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유적을 간직한 죽곡산, 이곳에 길을 낸다고?"
[정수근 기자]
▲ 낙동강 금호강 두물머리 죽곡산 정상에서 선 죽곡산 탐방인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지난 15일 대구 문명의 발상지로 추정되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죽곡산과 대구의 중심이자 대구 정신의 정수라 일컬어지고 있는 달성 토성에 대한 현장 생태특강이 진행됐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마련한 12차례의 인문생태강좌 중 하나로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이자 생태학자인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가 특강을 이끌었다.
▲ 하늘에서 본 죽곡산 도로건설 현장. 저 공사현장에서 문화재가 발견되면서 현재는 공사 중지됐고 문화재 발굴조사 중에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곳에 지난해 연말 대구 달성군이 도로공사를 추진하면서 이 일대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다. 그 와중에 김종원 전 교수가 현장 조사를 통해서 죽곡산에 서린 선사인들의 흔적들을 밝혀내면서 이 산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두물머리 죽곡산의 무궁무진한 가치... 죽곡산 자연사 박물관
▲ 김종원 전 교수가 죽곡산 산행을 하다가 발견한 토기 파편. 이 특이한 문양에는 강과 물과 비 등등이 형상이 들어있다고 주장한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저게 뭔가 조사해 봤습니다. 원지름을 그리니까 항아리의 크기가 나오더라고요. 항아리 같은 크기가 나오고 깊이가 나오고 모양이 다 나와요. 유약이 안 발렸으니까 토기인데 매우 얇아요. 그 재료인 흙이 궁금했고 그 흙으로 어떻게 저렇게 얇게 만들었는지, 어떻게 저렇게 유지시켰는지도 궁금하더라고요. 또 표면 문양에는 하늘과 땅이 있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는 농경지가 나옵니다. 그 사이엔 강물이 나옵니다. 그리고 빗물 문양도 있습니다."
▲ 죽곡산에서 습득한 토기의 파편에 대해서 설명하는 김종원 전 교수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신석기 시대에 우리나라의 첫 문양부터 청동기 가장 극성기의 정착 농경시대의 문양까지. 길게는 3천년간 우리나라 문명이 압축된 문양이 저 토기 표면에 나온 거죠. 그래서 이것을 정리해서 문화재청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제가 저 문양을 해석하기 위해서 책을 읽어봤는데, 이 산은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는 산으로서 신성한 기우제를 지냈던 산이라는 추정이 나왔습니다. 저 그릇은 기우제의 재물을 담았던 그릇이라고 봅니다."
그는 죽곡산 곳곳에 선사인들의 흔적이 서려 있는 것과 별도로 이 산의 가치에 대해 주목한다. 그는 "이 산은 죽곡산 도서관"이라고 표현했다.
식물사회를 통해 배우는 놀라운 통찰
그의 설명은 산을 오르다 만난 식물로 이어졌다. 나란히 있는 두 식물을 보면서 "생강나무와 감태나무인데 이 생강나무와 감태는 모양도 다르고 향기도 다른데도 이 두 나무는 형제입니다. 놀랐죠?"라고 말했다.
그는 가을이 와도 오래도록 잎을 떨구지 않는 특성을 지닌 나무들을 설명하면서는 다음과 같이 통찰적인 해석을 더했다.
"참나무가 우리나라 산림 중에서 가장 늦게까지 낙엽을 지니고 있다가 천천히 떨어뜨립니다. 이 친구는 참나무보다 조금 더 천천히 떨어져. 이렇게 낙엽이 지지 않고 매달려 있는 낙엽을 우리 선조들은 '갈잎'이라고 했습니다.
▲ 김의털아재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고 있는 김종원 전 교수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의 설명은 고갯마루에서 만난 바짝 마른 식물에게로 이어진다.
