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18~19일 24년만의 방북…김정은에 '위험한 선물' 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19일 북한을 방문한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18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북한을 국빈방문한다고 17일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이다. 북한 관영 매체들도 이같은 내용을 러시아와 동시에 발표했다.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북 '선물 보따리'에 향후 한·러 관계는 물론 세계 안보 지형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양국이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을 조약 상 명문화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푸틴이 선을 넘을 경우 "사안별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윤석열 대통령 5월 기자회견)는 대러 관리 기조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푸틴의 방북에서 현실화할 수 있는 북·러 협력 시나리오를 짚어봤다.
자동군사개입 조항 29년만 부활
1961년 7월 북한과 소련이 맺은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조·소 상호방위조약)에 명시했던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되살아나는 건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북한은 벌써 "두 나라 관계를 전략적인 방향에서 새로운 법률적 기초에 올려세우는 데" 합의했다고(1월 최선희 외무상)고 분위기를 띄웠다.
조·소 조약 1조는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당하면 다른 한쪽은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기로 규정했다.
1990년 한·러(소) 수교, 91년 소련 해체 이후 95년 러시아의 일방 통보로 조·소 조약은 이듬해 폐기됐다. 북·러는 이후 2000년 푸틴의 방북을 계기로 ‘조·러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일명 신 조약)을 맺었다. 신 조약 2조는 유사시 "쌍방은 즉각 접촉한다"고만 규정, 개입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조·소 조약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16일 "러시아 측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소통을 했다"고 밝혔는데,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넘어서는 수준의 군사 지원 공약이다. 한·미 조약 2조는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당사국은 서로 협의하고, 적절한 조치를 협의와 합의 하에 취할 것”이라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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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위성 등 전략무기 '알짜 기술' 이전
북한이 러시아의 첨단 군사과학 기술을 보다 노골적으로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제시한 국방과업인 핵잠수함 관련, 강국 러시아의 관련 기술이 절실하다. 지난달 27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력의 '마지막 퍼즐'로 여기는 대기권 재진입 관련 기술도 김정은의 '위시 리스트' 상위권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핵 보유국이나 우주 강국으로서의 독보적 지위를 중시하는 러시아가 관련 기술 이전에는 신중할 것이란 지적이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전후 중요한 잠재적 파트너인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북한과 협력에 신중하게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7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푸틴이 포탄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하며 "핵·미사일 관련 핵심 기술 이전은 레드라인이 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과 미국이 협의하고 공동으로 정해야 할 사항으로 한국 정부 단독(레드라인)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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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등 재래식 무기 현대화 지원
정보당국은 북한이 낙후된 재래식 무기의 개량·개발에도 러시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북한은 지난 5월 김정은의 신형 240mm 방사포 시험사격 참관을 보도하면서 "자동사격 종합지휘체계 도입"을 주장했다. 기본 방사포탄에 유도 기능을 탑재한 기술 개량일 수 있다. 특히 240mm 방사포는 수도권을 겨냥하는 주력 무기 체계라 한국에는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
현대 전장에서 핵심 전력으로 꼽히는 전투기와 전차 관련 기술 협력도 가능성이 있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최신 기종은 1977년 첫 비행에 성공한 미그-29기종이다.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로 무장하고, 자체 개발한 4.5세대 KF-21의 양산을 앞둔 한국에 비해 압도적인 열세라는 평가다. 김정은이 그간 공군력 현대화에 관심을 보인 이유다.
무기 거래 넘어 연합훈련 시행
무기 거래 이상의 대북 협력 방안으로는 연합훈련 가능성이 거론된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9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한과 연합훈련 가능성에 대해 "왜 안 되겠는가. 우리는 이웃"이라고 했다. 국가정보원도 쇼이구 장관이 같은 해 7월 방북 당시 김정은에게 북·중·러 해상 연합훈련을 공식 제의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중·러 해상 연합훈련에 합류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러시아와 역할을 분담한 북한이 재래식 전력 대신 핵 능력을 부각하면서 한·미를 압박하는 실기동 훈련을 감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한·미·일 공조에 대항하고,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미국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실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북한의 빈약한 해상전력을 고려하면 훈련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방백서 2022』에 따르면 북한의 보유 함정은 잠수함 70여척을 포함해 총 800여척으로 한국 해군(140여척)의 약 5.7배에 이르지만,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해상소형 고속함정 위주라 작전능력도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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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송출 받아 윈윈 추진
러시아 극동 연해주 등지에 북한 노동자 대거 투입은 현실화 가능성이 큰 방안으로 꼽힌다. 북한은 제재로 막히기 전까지 노동자 해외 송출을 통해 매년 약 5억 달러(약 6907억원)를 벌어들였다.
러시아 입장에선 푸틴 대통령이 공 들이는 극동지역 개발을 위해 노동력이 필요하다. 상호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합의가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러 간 여객열차 운행도 최근 재개됐는데, 대규모의 인력을 보다 은밀하게 수송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한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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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식량 지원으로 숨통 틔우기
북한 입장에서 원유와 식량은 체제 유지와 직결되는 핵심 물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따라 대북 유류 반입은 연간 원유 400만 배럴, 정제유 50만 배럴로 제한되지만, 양국은 이미 아랑곳 않는 분위기다. "3월에만 러시아는 16만 5000배럴 이상의 정제유를 북한에 보냈다"는 게 지난달 백악관 발표다. 이런 지원이 더 대담해질 수 있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쌀 등은 인도적 지원으로 언제든 가능해 보인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북한 내 쌀 가격은 지난 4월 26일부터 1kg당 7000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동기간 대비 약 15% 이상 오른 것이다.
정유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체제 내구력이 온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한다면 식량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다"며 "장마·태풍 같은 기상이나 작황에 따라 러시아 측에 식량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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