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가 다이아몬드가 된다고?…연금술사 'CCU'[C테크나우]

강희종 2024. 6. 1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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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비누·에탄올·건설자재 등
탄소로 만든 제품들 잇따라 상용화
생산공정 복잡하고 생산비용 높아
아직은 소규모 파일럿 생산 한계
북미·유럽처럼 제도적 뒷받침 필요

2017년 뉴욕에서 설립한 에어컴퍼니(Air Company)는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해 다양한 방법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산화탄소를 에탄올로 변환한 다음 에센셜 오일이나 물과 섞어 향수를 만든다. 50㎖ 향수 한 병에는 3.6g의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다고 한다. 이 회사의 대표적인 제품인 ‘에어 오 드 퍼퓸’은 코코샤넬의 ‘넘버5’보다 약 50% 비싸게 팔린다. 에어컴퍼니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향수뿐 아니라 보드카와 손 세정제도 만들고 있다.

2020년 뉴욕에서 설립한 주얼리 기업 이서(Aether)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합성 다이아몬드를 만든다. 포집한 탄소는 그린 수소와 결합해 메탄으로 전환한 후 열과 압력 등을 가하는 증착 공정을 거쳐 합성 다이아몬드로 재탄생한다. 이 회사는 1캐럿당 20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인 1명이 1년에 소비하는 탄소발자국보다 많은 양이다. 2021년 5월에는 최초로 비건(Vegan) 인증을 받기도 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스카이다이아몬드(Skydiamond)도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다이아몬드를 만들고 있다.

탄소로 만든 제품들 잇따라 상용화…글로벌 투자도 급증

탄소중립(Net Zero)을 위해서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 못지 않게 공기 중의 탄소를 포집해 순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한 기술이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이다. 포집한 탄소를 저장하느냐, 활용하느냐에 따라 탄소포집저장(CCS)과 탄소포집활용(CCU) 기술로 나뉜다.

CCU는 발전소나 산업장에서 포집한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거나 직접 이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포집한 탄소를 지하 깊은 곳에 묻는 CCS보다 한 단계 진전된 기술이다. 그동안 연구개발(R&D) 단계에 머물러 있던 CCU 기술들이 최근 잇따라 상용화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CCU는 어떤 물질로 전환하냐에 따라 화학 전환, 생물 전환, 광물 탄산화 등으로 나뉜다. 이산화탄소를 반응 원료로 활용하면 화학 전환 공정을 통해 메탄, 메탄올, 휘발유, 경유 등과 같은 연료나 기초화학제품 등의 다양한 탄소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를 화학 전환이라고 한다.

미국 스타트업 에어컴퍼니가 탄소포집활용(CCU) 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향수 제품.

이산화탄소를 생물학적으로 고정해 미세조류 바이오매스를 생산하고 이를 바이오 연료, 바이오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생물 전환이다. 이산화탄소를 탄산염 형태로 전환, 광물화해 화학제품으로 만드는 기술이 광물 탄산화다.

한국CCUS(K-CCUS) 추진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70여개의 다양한 CCU 프로젝트가 수행 중이다. 최근 몇 년간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CCU 개발 프로젝트와 투자비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포집한 탄소를 활용하는 기술에 대한 전 세계 투자 규모는 2015년 400만달러에서 2022년에는 4억8400만달러(약 6650억원)로 급증했다. 이는 2022년 전체 CCUS 투자 규모(프로젝트 개발 포함) 22억9900만달러(약 3조1588억원)의 약 21%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일부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지난 1월 블룸버그통신은 앞서 예를 든 에어컴퍼니를 포함해 포집한 탄소를 이용해 실제 제품을 상용화한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캐나다 캘거리에 위치한 클린오투(CleanO2)는 건물 난방 보일러에서 포집한 탄소를 이용해 비누 원료를 만들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타트업 뉴라이트테크놀로지(Newlight Technologies)는 공기 중에서 탄소를 직접 포집한 후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한다. 독일의 코브스트로AG(Covestro AG)는 화석연료에서 나온 원료를 이용해 자동차 외장재, 의료기기, 경기장 지붕 등 다양한 탄소화합물을 만든다.

미국 일리노이에 본사를 둔 란자테크(Lanza Tech)는 2010년 탄소를 먹는 박테리아를 이용해 에탄올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당시만 해도 이 기술은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지속 가능 항공유(SAF)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란자테크는 일본의 항공사들과 연료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자회사 란자제트는 올해 상업적인 규모로 SAF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란자테크가 생산한 에탄올은 폴리에스테르로 변환해 룰루레몬의 반바지, 자라의 드레스, H&M의 요가복 등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미국 주얼리 기업 이서(Aether)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제작한 합성 다이아몬드.

브루클린에 있는 글렌우드메이슨서플라이(Glenwood Mason Supply)는 포집한 탄소를 이용해 건설자재를 만들고 있다. 이 기업은 협력 업체인 카본퀘스트가 주거용 건물에서 탄소를 포집해 가져오면 이를 압축해 드라이아이스와 유사한 탄소 분말을 만든다. 이 기술은 스타트업인 카본큐어의 기술을 이용한다.

이렇게 생산한 탄소 분말을 시멘트, 모래 등과 섞어 벽돌을 제작한다. 이런 방식으로 2020년부터 총 1000t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벽돌 생산에 활용했다. 아마존은 2022년 뉴욕에 물류 창고를 지을 때 이 회사의 벽돌 5만개를 구입했다.

정부 정책 뒷받침 필요…2030년대 이후 시장 급성장할 듯

하지만 이 같은 성공 사례는 일부이며 대다수 CCU 기술들은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공 사례 역시 소규모 파일럿 생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CCU 기술은 생산 공정이 복잡하고 생산 비용도 높아 아직 경제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CCU가 초기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 구매, 사용 의무화, 경제적 인센티브, 인증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2022년 시행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이산화탄소 포집 시 t당 60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2023년 5월 시행된 ‘청정연료&제품 샷(Clean Fuels & Products Shot)’ 정책에 따라 탄소를 이용한 합성 연료의 경우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핏포(Fit For) 55’ 정책에 따라 합성 항공유 의무 혼합 비율이 2030년 0.7%에서 2050년에는 28%로 늘어난다. 앞서 CCU 상용화 사례들이 북미와 유럽에 집중된 이유도 이 같은 정부 정책과 무관치 않다.

향후 CCU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로 성장할지는 분석 기관마다 큰 편차를 보인다. CCU 시장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고 조사 기관마다 제품군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각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도 CCU 시장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 중 하나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는 2030~40년대에는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업체 GCI(Global CO2 Intiative)는 CCU 시장이 2030년 기준 최소 1780억달러(약 244조원)에서 최대 8370억달러(약 1150조원)를 형성하고 CO2 활용 규모는 72억t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럭스리서치(Lux Research)는 CCU 시장 규모가 2040년 기준 5500억달러(약 7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C2ES(Center For Climate and Energy Solutions)는 2030년 기준 CCU 시장 규모가 1조1570억달러, 활용 규모는 103억달러로 예측해 가장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도움말=K-CCUS 추진단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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