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오더라도 꼭 이길게요" 여자 컬링 춘천시청의 각오
[박장식 기자]
▲ 2024 한국컬링선수권 결승에 선착한 춘천시청 선수들. 왼쪽부터 양태이 선수, 하승연 선수, 김수진 선수. |
ⓒ 박장식 |
두 시즌의 국가대표를 지냈던 여자 컬링 춘천시청이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남다른 힘을 보여주고 있다.
17일까지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열리는 2024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에서 춘천시청은 다른 팀이 라운드로빈에서 고전하는 동안 1패만으로 결선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특히 강릉시청 '팀 킴'을 상대로는 2연승에 성공하면서 결승에 누구보다 먼저 안착하는 등, 루키 시절 보여줬던 도전적인 모습을 다시금 보여주는 듯하다.
두 번째 태극마크를 달았던 2022년 한국컬링선수권이 춘천시청 선수들에게 여러 어려운 상황을 딛고 벌인 악전고투였다면, 이번에는 2년 전보다 더욱 정교한 작전과 샷 감각을 보여주면서 베테랑 팀에 가까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새로 돌아온 '막내' 박서진 선수와 함께 순항에 나서는 춘천시청이다.
'유니버시아드' 졸업했더니, 바로 '베테랑' 됐네
지난 2023년 미국 레이크 플래시드에서 열리는 동계 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해 은메달을 따내면서 생애 마지막 유니버시아드를 보낸 선수들. 비록 나이로는 '사회 초년생'이라지만, 이번 한국선수권에서는 베테랑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승연 스킵의 작전도 좋아졌고, 선수들의 샷 감각도 높아졌다.
▲ "정확한 곳으로" 2024 한국컬링선수권에 나선 춘천시청 김혜린·양태이 선수가 스톤이 가는 방향으로 스위핑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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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선수가 모두 찬 만큼 체력 분배에서도, 훈련의 효율 면에서도 훨씬 나아졌다. 선수들은 지난 4월에서 5월 사이 열린 의성군수배를 통해 최종 점검에 나섰고, 비록 강릉시청에 예선과 결승에서 한 번씩 패배를 내주기는 했지만 준우승을 기록하면서 선전했다.
본격적인 능력 발휘를 시작한 것은 한국선수권 때부터였다. 초반 경기도청(스킵 김은지)과의 경기에서 5대 6으로 한 점 차 패배를 당하기는 했지만, 이어진 경기에서 한 번도 패배하지 않으면서 결승까지 한달음에 진출했다. 다른 팀들이 물리고 물리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어려움을 겪은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특히 강릉시청과의 경기에서 2연승을 거둔 것이 결승 직행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예선에서는 6대 3으로, 그리고 결승 직행을 두고 다툰 플레이오프에서도 7대 4로 승리를 거뒀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는 '팀 킴' 선수들이 안착시킨 스톤이 연거푸 춘천시청에 의해 테이크아웃되곤 했다.
이렇게 결승에 빠르게 안착한 춘천시청은 6월 16일 하루 동안의 휴식을 가진 뒤 17일 오후 5시 경기도청과의 맞대결에 다시 나선다. 지난 2022년 한국선수권에서도 만났는데, 이때는 춘천시청이 승리를 거뒀던 바 있다. 서로가 모두 기량을 올린 만큼 더욱 멋진 명승부가 예정된 셈이다.
▲ 2024 한국컬링선수권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춘천시청 선수들이 한 자리에 섰다. 왼쪽부터 양태이·김혜린·박서진·김수진·하승연 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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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날 만난 춘천시청 선수들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양태이 선수는 "강릉시청을 상대로 두 번 연속 이긴 적이 많지 않았다"면서, "대회 첫 번째 경기 때 접전으로 갔던 부분을 보완하면 우리의 경기력으로 한 번 더 충분히 이길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서 강릉시청과 치른 두 번의 경기를 돌아봤다.
이어 양태이 선수는 "누가 오더라도 충분히 이길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긴 계기가 되었다"라면서, "이번 대회의 우리 플레이 목표는 차근차근, 우리가 하던대로 하겠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훈련했던 것 믿고, 예선전도 잘 해왔으니까 마지막 남은 한 경기 후회없이 쏟아붓겠다"라고 결승전 맞대결을 각오했다.
김혜린 선수는 뜻밖의 이야기도 꺼냈다. "서진이를 빼면 모두가 집이 가까워서 가족들도 응원하러 오셨으면 했는데, 우리가 경기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면서, "가족들에게 경기장에 오는 대신 유튜브나 방송을 보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까지 집중하나 싶었다. 하승연 스킵의 답은 명쾌했다. "우리가 1년 동안 국가대표만 바라보고 왔다"였다. 이어 그는 "좋은 결과 얻어서 동계 아시안게임도 나가고, 우리가 자란 의정부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도 나가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하승연 스킵은 "운동선수의 꿈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인데, 올림픽 가기 전에 꿈인 대회 중 하나를 치를 수 있는 기회지 않냐.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까지 꼭 품에 안고 싶다"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올해 '막내' 박서진 선수의 합류도 힘이 되었다. 하승연은 "우리 팀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친구"라면서, "우리가 힘들어서 지쳐 있을 때 재밌게 말을 하곤 한다. 서진이가 우리 팀의 웃음 에너지가 되어준다"고 웃었다.
박서진 선수도 "재밌게 하고 있다. 샷 만드는 것도 그렇고, 작전 면에서 확실히 고등부 때와 레벨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언니들도 너무 좋다. 생각보다 자유분방하게 대해주셔서 너무 좋다. 사실 다 언니들이고, 오랫동안 한 팀이어서 걱정도 했었는데, 들어오니까 너무 잘 해주신다"고 언니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수진 선수는 "작년에는 사실 우리가 경기력이 좋지 못했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라는 목표가 있고, 경기력도 좋아져서 더욱 간절하다"며 지금 경기에 나서는 마음가짐을 말하기도 했다. 그러며 김수진 선수는 "눈 앞에 보이는 순서대로 차근차근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을 이었다.
이제 운명의 세 시간이 될 결승전에 나서는 춘천시청. 각오를 묻자 김혜린 선수는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 답변을 보냈다.
"우리의 능력치를 더욱 올리고 올려서, 결승전에서 우승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우리가 하던대로 하면 예선에서 보여줬던 경기력대로 결승전에서도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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