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탈환에도 웃지 못한 울산, 3연패 위협하는 '언더독' 돌풍

이준목 2024. 6. 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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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울산HD가 간신히 선두를 탈환했지만 또다시 다 이긴 경기를 놓치며 아쉬운 승점을 날렸다. 6월 16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K리그1 17라운드에서 울산은 FC서울과 공방전 끝에 2-2로 비겼다.

울산은 경기 초반 1분 만에 국가대표 공격수 주민규가 상대 실책을 놓치지 않고 선제골을 터트렸다 이어 42분에는 서울 이태석의 자책골이 나오는 행운까지 따르며 2-0으로 점수차를 벌리고 전반을 마쳤다. 하지만 후반 들어 6분과 31분 서울 공격수 일류첸코에게 멀티골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교체로 들어온 최준과 임상협이 각각 1도움씩을 기록하며 김기동 서울 감독의 용병술이 그대로 적중했다.

울산은 무릎부상으로 결장한 베테랑 센터백 김영권의 공백이 드러났다. 임종은과 김기희가 센터백으로 나섰지만 2실점 과정에서 모두 중앙수비가 흔들리며 실점으로 이어진 게 뼈아팠다.

울산은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K리그를 제패하며 최강으로 군림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2위 포항과 무려 12점 차로 여유있게 조기 우승을 확정지었다. 올시즌 역시 3연패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울산은 초반부터 순항하는 듯했다. 몇 년간 울산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전북 현대가 1~2년 전부터 점점 하락세를 보이면서 올시즌에는 강등권까지 추락하여 일찌감치 우승 경쟁에서 밀려나는 운도 따랐다. 포항과 서울 등도 전력상 울산의 대항마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또한 시즌 초반에는 군입대를 앞두고 이동경(현 김천 상무)가 8경기 만에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7골 5도움)이라는 역대급 퍼포먼스를 친정팀에 선물하고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울산은 정작 올시즌이 슬슬 반환점을 바라보는 현재, 아직 선두이기는 하지만 지난 2시즌만큼의 독주체제를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울산에 이어 2~4위권(강원-포항-김천)과의 승점차는 고작 2점에 불과하다.

윤정환 감독 체제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강원은 '고등 히어로' 양민혁을 앞세워 현재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한때나마 울산을 제치고 선두에 등극하기도 했다. '동해안 라이벌' 포항 역시 감독교체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박태하 신임 감독 체제에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군팀인 김천 상무는 이동경과 이동준, 원기종 등 '신병'들이 가세하며 후반기에 더욱 강력해진 전력을 예고했다. 지난 몇 년간 울산과 전북의 확고한 '2강'체제였던 K리그 판도가 다원화되면서 오히려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평가다.

반면 최근 울산의 경기력은 매우 기복이 심해졌다. 4월까지만 해도 6라운드 수원FC(3-0)나 7라운드 강원(4-0)전에서 연이어 대승을 거뒀지만 이동경이 떠난 이후로는 폭발력이 크게 감소하며 약팀을 상대로도 압도하는 경기가 줄어들었다. 그만큼 울산을 한번 잡아보겠다는 상대팀들의 집중분석과 견제도 더 치열해졌다.

울산은 지난 15라운드 인천전에서는 선제골을 내주고 겨우 비겼다. 16라운드에는 최근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던 전북의 수비에 고전하다가 93분에 터진 아타루의 극장골로 간신히 승리했다. 서울전에서는 2골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매번 어려운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울산은 지난 6월 A매치 휴식기에도 팀을 재정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주민규, 조현우, 이명재, 엄원상 등 주전급 선수들이 쉴 틈도 없이 싱가포르~중국을 상대로 한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전을 치르는 국가대표팀에 차출되어 자리를 비웠다. 외국인 공격수 마틴 아담은 헝가리 대표팀에 차출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24 일정을 소화 중이다. K리그 최강팀인 만큼 국가대표급 선수가 많다는 것은 울산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여기에 베테랑 김영권과 이청용, 황석호 등도 나이에 따른 기량하락과 부상 등에 시달리며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국가대표 풀백 설영우는 현재 유럽 이적설이 거론되고 있다. 중원과 수비는 7월에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원두재가 가세하지만, 스트라이커진은 아담이 복귀할 때까지는 사실상 주민규 혼자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리그 연속 우승으로 인한 선수단 동기부여 하락과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는 울산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홍명보 감독은 서울전을 무승부로 마치고 "우리 선수들이 너무 안일하게 플레이했다. 경기에서 뛰는 활동량이나 자기관리가 부족했다"며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내뱉으며 팀의 경기력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홍 감독은 "상대가 잘했다기보다 우리가 전체적으로 잘 못한 경기였다. 초반에 두 골 차가 되면서 선수들이 마음이 느슨해졌고, 추가득점 기회에서 못 넣었기 때문에 이길 수 없었다. 나를 포함해 선수들이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록 최근 주춤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울산이 우승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강원-포항-김천은 모두 선수층이 얇고 투자에 한계가 있는 중소클럽들이다. 대기업구단인 울산이 시도민구단이나 군팀에 비하여 선수층이나 경험면에서 장기레이스로 갈수록 결국 '뒷심'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울산에게 가장 큰 적은 바로 '내부'에 있다. 정상에 오르는 것도 더 어려운 것이 '수성'의 무게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K리그를 5연패했던 전북은 현재 강등권에 위치해있고, 심지어 4회 우승에 빛나는 수원 삼성이 현재 2부리그에 뛰고 있는 데서 보듯, 축구에서 영원한 승자나 1등은 없다.

울산은 오는 23일 제주 원정에서 다시 승점 3점에 도전한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일정 병행과 국가대표 차출 등으로 다른 팀에 비하여 시즌을 더 일찍 시작했고 주축 선수들의 체력부담도 컸던 울산으로서는, 무더운 한여름의 고비를 얼마나 슬기롭게 넘기느냐에 따라 3연패의 윤곽도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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