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윤 대통령, 한동훈 출마 '용인'했을까
[이충재 기자]
▲ 지난 1월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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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의 당 대표 선거 출마가 임박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현재 대통령실에선 "당무는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내심 불편한 기류가 감지됩니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을 주저앉힐 마땅한 카드가 없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치권에선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용산의 대응이 구체화할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관계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책임이 한 전 위원장에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한 전 위원장의 생각은 그 반대인 게 갈등의 본질입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이 고개를 숙이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데도 한 전 위원장이 거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보다는 한 전 위원장의 앙금이 더 크다는 얘기입니다.
당초 여권 주변에서 용산에서 한 전 위원장 출마를 막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할 거라는 말이 파다했습니다. 이를 의식해 한 전 위원장 측에서도 대통령실의 움직임을 주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용산의 신호로 해석할 만한 뚜렷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유일하게 감지되는 게 황우여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부대표를 두는 집단지도체제였는데, 별다른 반향 없이 소멸됐습니다. 당 대표 선출 방식에서 국민 여론조사를 당초 예상보다 낮은 20%로 한 것도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거라는 해석이 있지만 별 효과는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그만큼 용산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용산이 당 대표 선거 개입에 주춤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상징하는 권력 이완 현상입니다. 총선 참패로 윤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현저히 약화된 상황에서 노골적인 당무 관여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 전 위원장의 보수진영의 탄탄한 지지세도 윤 대통령으로선 불리한 요인입니다. 자칫 한 전 위원장 출마 문제에 개입했다가 윤 대통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전 위원장이 출마를 결심한 것도 용산의 대응이 별 게 없다고 판단해서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한동훈 미래 좌우할 최대 변수
하지만 용산이 한 전 위원장 출마는 막지 못하더라도 대표 당선까지 용인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전당대회 기간 중 한 전 위원장의 태도에 따라 용산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관건은 '채 상병 특검법'이 될 공산이 큽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채 상병 순직 1년(7월 19일) 전에 특검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에서 재의결을 해야 하는데, 그 시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최일(7월 23일)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전 위원장으로선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망은 엇갈립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 전 위원장이 최근 "필요한 때는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게 건강한 정치"라고 했다는 언급을 들어 특검에 전향적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러나 이럴 경우 당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올 개연성이 높습니다. 용산에서 친윤 의원들을 통해 '한동훈 비토론'을 확산시키려 할 거라는 전망입니다. 22대 국회에서 친윤 의원들이 더 많아졌을뿐더러 국민의힘 당원 비중이 높은 지역에는 대부분 친윤 의원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들이 돌아서면 한 전 위원장 당선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 전 위원장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할 거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습니다. 당 대표 당선이 목표인 상황에서 당장은 윤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갖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거란 예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한 전 위원장의 대중적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한 전 위원장도 현재 이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자신의 미래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 한동훈'에 대한 진짜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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