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차라리 퇴직연금 운용을 국민연금에 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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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잘 아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1.94%에 불과했지만,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7.63%에 달했다.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였던 지난해의 경우 퇴직연금은 5.25%의 수익률에 그쳤지만, 국민연금은 13.5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목받는 것은 국민연금공단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별도로 '퇴직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만들어 퇴직연금을 운용하게 하자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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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잘 아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대부분 확정급여형(DB)을 선택해 과거 퇴직금처럼 매달 급여의 8.33%를 떼서 조금씩 쌓여가고 있을 것이라는 정도만 인지한다. 확정기여형(DC)을 선택하면 본인이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해야 하므로 번거롭거니와 안정적인 고수익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382조4000억원의 53.7%(205조3000억원)가 DB형이었다.
그나마 퇴직할 때는 일시불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일시불 수령 비중은 89.6%(계좌수 기준)에 이른다. 퇴직연금 총액이 그리 크지 않거나, 주택 마련이나 대출 상환 등에 필요한 목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퇴직 이후 국민연금과 함께 노후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정부는 올해 초 경제정책방향에서 퇴직연금을 모든 사업장에 도입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한 여러 당근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률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다른 투자보다 눈에 띄게 높다면 퇴직연금을 마다할 리 없다.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자.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1.94%에 불과했지만,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7.63%에 달했다. 4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였던 지난해의 경우 퇴직연금은 5.25%의 수익률에 그쳤지만, 국민연금은 13.5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향후 5년간 목표수익률을 5.4%로 설정했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주요 국가의 연기금에 비해 월등히 좋은 성적을 낸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민간이 운용하는 연금이 예·적금보다 낮은 연평균 2% 안팎의 수익률을 내는 것이 의아한 일이다. 미국, 캐나다 등 퇴직연금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한국 국민연금 수익률보다 높다. 스웨덴에서는 연금 보험료 18.5% 가운데 2.5%를 떼 민간 금융기관이 운용하는데, 수익률이 7%를 넘어선다.
전문가들은 수익률을 높이는 여러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국민연금처럼 가입자를 대신해 적립금을 투자하는 ‘기금형 중개조직’을 만들자는 의견이 많다. 실제 많은 해외 국가들이 기금형 중개조직을 도입했다. 주목받는 것은 국민연금공단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별도로 ‘퇴직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만들어 퇴직연금을 운용하게 하자는 제안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2033년에 94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에서 ‘규모의 경제’가 가져올 이점까지 고려하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민간 금융기관은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하고 있다. 수익률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막강한 경쟁자가 생긴다면 민간 금융기관도 지금처럼 저조한 수익률로는 버티기 힘들다. 퇴직연금 시장에 힘센 메기 한 마리를 풀어놓는 효과일 테다.
퇴직연금을 믿고 맡길 곳이 생길 때, 퇴직금을 한 번에 받는 것보다 연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할 때 퇴직연금 제도는 자연스레 정착한다. 저출생고령화의 저주는 ‘가난한 은퇴자’를 겨냥하고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퇴직연금이 도입 취지에 맞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개선책을 내놓길 바란다.
조영주 세종중부취재본부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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