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멀티포에도 아직 19개인데 저지는 26호...그린 몬스터 넘긴 '어나더 클래스'
차승윤 2024. 6. 17. 15:56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과연 올해도 끝까지 애런 저지(32·뉴욕 양키스)의 라이벌로 불릴 수 있을까. 쫓아가려 해도 좀처럼 두 사람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
오타니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홈 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홈런 두 방을 쏘아 올렸다. 0-0으로 맞선 3회 말 선제 홈런을 날린 그는 6회에도 다시 솔로포로 팀의 두 점 리드를 온전히 홀로 이끌었다.
말 그대로 괴물 같은 홈런포였다. 3회 오타니는 캔자스시티 오른손 선발 브래디 싱어의 149㎞/h 낮은 싱커를 밀어 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7m의 대형 홈런을 쏘아 올렸다. 타구 속도가 184㎞/h에 달했다. 지난 13일 텍사스 레인저스전 이후 4경기 만에 터진 18호포였다.
기세가 6회 이어졌다. 오타니는 이번에도 싱어의 128㎞/h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시원하게 넘기는 비거리 122m 솔로 홈런을 날렸다. 이번 타구 속도는 178㎞/h로 역시 특급이었다.
하루 만에 홈런 두 개를 때리며 다시 한 번 홈런왕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오타니가 주춤한 사이 내셔널리그 홈런왕 경쟁을 주도하던 건 마르셀 오즈나(애틀랜타 브레이브스)였다. 홀로 20개를 때리고 있었는데 오타니가 빠르게 추격하기 시작했다. 한 개만 더 때린다면 오타니는 2021년부터 4년 연속 20홈런 기록을 이어가게 된다.
오타니가 내셔널리그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사이 과거 라이벌이던 저지는 아메리칸리그를 제패하는 중이다. 5월 이달의 선수를 타는 등 뜨겁게 기세를 타고 있는 저지는 이날도 홈런포를 추가하며 MLB 전체 홈런 1위 자리를 지켜냈다.
그는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와 맞대결에서 3번 타자·중견수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1타점을 기록했다. 1회 초 첫 타석에서 보스턴 선발 커터 크로포드의 커터를 공략, MLB에서도 손꼽히는 높이의 왼쪽 담장인 그린 몬스터를 넘기는 대형 홈런을 때려냈다. 발사각 45도에 타구 속도 184㎞/h, 비거리 116m를 기록한 '고각도' 대포였다.
4월까지만 해도 부진하던 저지는 당시 타격 전관왕을 노릴 페이스였던 오타니보다 크게 부진했다. 하지만 5월 중순 이후 두 사람의 페이스가 완전히 뒤집히면서 한 달 만에 입장이 달라졌다. 오타니는 이제 겨우 4년 연속 20홈런을 바라보게 됐지만, 저지는 이날 홈런포로 4년 연속 30홈런을 정조준하게 됐다. 아메리칸리그 홈런 2위 거너 헨더슨(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차이도 4개. 2022년 62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홈런 신기록을 썼으나 2023년 오타니에게 잠시 뺏긴 타이틀을 2년 만에 되찾을 게 유력하다.
두 사람의 라이벌리는 이미 이달 맞대결에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3경기를 만난 시리즈에서 웃은 건 2승 1패를 거둔 다저스였지만, 선수 간 대결에선 3홈런을 몰아친 저지의 압도적 승리였다.
최근 3년 동안 아메리칸리그 MVP(최우수선수)를 두고 겨뤘던 두 사람이 올해 MVP를 나란히 받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저지는 제법 유력해졌지만, 오타니가 문제다. 내셔널리그 MVP 경쟁에서 오타니는 시즌 초 기세를 탄 이후 치고 나가지 못했다. 그 사이 오즈나는 트리플 크라운(타율·홈런·타점)을 노리고 있다. 그 역시 지명타자지만 현재 타격 성적은 오타니보다 위다. 1루수인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기세도 뜨겁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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