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인종차별? 토트넘은 '모르쇠' 무대응…팬들 "한국 오기 싫어?" 벤탄쿠르 사건 분노 고조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논란에 토트넘 홋스퍼가 무대응을 넘어 외면하고 있다. 댓글을 삭제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영국 BBC가 15일(한국시간) 벤탄쿠르가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농담을 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전했다. 이는 벤탄쿠르가 우루과이, 방송에 출연해 농담을 하면서 벌어졌다.
인터뷰 진행자가 "네 유니폼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 한국인 유니폼을 가져다줄 수 있나?"라고 물어보자, 벤탄쿠르는 "쏘니?"라고 되물었다. 진행자가 "세계 챔피언의 것도 좋다"라고 말하자 벤탄쿠르는 "아니면 쏘니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고 받아쳤다. 아시아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벤탄쿠르의 발언에 팬들은 깜짝 놀랐다. 트리뷰나에 따르면 팬들은 "큰일이다", "아버지 조용히 하세요. 심지어 자기 딸이 더 잘 아는 것 같네", "쏘니는 가장 훌륭한 축구선수로 알려져 있다. 벤탄쿠르가 농담이었다고 주장해도 정말 엿같은 일이다.", '내일 한국인들이 깨어나면 벤탄쿠르 SNS는 쓰레기통이 되겠네"라며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었다고 질책했다.
또 아시아인의 외모가 거의 비슷하다는 명백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다. 벤탄쿠르에게 농담일지 몰라도 그가 평소 동양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줬기에 많은 팬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벤탄쿠르가 평소 손흥민과 절친한 관계로 유명하기에 팬들의 배신감은 더 컸다. 손흥민이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 중 안와 골절 부상을 입어 대회 참가 여부가 불투명했을 때 손흥민을 위로해 준 선수 중 한 명인 벤탄쿠르였다.
이를 잊지 않은 손흥민은 지난해 10월 벤탄쿠르가 장기 부상에서 돌아와 복귀전을 가졌을 때 "벤탄쿠르는 날 미소 짓게 하는 믿을 수 없는 선수"라며 "우린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고, 난 벤탄쿠르가 오늘 그라운드에 나타났을 때 흥분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벤탄쿠르는 내 좋은 친구 중 한 명이다. 심지어 내가 작년에 부상을 당했을 때도 뒤에서 날 지지해 줬다"라며 "벤탄쿠르가 건강하게 돌아온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곧바로 사과문을 작성했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쏘니 내 형제여! 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매우 나쁜 농담이었다! 내가 널 사랑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너와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히려고 했던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아줘! 사랑해 내 형제!"라며 손흥민 계정을 태그해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손흥민의 별명인 쏘니(Sonny) 표기를 'Sony'로 하는가 하면, 해당 사과문을 게시물이 아닌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으로 공유해 단 24시간 동안 노출되도록 해 진정성이 의심되는 상태다.
벤탄쿠르는 사과문을 올린 뒤, 개의치 않는 듯 우루과이 대표팀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17일 다시 한번 자신의 스토리 기능을 통해 훈련장 출근 사진을 공유하면서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은 이미 독일과 잉글랜드 내에서 수년간 여러 차례 인종차별의 표적이 됐었다.
그는 지난 2018년 열린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과의 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2-0 승리에 쐐기를 박는 추가 골을 넣고 환호한 적이 있었는데 이후 귀국 자리에서 독일의 승리 기쁨을 남다르게 표현한 적이 있었다.
그는 "제가 어릴 때 독일에 갔잖아요. 상상하지도 못하는 진짜 힘든 생활을 진짜 많이 했거든요. 인종차별도 많이 당하고 진짜 힘든 상황을 겪었다"며 "언젠가는 이거를 꼭 갚아줘야겠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인종차별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만 해도 2월 웨스트햄 원정 2-0 승리 후 그는 웨스트햄 팬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
당시 토트넘은 성명서를 내고 "우리는 경기 중 손흥민에게 직접적으로 온라인상에서 인종차별적 욕설이 있었다는 걸 인지하게 됐다"라며 "우리는 손흥민을 지지하며 다시 한번 SNS 회사와 당국에 조치를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곧바로 3월 크리스탈 팰리스전에 손흥민이 또다시 인종차별을 당했다. 당시 인종차별을 한 44세 남성은 3년간 경기장 출입 금지와 60시간 봉사활동, 그리고 벌금 1384파운드(약 243만원) 징계를 받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BBC와 다른 매체들도 해당 사건을 보도하며 영국 내에서도 이번 사건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벤탄쿠르가 손흥민에게 한국 사람들에 대한 나쁜 발언으로 사과했다"라며 "해당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빠르게 비판을 받았다. 벤탄쿠르는 인스타그램에 이슈에 대해 사과했다"라고 보도했다.
다른 영국 매체인 풋볼 런던의 토트넘 전담 기자 알레스디어 골드도 벤탄쿠르의 해당 발언을 비판하며 "처음에 한 말은 정말 어리석은 것이며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했다. 손흥민이 자신의 팀 동료들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토트넘은 현재 해당 사건에 대해 침묵 중이다. 소속팀 선수들의 유로2024 출전 관련 게시물을 올리는 등 SNS가 바쁘지만 오직 벤탄쿠르 발언에 대해서만 침묵하고 있따. 토트넘은 오는 7월 일본과 한국 투어가 잡혀 있는데 부정적인 여론은 점점 높아지는 중이다.
토트넘은 오는 7월 2024-2025시즌을 앞두고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에 참여한다. 토트넘은 7월 31일 팀K리그, 그리고 8월 3일 김민재의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과 두 차례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 2022년 당시 안토니오 콘테 감독 체제로 첫 방한 투어를 진행했던 토트넘은 2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한국 방문 전에 일본에서 빗셀 고베와 친선 경기를 치르고 입국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방한은 2년 전과 달리 손흥민이 팀의 주장으로 방한하는 첫 투어여서 의미가 더욱 크다. 창단 첫 비유럽권 선수 주장인 손흥민은 선수단 내 신망이 두텁고 토트넘에서 가장 오랜 시간 활약한 선수로 구단 내 입지가 아주 탄탄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이슈가 발생하면서 토트넘의 프리시즌 투어에도 악영향을 끼칠지 우려된다. 밝은 분위기 속에서 투어를 했던 2년 전과 다른 분위기일 가능성이 있다.
토트넘은 여기에 무대응은 물론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단 공식 SNS에 올라오는 댓글들을 삭제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한편, 벤탄쿠르 발언 파문 뒤 한국에 있는 토트넘 공식 서포터들도 입장문을 내고 토트넘 구단의 강경 대처를 촉구하고 나섰다.
공식 서포터 운영진은 15일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손흥민 선수에 대한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벤탄쿠르의 이러한 행동은 우리 구단의 가치와 스포츠 정신에 반하는 것임이 분명하며 용납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라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릴리화이츠 카페' 스태프 및 사우스 코리아 스퍼스(South Korea Spurs) 공식 서포터 스태프들은 구단 및 현지에서도 (이 사건을) 인지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구단의 대처, 징계를 현지 시간까지 기다린 후 이에 맞는 공식 대응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토트넘 입장과)별개로 구단에 벤탄쿠르 선수를 비롯해 팀에서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구단 차원에서의 관리를 요청할 것입니다"며 "올여름 프리시즌 아시아(한국, 일본) 투어를 앞둔 채 아시안 인종차별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안타까움을 표합니다"라고 토트넘 투어 직전 이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토트넘, 바이에른 뮌헨 SNS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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