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독식'에 거리 둔 우원식 "11대 7이 합당하다"
[곽우신, 유성호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국회 원 구성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유성호 |
"상임위원장 배분은 1당 11개, 2당 7개가 합당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원 구성과 관련해, 남아 있는 7개 상임위원장 자리는 국민의힘 몫임을 명확히 했다. 앞서 11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우 의장이지만, 남은 7개 상임위원회마저 민주당이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회 본회의를 강행,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다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 의장은 17일 오후 국회 원 구성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을 지지한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독식'에 선을 그었다.
▲ 우원식 “상임위원장 배분 11:7로 원 구성 마치는 것이 최선의 길” ⓒ 유성호 |
그는 사전에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그간 국회의장의 중재 하에 여야 원내대표 간에 여러 차례 깊은 접촉과 밀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라며 "아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양당 간에 또 국회의장으로서도 양당의 입장과 고심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간의 과정과 국민 눈높이를 종합적으로 살필 때 상임위원장 배분은 1당 11개, 2당 7개가 합당하다고 판단한다"라며 "의석수에 따른 상임위원장 배분이라는 원칙에 부합하고 무엇보다 국민은 여야가 함께 국회를 운영하는 모습을 바람직하게 여긴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회의 원 구성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라며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는다는 것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석수를 보더라도 그렇다. 신중해야 한다"라는 이야기였다.
동시에 "국회의 개원을 늦춰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도 큰 문제"라며 "국회를 빨리 열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넘친다. 그런데도 이를 늦추는 것은 국민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지적했다.
우 의장은 "6월 임시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문 등을 원활하게 수행해야 한다"라며 "현재로서는 상임위원장 배분을 11대 7로 정하고 조속히 원구성을 마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오래 기다릴 수는 없다"라며 "6월 임시국회를 국회법에 따라 운영하려면 남은 시간이 제한적이다. 여야가 빨리 결론을 내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제는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라며 "여야 모두 국민 보시기에 합당한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해 달라"라고도 덧붙였다.
구체적 협상 시한 제시 안 했지만... "6월 국회 지키겠다"
우원식 의장은 "시간이 많지 않다"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원 구성 협상 시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기자들이 반복해서 질문했지만 "머지않은 시간 안에 제가 결론을 내려고 한다"라며 "조만간"이라는 정도의 답만 돌아왔다. 다만, "6월 국회를 지키겠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 다음 달로 넘기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우 의장은 거대 양당 모두에 거리를 뒀다. 국민의힘의 '원점 재검토' 요구에 대해서는 "여야 간에 협상해야 하는 문제이다. 협상을 지켜보겠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이 특정 상임위를 선점해 입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거는 데 대해서도 "상임위 배분에 관해서는 여야 간에 협의하고 판단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그 문제에 관해서 국회의장이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지금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라며 답하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이 남은 7개 상임위를 독식할 가능성을 '결단'하는 데 대한 물음이 나오자, 우 의장은 "그렇게 결단한다고 여기(기자회견문)에 쓰여 있지 않다"라고 못을 박았다. 다만,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대정부 질의 같은 국회 일정에 대해서는 "국민의 권리"라며 "법에 따라서 하는 것이 맞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야 원내대표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라며 "이 협의를 좀 더 속도감 있게, 더 깊게 논의하게 하는 것이 국회의장의 역할이라고 본다"라며 원 구성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낙관했다.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2대 국회 원 구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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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당 의원총회를 마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의장도 많은 고심과 노력을 하실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고, 앞으로 기회가 되면 같이 또 계속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다"라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 "기본적으로 비정상으로 진행된 부분이기 때문에 원 구성 협상을 원점으로 돌려놓으라"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지난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협의 여지를 남기는 모양새를 취했다.
여당은 매일 오전에 열던 '의회정치 원상복구 의원총회'를 당분간 중지하고, 오는 20일까지 "원내의 대응과 관련해서 야당 그리고 (국회)의장과 여러 형태의 기회가 되면 협상 관련 대화는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특히 "연락이 있으면 언제든지 만난다"라며 "대화는 늘 계속해야 한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공식적인 연락이 없었다'라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불참하던 태도에서 선회한 셈이다.
이날 오후 4시 30분에도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하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 국회 원 구성 법정시한을 이미 넘겼음에도 여전히 공전 중인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을지, 향후 원 구성 협상의 방향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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