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조기총선 본격화..."극우냐, 좌파연합이냐, 대혼란이냐"
조기 총선을 2주가량 앞둔 프랑스에서 공식 후보 등록 절차가 마감되면서 선거 캠페인이 본격화됐다. 앞서 유럽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극우 정당이 이제 프랑스 의회 권력까지 접수하느냐가 관건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여당은 극우세력과 좌파연합의 공격을 양쪽에서 받으며 여론조사에서도 3위로 밀린 상태다.
16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프랑스 조기 총선에 출마하는 각 정당의 후보자 등록 절차는 이날 저녁 6시로 마감됐다. 이에 따라 후보들은 17일 0시부터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프랑스에서는 앞서 유럽의회 선거 직후 마크롱 대통령이 오는 30일과 내달 7일 조기 총선을 깜짝 발표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일 마크롱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의회 해산 결정 이후 좌파 우파 모두에서 드라마와 배신이 격화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3개로 나뉜 정치블록...좌우에 치인 집권여당, 3위 밀려나
현재 주요 정치블록은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주도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RN의 집권 저지를 위해 선거 연대를 결성한 좌파 신인민전선(NFP),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파 르네상스 중심의 연대 등 3개 파로 분류된다.
총선을 앞두고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RN이 확연하게 앞서고 있다. 기존 하원에서 총 577석 중 88석을 확보하는 데 그친 RN은 지난 15일 발표된 IFOP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 35%로 1위를 차지했다.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공산당(PCF), 사회당(PS), 녹색당(EELV) 등 4당 연합인 NPF는 RN에 9%포인트 뒤지고 있다. 이보다 뒤처진 3위가 바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르네상스당 주도의 연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6월30일과 7월7일 두 차례의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극우 또는 강경좌파가 집권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극단주의 정치, 경제 포퓰리즘과 금융 불안정을 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 정당은 좌우 모두의 공격을 받고 여론조사에서도 3위로 한참 뒤지고 있다"고 짚었다. 더욱이 집권여당은 조기총선을 앞두고 NFP처럼 세를 불리지도 못한 상황이다. 통신은 "프랑스 내에서는 극우정당이 국가 권력을 잡지 못하게끔 암묵적으로 합의가 이뤄져 왔으나, 이러한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총선은 하원만 치러진다. 1차 투표에서 득표율 50% 이상의 후보가 당선되지 않는 한, 등록유권자 수의 최소 12.5% 이상을 득표한 모든 경쟁자가 최종인 2차 투표에 올라가게 된다. 이에 따라 1~2라운드 사이의 정치적 움직임에 따라 각 세력 간 의석수도 움직이게 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르 휘가로는 유럽의회 선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RN이 이번 조기총선 선거구의 3분의 2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2차 투표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측 후보가 아닌 NFP측 후보와 맞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르네상스당을 중심으로 한 여권 세력은 41개 선거구에서만 2차 투표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가운데 절반은 파리 지역이었다.
올랑드 전 대통령도 출마 선언...좌파 연합 내 공천 잡음도
이번 총선에서는 자칫 극우 세력이 의회 권력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 예상치 못했던 후보의 출사표도 나왔다. 좌파 정당인 사회당 소속인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텃밭 코레즈에서 총선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그는 전날 "극우파의 위험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어떻게 무관심할 수 있겠냐. 예외적 상황"이라면서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올랑드 전 대통령의 주요 공약으로는 부유세 재도입, 연금개혁 재검토 등이 포함됐다.
좌파 연합 내에서는 후보 공천을 둘러싼 잡음도 잇따랐다. 굴복하지않는프랑스 소속 아드리앙 콰테넹 후보는 배우자 폭행 혐의 논란 끝에 이날 후보 마감을 앞두고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또 다른 좌파 국회의원 프랑수아 뤼팽은 콰테넹 후보가 다른 후보들보다 일찍 공천 결정이 됐었다면서 장 뤼크 멜랑숑 대표에 대한 충성심 덕분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확산시켰다.
아울러 정통 우파인 공화당의 에리크 시오티 대표는 극우세력과 연대하지 않는다는 금기를 깨고 이번 총선에서 RN과 손잡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제명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결국 그는 법원에 제명 결정 효력 중단 가처분을 신청하며 겨우 대표 자리를 지켰다. 이에 대해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연정에 대해 당 지도부와 논의하고 투표부터 부쳤어야 했다"고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확인된 이러한 혼란에 주목한 이코노미스트는 "극단으로 치닫는 두 정치집단이 의회에서 과반을 차지할 확률이 높아질수록 시장은 더 불안해질 것"이라며 "프랑스가 미지의 영역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극우일수도, 극좌일수도 있다. 아니면 정부가 없는 혼란스러운 의회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RN의 르펜 의원은 이날 공개된 르 피가로 인터뷰에서 "제도적 혼란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극우 막아라" 프랑스 내 시위 잇따라
현재 프랑스 내에서는 극우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간 가디언은 프랑스 경찰을 인용해 지난 15일 프랑스 전역에서 극우 정권의 집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사람이 2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추산했다. 파리 시위 참여자만 7만5000명 상당으로 파악된다. 파리 시위에 참여한 플로렌스 데이비드 씨는 가디언에 "극우 집권은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 선수 킬리안 음바페는 202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오스트리아전을 하루 앞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극단주의가 권력의 문 앞에 있는 것을 분명히 보고 있다"며 투표를 촉구했다. 전날 음바페와 같은 프랑스 국가대표팀 소속 마르쿠스 튀랑 역시 RN의 승리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극우정권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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