"이 친구는 '김의털아재비'라 하는데 김의털아재비는 수분이 양호한 땅 위에 삽니다. 우리나라에서 인도 주변이나 사람이 걷는 등산로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거예요. 그럼 김의털이라는 게 무슨 뜻이냐 하면, '김을 메다'라는 말 있지요. 즉, '잡초 캐다'. 거기서 온 말이 김의털입니다."
그는 또 그 앞에서 비슷한 또다른 식물을 보고 또 설명을 이어간다.
▲ 김의털아재비와 골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고 있는 김종원 전 교수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해지고 그의 설명은 산에 흔하게 보이는 아카시아까지로 이어진다.
"한국에서 희귀하고, 예쁘게 생긴 국가적 보호종 가운데 충매화(곤충이 수분하는 꽃)가 상당수입니다. 그 충매화는 점점 멸종을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인데요. 그렇게 된 중대한 이유 중에, 일제 때에 아카시나무의 대량 보급과 70년대까지 이어진 산림녹화 사업의 아카시아 권장이 있습니다."
죽곡산 선사인들의 발자취... 기우제의 흔적
그의 통찰은 식물사회를 넘어 산에서 발견한 선사인들의 흔적을 통해서도 이어진다. 큰 너럭바위에 촘촘히 뚫린 구멍을 보면서 그의 설명은 이어진다.
▲ 큰 너럭바위에 새겨진 돌 구멍을 보고 설명하는 김종원 전 교수. 기우제의 흔적이라 설명한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는 이어 "바로 그 땅에 구멍을 낸다는 것은 제발 이 땅에 물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즉 가뭄을 이겨내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중략) 이건 우리나라만 나오는 문양이 아닙니다. 스코틀랜드에서도 이런 문양이 바위에 나옵니다"라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으면서 어느새 일행은 산 정상에 닿았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두 강이 만나 이루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인 달성습지를 조망하게 된다. 달성습지를 조망하면서 저 달성습지 초입에 불고 있는 개발바람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그곳은 바로 멸종위기종 흑두루미의 도래지와 가까운 위치다.
▲ 저 앞에 보이는 금호대교 바로 오른쪽에 새로운 탐방 교랑을 건설하려 한다. 대구시의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금호대교 오른쪽에 들어서게 될 탐방 교량의 화려한 조감도.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의 계획도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는 "디아크 바로 위에서 강 건너 굽이치는 끝자락 부분으로 자전거 탐방로를 만들겠다, 그 위에서 밤에는 야간 조명을 비추고 분수를 쌓겠다고 발표했다"며 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달성습지는 현재 삼각주를 포함해서 강줄기 일대 고수부지는 서대구 달성습지로 보호습지로서 지정되어 있고 핵심 보호지역입니다. 핵심 보호지역 바깥에는 한마디로 망토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는 완충 존이 있어야 합니다. 그 완충존에 해당하는 것이 저 도로인 셈이라 그럼 완충존 안쪽으로는 아무것도 하면 안 됩니다"라고 주장했다.
일행은 이어 죽곡산에서 가장 흔적이 뚜렷한 선사인들의 유적을 찾아나섰다. 그것은 바로 윷판형 암각화다.
▲ 죽곡산 너럭바위에 새겨진 윷판형 암각화. 그 한가운데 북극성의 위치를 가르키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윷판형 암각회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김종원 전 교수 그는 인류 최초의 시계라 설명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러면서 더 놀라운 주장을 이어간다.
▲ 달성군이 도로를 건설하려다 공사현장에서 문화재가 나오면서 공사 중지되고 현재는 문화재 발국조사가 진행중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와의 죽곡산 기행은 도로건설 현장에 차려진 문화재 발굴 현장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마무리됐다. 그는 "이런 선사인들의 흔적이 가득하고 다양한 식물사회로 자연사 박물관 역할을 하는 이곳에 도로 건설은 어불성설입니다. 지금이라도 도로건설은 철회하고 이 두물머리 메소포타미아에 걸맞은, 선사문화의 향기를 엿볼 수 있는 귀한 문화유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다음 편에서는 그와 함께 돌아본 달성 토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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