 않고 폐기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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